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자본집약 분야 지원책 절실

싱가포르는 면적 6백16Km2로 서울 정도의 크기를 가진 정원 도시국가(garden city country)이다. 인구도 약 3백만명 정도밖에 안된다. 이처럼 작은 섬나라에 불과하지만 싱가포르는 넓게는 미국, 일본과 유럽의 중간에 위치하며, 좁게는 동남아의 중심센터로서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이점을 십분 활용하여 싱가포르는 작은 국토와 인구를 효율적으로활용하는데 온갖 힘을 쏟아 왔다. 특히 싱가포르가 갖추어 놓은 괘적한 도시환경, 사통팔달의 교통·정보망, 세계 일류의 금융·기업서비스, 신속한 공항·항만 통관체제 등은 미국, 유럽의 많은 다국적 기업들을 끌어 들이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는 편리한 물류시설을 활용하여 아세안 역내교역의 절반을 차지함으로써 아세안내 최대 교역파트너 자리를 확보하였다.◆ 고기술 제조업과 서비스가 양대 성장축이에 힘입어 싱가포르는 1996년말 현재 1인당 국민소득이 2만6천달러에 달하였다. 특히 선진국간의 경제협력기구인 OECD는 싱가포르를 1996년1월부터 개도국에서 졸업시키기로 결정하였다. 이때부터싱가포르는 명실상부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게 된 것이다. 싱가포르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1인당 국민소득이 2020년에는 네덜란드를, 2030년에는 미국을 추월하는 초일류 선진국 비전의 실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싱가포르는 국제기관들의 국가 및 기업 경쟁력 평가에서도 매년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 제조업은 국내 총생산에서차지하는 비중이 60년대 중반의 약 1/8 수준에서 1996년에는 약1/4 수준으로 크게 높아졌다. 이로써 제조업은 서비스 부문과 함께싱가포르 경제의 양대 성장축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90년대 이후에는 고기술·고부가가치의 전자·정보산업이 제조업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업종별로 제조업내 생산비중을 보면 전기·전자산업은 1970년의6.1%에서 1995년에는 54.5%로 크게 증대되었다. 이 가운데 전자산업은 1996년 현재 제조업 총부가가치의 43.6%, 제조업 전체고용의34.3%를 차지하는 싱가포르 최대산업이 되었다. 화학산업은 1970년의 46.5%에서 1995년에는 17.6%로 크게 떨어졌다. 화학산업은 80년대 중반까지 싱가포르 최대산업이었지만 이후로 석유정제업이 크게쇠퇴한 대신에 석유화학과 전자화학, 페인트, 도료, 접착제, 계면활성제, 향료 등 정밀화학이 급신장하고 있다.싱가포르라고 해서 선순환적인 경기상승이 계속된 것은 아니었다.싱가포르 역시 70년대 중후반, 80년대 중반, 90년대 중반에 각각심각한 경기침체를 맛보았다. 90년대 중반에는 환율강세, 사업비용증가, 전문·기술인력의 부족과 고임금화 등으로 인해 싱가포르의경제활력이 떨어지고 있다.이에 대응하여 싱가포르 정부는 1979년 「임금조정정책」을 효시로하여 1986년에는 신경제정책, 1991년부터는 21세기 선진국 진입을위한 전략경제계획(Strategic Economic Plan) 등을 통하여 산업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싱가포르에서도 독립직후에는 섬유·의류, TV조립 등 노동집약적산업활동을 촉진하여 수출증대에 주력하였었다. 그러나 70년대 중반이후 완전고용으로 노동력이 부족하고 경기침체 또한 심각해짐에따라 노동집약적 수출산업은 경쟁력이 약화되는 늪에서 헤어나지를못하였다. 이때부터 싱가포르에서는 노동집약적인 산업을 비노동집약적인 산업으로 개편하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하였다.또한 서비스 부문에 편중된 자본설비 투자와 인적자원의 재배치 등도 거론되었다. 이들 주장은 바로 1979년 「임금조정정책」의 핵심을 이루었다.1979년 고용주 협회, 노동조합, 정부의 3자 대표로 구성된 싱가포르 국가임금심의회(NWC)는 근로자의 임금을 3개년(1979~82년)에 걸쳐서 대폭 인상시켜 줄 것을 정부측에 건의하였다. 이것을 정부는근로자 임금인상정책에 즉시 반영하여 동 기간중 임금을 연간20%씩 인상하였다. 이 「임금조정정책」은 고용주가 불필요한 노동력을 감소시키고 노동력의 절약과 운영효율화를 도모하며 나아가산업설비의 투자증대와 자동화를 유도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제조업 2000계획’으로 종합적 연계 강화기술산업에 적합한 고급 기술노동력을 육성하기 위한 교육훈련계획도 새로 도입되었다. 기술산업 분야에서 컴퓨터 활용을 강화시키기위하여 국가컴퓨터청(National Computer Board)이 신설되었다. 