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웃음·율동으로 '고객 잡는다'

『즐거운 랄랄라 댄스 콘테스트입니다. 신나게 몸도 흔들고 상품도받아갈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춤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 놓치지 마세요.』 OB라거맥주가 판촉행사로 벌이고 있는 「랄랄라 댄스 콘테스트」에서 짧은 미니 스커트를 걸쳐 입는 내레이션 모델이 춤을 추면서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처음엔 쑥스러워하던 사람들도 늘씬한 내레이션 모델들의 권유를 받고 무대로 나가 몸을 흔든다. 내레이션 모델의 멘트와 댄스가 행사를 뜨겁게 달군다.서울 힐튼호텔 지하 나이트클럽 파라오. 밤 9시가 넘자 늘씬한 미녀 대여섯명이 무대를 채우고 커다란 양주 커티샥의 모형이 무대뒷면에 나타난다. 「커티샥」판촉 행사다. 미녀들은 행사를 위해고용된 내레이션 모델들. 흥겹게 춤을 추면서 행사를 진행한다. 나이트클럽을 찾은 남자에게는 좋은 눈요기거리인 셈이다.최근 상품 판매를 위해 열리는 각종 행사에서 내레이션 모델들의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제는 내레이션 모델이 없으면 행사 진행이 힘들 정도다. 삼성자동차가 자동차 브랜드를 공모하기 위해거리 곳곳에서 벌였던 판촉행사에서도 짧은 치마를 입은 늘씬한 내레이션 모델은 빠지지 않았다.◆ 현직 모델 7백~8백명선, 20~25세 대부분현재 내레이션 모델로 한번이라도 활동한 적이 있는 사람은 2천5백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모델은7백∼8백명 수준. 대부분이 20∼25세의 여성이다. 기업들이 젊은여성을 선호하기 때문에 73년 보다 생년이 앞선 여성은 거의 활동을 할 수가 없다. 내레이션 모델이 되기 위해서 특별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벤트 회사에 자신의 전신 사진을 붙인 이력서를내놓으면 이벤트 회사들이 필요할 때마다 연락을 한다. 현재 전국에 약 3백∼5백개 정도의 이벤트회사들이 난립하고 있는데 각 이벤트 회사는 1백50명 이상의 내레이션 모델의 프로필을 확보하고 있다. 물론 모델들은 여러 이벤트회사에 자신의 프로필을 넣어 두고연락이 오기를 기다린다. 연락을 받은 내레이션 모델들은 이벤트회사의 설명을 듣고 일을 할 것인지 안할 것인지 결정한다. 일을하고 싶으면 행사 주체 회사의 담당자에게 면접을 받는다. 이벤트회사는 보통 필요한 인원의 3배 가량의 내레이션 모델들을 기업에소개하고 기업들은 면접을 통해 원하는 사람들을 선별한다. 선정기준은 말할 것도 없이 키와 미모다.두산그룹의 판촉행사를 주로 대행하고 있는 이벤트회사 에이스의박채전사장은 『내레이션 모델계에서는 등급이 키와 미모로 나눠진다』며 『얼굴이나 키에서 뒤지면 기업이 잘 뽑으려 하지 않는게현실이다』라고 말한다. 일단 미모가 받쳐주면 일도 자주 들어오고자신이 원하는 일만 선별해서 할수 있지만 미모가 떨어지는 경우일이 잘 들어오지도 않고 그러다 보니 원하지 않는 일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내레이터 모델들의 특징은 고학력자들도 많다는 점. 불황으로취직하기가 힘들어지자 전문대졸이나 대졸 여성들도 내레이터 모델로 많이 지원하고 있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게 아닌데다 일이 자유롭고 상대적으로 고소득이기 때문에 신세대 여성들에게 인기를끌고 있다. 일을 할수 있는 기간이 짧다는게 단점이긴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결혼하기 전까지 하기에 가장 적당한 직업」이라며 선호하는 여성도 많다.내레이션 모델들이 받는 보수는 하루에 보통 7만∼15만원선. 몇시간 일했느냐에 관계없이 하루 단위로 일당을 받는다. 가장 보수가좋은 일은 모터쇼 행사장의 내레이터 모델. 모터쇼에서 일할 경우하루에 15만원을 받을 수 있다. 내레이션 모델들이 일당을 받아 모두 챙기는 것은 아니다. 일당 중 10∼30%는 자신을 기업에 소개해준 이벤트 회사에 소개비조로 준다. 결국 내레이터 모델 손에 떨어지는 돈은 5만∼12만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내레이션 모델은 여성의 직업으로서는 고소득 직업으로 각광받는다. 일주일에 5일 일하면 한달에 못벌어도 1백만원은 번다. 대학생 아르바이트로도 괜찮은 직업인 셈이다.박사장은 『서울 강남의 유명 나이트클럽 여자 손님 중 70%는 자칭내레이터 모델이라고 들었다』며 『유흥비로 쓰기 위해 내레이션모델을 지원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고 밝혔다.