대기업의 대규모 투자 급증 추세

2005년. 삼성그룹이 국내중심의 경영체제에서 벗어나 글로벌 경영체제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한 해다. 현재 국내기업에 머무르고 있는삼성이 10년간의 과도기를 거쳐 세계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다짐이다. 삼성은 글로벌 경영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해외 주요거점의생산법인을 본격 가동하고, 현재 도쿄 북경 싱가포르 런던 뉴욕에있는 5대 해외본사의 기능을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경영이 가속되면 삼성의 해외매출비중은 2000년에는 총매출액1백80조원 가운데 50%, 2005년까지는 70% 수준으로 올라설 것으로예상했다. 해외근무인력도 지난해말 4만명 수준에서 2000년에는8만명 정도로 배이상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해 삼성의 해외매출은총매출 75조원 가운데 35%.국내기업들이 앞다투어 해외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경제가개방경제체제로 전환되면서 국내시장이 세계경쟁기업들의 각축장으로 변하자 해외경영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경쟁력이 없는 기업들은 개도국 시장에서 활로를 찾고 있으며, 경쟁력은있으나 공급이 수요보다 많은 자동차산업 등은 새로운 시장을 찾아해외현지공장을 세우고 있다.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반도체 전자산업은 기술과 시장확보를 위해 선진국들에 진출하고 있다.한마디로 사업구조조정과 경영합리화가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업의 내적 노력이라면 해외경영은 국내의 높은 임금수준과 선진국의 무역장벽에 대응하고 국내의 생산부진과 수출여건악화를 극복하려는 외적 노력의 일환이랄 수 있다.경쟁력을 바탕으로한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삼성을 비롯한 대우 현대 LG 선경 쌍용 등 대기업들은 물론 중견기업들까지 해외경영에나서면서 해외투자액도 급증하고 있다.◆ 제조·무역업, 동남아·유럽 중심 추진한국은행에 따르면 94년부터 급속히 확대돼온 우리나라의 해외직접투자는 지난해 41억달러로 전년보다 35% 증가했다. 이에 따라 96년말 현재 해외직접투자 실행잔액은 94년 이후 2년 사이에 약 2배 수준인 1백37억달러를 기록했다.최근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직접투자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대기업의 대규모투자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1980년대 중반이후 동남아지역을 중심으로 급속히 증가하던 중소기업의 해외직접투자 비중이 93년을 정점으로 줄어들고 있는 반면 전자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대기업의 대규모 해외직접투자가 급증추세를 보이고있다. 대기업의 해외직접투자비중은 금액기준으로 지난 93년의73.7%에서 지난해에는 80.7%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5백만달러 이상의 대규모투자비중도 지난 90년말 62.7%에서 96년말에는 71.9%로상승했다.투자방식도 투자위험 분산을 도모하기 위해 종래의 신규설립 방식보다는 M&A방식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에서 LG전자가 가전업체인 제니스사를, 삼성전자가 PC제조업체인 AST사를, 현대가 HDD제조업체인 심비오스로직사를, 제일제당이 종합영상소프트업체인드림사를 인수한 것이 그 예다.국내기업들이 현지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방식의 해외직접투자를 채택하는 것은 신규설립투자(greenfield investment)방식과는 달리현지의 특허권 영업권 유통조직 등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투자의 회임기간이 짧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 혹은 제품의 인지도가 높은 경우에는 광고 선전비도 절감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러한 해외직접투자내용은 과거의 저렴한 인건비를 노린 단순한 생산거점마련의 차원이 아니라 생산 마케팅 등 모든 기능을 현지에서 담당하는 현지완결형의 해외경영으로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업종별로는 제조업과 무역업의 투자가, 그리고 지역별로는 동남아와 유럽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제조업의 비중은 90년말 45.4%에서 96년말에는 56.1%로 상승하였으며, 무역업은 같은 기간중 17.6%에서 20.5%로 상승했다. 제조업중에서는조립금속 기계장비업종의 투자잔액비중이 90년말 26.4%에서 96년말에는 44.8%로 크게 높아져 주종을 이루었다.◆ 중견기업도 가세, 투자액도 급증지역별로는 북미에 대한 투자는 줄어들면서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와 유럽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북미에 대한 투자잔액비중은 90년말 47.3%에서 지난해말에는 31.4%로 줄어든 반면 동남아는30.6%에서 44.0%로, 유럽은 6.5%에서 15.2%로 각각 늘었다. 한편중국 등 동남아에 대한 투자는 현지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한 중소기업의 소규모투자가 많은데 비해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 대한 투자는 첨단기술 확보와 현지시장 진출을 위한 대기업의 대규모투자가 많이 이루어졌다.이처럼 기업들의 해외투자가 늘면서 국내산업의 공동화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기업들은 올해 해외설비투자를 지난해보다 무려 1백6%이상 늘릴 계획인 반면 국내설비투자는 지난해 보다 2.1% 감소시킬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94년의 47%, 95년의 40.4%, 96년의 21% 증가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이같은 설비투자감소는 사업구조조정과 함께 인원감축을 초래, 국내의 고용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실제로 최근 노동부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산업의 10인 이상 사업장에 근무하는 상용근로자수는 5백18만9천명으로 전년보다 0.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조업 상용근로자수는 90년대 들어계속 하향곡선을 그리며 떨어지기 시작,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무려5만명이나 줄어든 2백57만4천명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산업구조가제조업에서 서비스업 등 3차산업으로 급속히 바뀌면서 일어난 것으로 분석된다.그러나 국내기업의 해외직접투자는 세계적인 무한경쟁이라는 구도속에서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또한 해외직접투자 증대에 따른 부작용은 이를 억제할 경우에 야기되는 문제에 비해 매우 적다는 의견이다. 이들은 우리의 해외직접투자 잔액의 경상GNP에 대한 비율이 지난 90년말 0.9%에서 96년말에는 2.9%수준으로 높아졌으나 주요선진국 및 경쟁상대국들인 영국의 28.5%,미국의 10.0%, 일본의 6.0%, 싱가포르의 10.0%, 대만의 8.5%에 비해서는 여전히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한다.따라서 최근 우리나라 해외직접투자 규모가 급속히 확대되고는 있으나 산업공동화가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오히려 산업구조조정과정에서 발생한 실업자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도록 공공교육과 직업재배치훈련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조치가 더욱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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