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춘시장 4조원…거래자 2백만명

여자들이 몸을 팔아 돈을 버는 행위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는매춘. 나라에 따라 다르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죄악시하는 풍조가 우세하다. 법적으로도 분명히 금지하고 있다. 매춘부 뿐만 아니라 사창가를 찾는 사람도 법의 심판을 받게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에 매춘은 엄연히 존재한다. 어디를 가든 어렵지 않게 매춘부를 만나고 여자를 살 수 있다. 일부에서는 양성화를 주장하기도하지만 아직은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대구에서 외국인 관광객 유치 차원에서 성인위락지구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여성단체들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한목소리로 반대했던 사실이 이를여실히 증명한다. 당시 대구시의 구상은 각계의 반대여론에 밀려제대로 논의도 못해보고 초기에 완전 백지화됐다.경제적인 측면에서 볼 때 매춘의 특성은 대부분 아주 은밀히 거래된다는 점이다. 분명 소비자도 있고 수요자도 있지만 사회의 한 구석에서 비밀리에 사고 판다. 매춘 자체가 불법인데다 개인적인 수치심 때문이다. 매춘의 현황을 파악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것도 이런 특성에서 비롯된다. 더욱이 정부는 물론이고 어느 단체에서도정확한 자료를 갖고 있지 못하다. 다만 각 연구보고서나 여성단체의 통계치에 의존해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해볼 수 있을 뿐이다.◆ 대학생 30% 사창가 가봤다지난 80년대말 한국여자기독교청년회는 매춘에 종사하는 여성이 대략 1백20만명쯤 되는 것으로 집계한 적이 있다. 이 단체는 당시 실제 매춘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향락업소의 수가 약 30~40만개로 추정된다며 이런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약간 다른 의견도 있다. 지난해 국내의 매춘문제를 연구해 발표한 서원대 박종성 교수는 여러 해에 걸쳐 연구분석한 결과 매춘여성의 수가 대략65만~7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여성들이 종사하고 있는 업태의 성격 혹은 특정업태(성적 서비스업을 비공개적으로 병행하는 것으로 사회적으로 인정된 경우)의 서비스 내용을 토대로 업소의 숫자와 평균종사자를 근거로해 산출한 수치다. 그러나 박교수는 이는 어디까지나 향락업소에서 일하며 몸을파는 것으로 예상되는 여성만을 대상으로 삼은 수치라고 말한다.만약 한국여자기독교청년회처럼 매춘부의 개념을 단란주점 등 일반업소에서 일하며 틈틈이 매춘을 하는 사람으로까지 확대할 경우 그숫자는 1백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양쪽에서 제시하는 수치에 약 20만명의 차이가 난다. 물론 조사한 시점이하나는 80년대말이고, 또 다른 하나는 96년으로 시간적으로도 약간다르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매춘부의 수가 대략 1백만명쯤 된다는 데에는 별다른 이의를 달지 않는다. 어림잡아 그 정도는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얼핏 보아도 엄청난 숫자임에 틀림없다.공급자가 있다는 것은 역으로 수요자가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할 수있다. 1백만명의 공급자가 존재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를 소비할만한 소비자가 있다는 의미로 볼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앞서의박교수는 하루에 공급자와 비슷한 수치인 대략 1백만명이 성을 사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들 소비자의 연령이나 직업도 아주 다양하다. 청량리에서 매춘업소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예전에는 자영업자와 직장인들이 많이 찾았으나 요즘에는 대학생들의 모습도 많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과외 아르바이트 등으로 대학생들의주머니가 두둑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얼마전한 여론조사에서 대학생들 가운데 약 30%가 사창가에 가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고 발표한 사실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매춘실태와 관련해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매춘시장의 규모다. 향락업소 업주들이 세금신고를 위해 스스로 밝히는 외형은 약3조2천억원. 그러나 이 수치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업주들자신도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인정한다. 세금문제와변태영업 등으로 정확한 실적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 극도로 꺼리기때문이다. 그렇다면 매춘의 외형은 얼마로 보아야 할 것인가. 우선 전문가들은 국내 향락업소의 매출이 대략 40조원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업주들의 상당수가 통상 수입의 10% 정도만을 신고하는데다 무허가와 변태영업을 하는 업소의 매출을 합칠 경우 이 정도는 된다는 설명이다. 이 가운데 매춘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로 액수로는 4조원에 달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거대한 대기업이 한해 동안 벌어들이는 수입과 맞먹는 액수다.◆ 매춘부 61% 돈벌기 위해 스스로 뛰어들었다현재 국내의 매춘루트는 워낙 광범위한 분야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를 간단하게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공급 측면에서 크게두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전문적으로 매춘만을 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일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아르바이트식으로 하는 경우다. 한가지 주목할만한 점은 최근 들어 전문 매춘업소는 정체상태를 보이는 반면 룸살롱이나 단란주점 등에서 영업시간이 끝난후 성을 파는 행위는 크게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 만큼 성을 사고파는 것 자체가 쉽게 이루어지고 있다고도 볼수 있는 대목이다. 성산업의 근본적인 실태를파악해 어떤 식으로든 새로운 유형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설득력을 얻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어쨌든 성은 이제 도저히 그대로 덮어둘 수만은 없는 상태로 치닫고 있다.매춘만을 전문으로 하는 사창가가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서울과 부산, 대구,광주 등 대도시는 물론이고 웬만한 도시에는 사창가가 집단적으로형성돼 있는 상황이다. 