노출 심한 옷 입고 술 따르기도 같은 내레이션 모델이라고 하더라도 하는 일은 천차만별로 다르다.서울 삼성동의 코엑스 등 큰 전시장에서 활동하는 모델이 있는가하면 단란주점을 찾아다니며 남자들에게 술을 따라주며 양주 선전을 하는 모델도 있다. 내레이터 모델들이 술집이나 나이트클럽을찾아다니며 술 판촉에 이용되는 일이 잦아지다 보니 「여성의 성을상품화해서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박사장은 이에 대해 『기업 홍보와 신제품 판촉에 여성이 나와서 설명하고 행사를 진행한다고 나쁜 것만은 아니지 않느냐』며 『이미 행사 보조요원으로서 내레이터 모델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고 말했다.물론 내레이션 모델들이 지나치게 노출이 심한 옷을 입는다든지 양주 판촉을 위해 술집에 가서 술을 따라준다든지 하는 것이 문제가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내레이션 모델은 판촉요원 그 이상도그 이하도 아니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한 내레이션 모델은 『일이 자유롭고 재미있어서 하고 있다』며 『기업들의 이벤트에 필요한 직업일 뿐이지 이상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밝혔다. 내레이션 모델을 두고 여성의 상품화 운운하는 것은 너무 과민반응이아니냐는 설명이었다.★ 미니 인터뷰 / 이지선 비비드 도우미 아케데미 원장"도우미연합회 결성, 지위 향상 꾀해야"『지금은 내레이션 모델하면 젊은 여자들만 떠올리지만 앞으로는남자 내레이션 모델도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능력있는 남자 도우미를 양성하는데 저도 앞장설 계획입니다.』 비비드 도우미 아카데미(02-511-6030) 이지선(26)원장의 야무진 꿈이다. 도우미란 상품을 홍보하고 설명하는 전문 직종인데 여성 전문 직업으로만 인식되는게 안타깝다는 설명도 덧붙였다.이원장은 93년 대전 엑스포 때 한국통신의 「정보통신전」에서 활동한 엑스포 도우미 출신. 엑스포 이후 키에코(KIECO:국제 컴퓨터소프트웨어 통신 전시회)와 서울모터쇼 등 코엑스에서 열리는 큰전시회 도우미로 주로 활동해왔다. 도우미 교육기관인 도우미 아카데미를 설립한 것은 95년. 『내레이터 모델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고 있는데 전문 교육기관이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에서 설립하게됐다. 도우미가 되기 위한 교육기간은 3개월. 3개월간 말하는 법과걷는 방법, 화장법 등 도우미로서 필요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도우미 아카데미에서 현재 교육받고 있는 교육생은 23기.한 기수당 10∼15명씩 교육시켜 왔으니 지금까지 2백명 이상의 도우미들을 양성한 셈이다.이원장에게 도우미를 두고 여성을 상품 판매에 악용하는 행위라는비판의 소리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봤다. 이에 대해이원장은 『도우미는 엄연한 전문직』이라는 말로 대답을 시작했다. 『엑스포 이후 도우미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이제 기업 행사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됐습니다. 하나의 전문직으로 자리를잡은 셈이지요. 지금은 젊은 여성이 주로 도우미로 활동하다 보니여성을 판매에 이용하는 상술이라는 비판도 받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것입니다. 주부가 주로 사용하는 가전제품의 경우 주부 도우미가, 남자가 주로 사용하는 면도기 같은 제품은 남자 도우미가 젊은여성보다는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기업들도 깨닫게 될 것으로 봅니다.』이원장은 현재 도우미 교육과 기업에 도우미들을 소개해주는 활동만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벤트 전체를 총괄하는 전문 이벤트 기획자로 나서고 싶다고 말한다. 이벤트에 필요한 도우미는 물론 행사장비와 소도구까지 일괄적으로 공급하고 행사의 기본 방향까지도제시하는 기획자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이원장은 또 『하루빨리도우미 연합회를 결성해 도우미들의 지위를 향상하는데도 일익을담당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