분자생물학 연구소 설립, 선진국 생물학자 유치, 과학공원(SciencePark) 설치 등 다양한 계획을 통한 연구·개발투자 확대는 다양한분야에서 첨단 연구활동을 촉진시켰다. 싱가포르 경제는 1982~83년의 침체에 이어서 1985년에는 마이너스성장세를 보였다. 그 원인은 미국시장의 수요 감퇴, 국내 건설사업의 위축에서 비롯되었다. 석유정제, 조선 및 선박수리, 건설자재산업, 저부가·노동집약적 산업 등이 타격을 받았다. 싱가포르의고임금정책, 중앙연금기금(Central Provident Fund:CPF) 부담, 임대료 및 공공요금 인상도 기업경영을 어렵게 하였다.이에 싱가포르 정부는 1985년4월 정부, 민간, 경제단체의 대표로구성된 경제위원회(Economic Committee)가 건의한 신경제정책을 추진하여 임금인상 동결, 강제성 기금의 부담률 인하, 법인세 인하등을 조치하였다. 제조업 부문에서는 기술·자본집약 부문인 반도체, 컴퓨터, 정보산업, 생명공학, 통신 등을 중심으로 고도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연구·개발과 제품개발을 적극 지원하였다.임금인상은 생산성 증가율 이하의 수준에서 노사간 직접협상을 통해 그 인상폭을 결정하도록 하였으며 상여금, 특별급여 등 각종 생산성 유인제도를 도입하였다. 고용주의 중앙연금기금(CPF) 납입률을 당시 임금의 25%에서 향후 2년동안에는 10%로 인하해 주었다.CPF는 근로자의 정년퇴직후 타업무에 종사 또는 재고용이 불가능할때를 대비하기 위하여 1955년 7월에 설립한 법정기금 적립제도로서당초에는 월급여의 10%를 고용주와 피고용주가 반분하였다.인력공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제고, 근무연한의 연장, 외국인의 고용기회 확대도 실시하였다.싱가포르는 「주식회사 싱가포르(Singapore Incorporated)」에서「국제 싱가포르(Singapore International)」로, 다시 「무한 싱가포르(Singapore Unlimited)」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는 싱가포르가동남아의 제조·교역 중심지로부터 벗어나 세계 중심도시(globalcity)로 거듭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무한 싱가포르」의 건설은 국내 및 외국인 기업들이 싱가포르 및 주변지역에서 무한한사업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개발전략을 추진하는 것이다.그 전략 가운데 하나인 「제조업 2000계획」은 제조업부문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25%로 유지하고, 나아가 당해 산업내 또는 여타 산업과의 종합적인 연계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항공우주 산업, 석유정제 및 석유화학, 정밀화학, 의약, 전자,기계류 등의 산업육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일례로 화학산업은 석유정제, 석유화학, 정밀화학, 의약 등이 서로 연계되는 데다가 수직적으로는 원료유에서 가공제품의 공급까지, 수평적으로는 가공기술, 공장시설, 인력개발, 사회간접자본수요 등이 모두 연계되어 있다. 이들 산업 육성을 위해 싱가포르 경제개발청(EDB)은 약 6억달러의 개발기금(cluster development fund)을 설치하고 각종 산업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다음으로 「국제비즈니스센터 2000계획」은 기술, 제품, 서비스,자본, 정보의 흐름을 효율적으로 연결해 줌으로써 세계를 싱가포르로, 싱가포르를 세계로 지향하도록 하는 「국제적인 비즈니스센터」의 육성에 목표를 두고 있다. 싱가포르에 지역총괄본부(OHQ), 사업본부(BHQ), 부품의 국제조달사무소(IPO)를 설치하는 다국적 기업에는 투자 및 세제 우대, 그리고 부품조달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이외에도 「지역화 2000계획」은 싱가포르의 한정된 국내 투자기회를 여타 아세안 국가 중국 베트남 등으로 확대하여 주며 「국내 기업개발 2000계획」은 국내기업의 경쟁력 강화, 경영능력의 향상,국제화를 지원하고 있다. 싱가포르 전체를 「정보의 섬」으로 바꾸는 「정보기술 2000계획(IT 2000)」도 추진되고 있다.이처럼 싱가포르는 산업구조 개편을 통해 제조업의 고부가가치화와국제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 국내외 기업에 대한 서비스 수준을제고하며 나아가서는 주변국가로의 해외진출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따라서 아직도 선진국 문턱에서 주춤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싱가포르의 선진국 비전실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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