업계의 집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약1백30여개쯤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가장 많은 곳은 역시 미군부대가 몰려 있는 경기도로 20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 다음은 서울로 전국 최대의 섹스타운을 형성하고 있는 청량리를비롯해 미아리, 천호동, 영등포 등 10여군데에서 영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밖에 강원도에 8곳, 부산에 7곳이 있고 제주도에도 2곳이 있다. 전문종사자수도 만만치 않다. 보통 하나의 사창가에는 매춘업소가 대략 적게는 10여개에서 많게는 1백50개까지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그 지역의 특성과 경제력에 따라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그리고 업소당 종사하는 매춘부 수는 대략 4명~12명 정도. 국내의 전업 매춘부수가 약 3만명쯤 된다는 사실도 이런 수치에서 나온다.그러나 정작 놀라운 것은 다른 데 있다. 바로 매춘여성이 되는 과정과 이들의 수입이다. 과거 매춘부들은 대부분 비정상적 방법으로일을 시작했다. 인신매매에 걸려들거나 소개자의 속임수로 어쩔 수없이 발을 담그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80년대 한때 인신매매가 엄청난 사회문제로 떠올랐던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업소 주인들은 요즘은 제발로 찾아오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입을 모은다. 현실적으로 이제는 억지로 데려올 수 없을 뿐더러 스스로 뛰어드는 경우가많아 그럴 필요도 없다는 설명이다. 몇년전 한국여성개발원이 발표한 매춘부에 대한 의식조사 결과에서도 이는 분명히 드러난다. 자료에 따르면 왜 윤락행위를 시작했는가 하는 질문에 조사대상자의61%가 돈을 벌기 위해 스스로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또 아는 사람의 유혹(16%) 또는 호기심이나 별 생각없이(11%)라는 의견도 적지않았다. 반면 나머지 12%만이 인신매매나 성폭력 등으로 일을 시작했다고 대답, 변화된 세태를 반영했다.매춘부들의 수입도 아주 놀랄 만하다. 개인에 따라 약간씩 차이는나지만 이들은 하루에 평균 10명 안팎의 손님을 받는 것이 보통이다. 많은 경우 15명 이상도 상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손님 1인당 받는 화대는 보통 6만원. 결국 한사람당 하루에평균 60여만원의 수입을 올리는 셈이다. 장소를 제공하는 업소주인과는 보통 6대4나 5대5로 나눈다. 어림잡아 하루에 20~30만원을 번다는 얘기가 된다. 한달에 보통 25일을 일하므로 결과적으로 월수입이 6백~7백만원은 족히 된다는 얘기다. 설문조사에서 돈을 벌기위해 스스로 뛰어들었다는 얘기가 실감나고 실로 젊은 여성의 한달수입치고는 엄청난 액수임에 틀림없다. 이들과 관련,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요즘엔 출퇴근을 하는 여성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는점이다. 지난해 서울시가 매춘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보면 약 65%가 집에서 출퇴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직장인들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성, 시간·공간 제약 받지않고 거래된다매춘이 우리의 생활 깊숙이 파고들어와 있음은 성이 시간과 공간의제약을 거의 안받고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여실히 증명된다.현실적으로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성을 살수 있는 시대를 맞고있는 것이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곳이 전국적으로 널려있는 룸살롱이다. 일인당 술값이 20~30만원에서 많게는 1백여만원에 이를 정도로 지나치게 비싸지만 맘껏 놀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손님들의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불황 바람을 타고 일부에서 문을 닫는사례도 있지만 강남 등지에 위치한 호화판 룸살롱은 여전히 호황을누리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소비를 자제하자는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수요자가 꾸준히 찾아온다는 얘기다. 특히 이들 업소에서는 속칭 2차라고 부르는 방식으로 매춘을 공공연히 조장하고 있다.요즘 크게 늘고 있는 단란주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당초 건전한음주문화를 정착시킨다는 목적 아래 등장한 단란주점이 룸살롱의영업방식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매춘을 부추기고 있다. 접대부를 고용해 술시중을 들게 하고 때로는 매춘까지도 서슴지 않고 있다. 아예 숙박업소와 연결해 조직적으로 매춘을 조장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술값도 룸살롱에 비해 결코 싸지 않다. 이름만 다를 뿐 룸살롱과 구분이 안간다는 것이 고객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보건복지부의집계에 따르면 이런 단란주점만도 전국에 2만여개쯤 있는 것으로알려지고 있다. 이밖에 매춘을 알선하거나 조장하는 업소는 무수히많다. 여성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에는 십중팔구 매춘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아도 무리는 아니다. 퇴폐이발소나 티켓다방은 이제 고전에 가깝다. 새로운 것이 아니면 눈길조차 끌지 못할 정도다. 사우나나 안마시술소 등도 사정은 비슷하다. 가히 매춘공화국을 방불케 하고 있다.국내의 매춘실태는 분명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특정한 기준없이팽창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이다. 성이 지나치게 상품화되고, 여기에 청소년이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이유에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논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행위만 있고 토론은 없는 아주 기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매춘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견이 크게 엇갈린다.도대체 타협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에서도 팔짱만 끼고방관자적 입장에서 쳐다만 보고 있다. 지난해 1월 남녀 모두를 처벌하는 방향으로 윤락행위방지법을 손질하면서 짐짓 적극적으로 개입할 자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요즘은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지금도 아직 때는 늦지 않았다고 말한다. 각계각층이 매춘문제에 대한 진정한 해결책이 뭔지 가면을 벗고 진지하게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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