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노골화…청각 어필도 많아

광고의 홍수시대다. 어디에나 광고가 넘쳐난다. TV를 봐도 신문을읽어도 영화를 봐도 심지어 지하철에서나 거리를 오갈 때조차도 광고는 곳곳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이렇게 많은 광고 속에서 어떻게 사람들의 시선을 끌 것인가 하는 문제는 모든 광고인들의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소비자의 눈길 한번 끄는 것이 지상 최대의 과제다 보니 광고인들은 갖가지 아이디어와 수단을 동원한다. 섹스어필 광고도 어떻게하면 소비자 관심을 끌어볼까 하는 원론적인 문제에서 출발한다.의식주 다음으로 인간에게 가장 원초적인 성에 호소, 호기심을 자극하자는게 섹스어필 광고의 목적이다. 성적인 이미지로 주의를 환기시키는 광고는 모두 섹스어필 광고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다.성을 수단으로 삼는 대부분의 산업이나 문화가 사회로부터 비난을받듯 섹스어필 광고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광고는 대중매체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기 싫어도 「피할 수 없다」는 특징을 갖는다. 그러다 보니 청소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며 각종 규제와 비난이 따르기 일쑤다.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섹스어필 광고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흔히섹스어필 광고는 남녀의 벗은 모습이나 남녀가 성교를 나누는 듯한이미지를 불러일으키는 광고라고만 생각하기 쉽다. 「시각」적으로성을 자극하는 광고에 국한시키기가 쉽다는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시각적인 면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유럽 일본에 비해 훨씬섹스어필 부분에서는 뒤진다. 유교적인 사상이 남아있는데다 TV광고의 경우 사전에 심의를 받기 때문에 함부로 에로틱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시각효과를 창출할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주로 이용되는 수단이 「말」이다. 말로 성적인 이미지를 주는 것이다.◆ 감각에 호소하는 상품, 섹스어필광고 효과가장 흔하게 꼽히는 예가 「못 생겨도 맛은 좋아」라는 옛날에 나왔던 초콜릿 광고다. 인간의 원초적 본능인 성을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인 식욕에 비유한 것이다. 「세번만 꼭 눌러 주세요(대우초간편)」 「입고 할까, 벗고 할까(라미화장품 야채팩)」 「흔들어주세요(써니텐)」 등도 청각적으로 섹스어필하는 광고로 꼽힌다.언어로 섹스어필하는 광고는 지금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TV를켜놓고 화면은 보지 않고 광고 멘트만 듣고 있노라면 은밀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말들이 귀를 간지럽힌다. 「강한 걸로채워주세요(이맥스)」 「딱딱하니까 좋구나(모 침대 광고)」「물오른 여자(에바스 마레)」「색을 밝혀봐(태평양 라네즈)」「작아도강하니까 좋다(트라스트)」「오래가는 건 따로 있었네/오래가니까좋긴 좋구나(모 전구광고)」 등등.이 문구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만 듣기에 따라선 성적인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그렇다고 광고인들이 섹스어필을목적으로 카피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제일기획의 민병운국장은 『별 생각없이 제품 특성에 맞게 카피를 만들었는데 받아들이는 소비자들이 성적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말이나 문장이 복합적이고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야하게들으려고만 하면 얼마든지 그렇게 들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라미화장품이 지난해 내보냈던 트윈케이크 광고가 대표적이다. 광고 속에 김희선과 친구가 만나 얘기를 나누는 내용인데 대충 이렇다. 「너 안했지」「아냐 했어」「안한 것 같은데」「정말 했다니까」. 라미화장품의 트윈케이크가 얇게 잘 발라져 마치 안 바른 것처럼 보인다는 의미에서 만들어낸 카피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너 (그 사람하고 섹스) 안했지」라고 받아들이기도 한다는 말이다. 청각적인 섹스어필은 듣기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기 때문에심의에서도 잘 걸리지 않는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결국 섹스어필에 대한 대부분의 규제는 시각적인 부분으로 한정된다. 그러다 보니 시각적인 섹스어필 광고는 국내에서 표현하기가힘들다. 표현에 제한이 많다보니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에 비해 수준도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LG애드의 김원규국장은 『패션제품 같이 이성보다는 감각에 호소해야 하는 상품의 경우 말로 표현하는것보다 감각적인 영상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라며 『선진국의 경우 이런 제품에는 대부분 섹스어필한 이미지를 이용한다』고 밝혔다.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예가 드문 편이다. 심의 규제도 까다롭고 유교적인 분위기와 여성단체들의 「여성을 상품화한다」는 식의 비난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국내에서는 섹스어필한 영상을 만들어내기가 어려운게 사실이다.김국장은 『외국 향수 광고의 경우 남녀가 거의 나체로 등장하는데예술 사진을 보는 것처럼 아름답다』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종이의 질이나 사진기술 인쇄기술 등이 뒤떨어져 이런 장면을 만든다해도 멋있게 보이기 보다는 천박하게 보이기 십상이다』라고 지적했다.물론 우리나라에서도 패션제품과 화장품을 중심으로 감각적인 영상으로 성적인 상상력을 자극하는 광고가 늘어나고 있다.섹스어필한 이미지 표현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선두주자는 역시 패션회사의 상품 카탈로그. 패션 카탈로그에 남녀가 키스하는 장면,남녀의 성애를 연상시키는 사진, 여성의 선정적인 포즈가 실리는것은 이제 특이한 일도 아니다. TV에도 꽤 선정적인 장면이 등장하고 있다. LG패션의 신사복 마에스트로의 경우 세계적인 모델 신디 크로포드가 란제리 하나 걸친차림으로 나와 섹시한 포즈로 화면을 채운다. 금강제화의 지오다니광고에서는 얇은 옷을 걸친 남녀가 침대에서 뒹구는 모습이 그대로나온다.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광고도 자극적이다. 두 남녀가 거의나체로 하얀 이불 속에서 뒹굴며 서로 아이스크림을 먹여 준다.◆ 동성애의 경우 금기시남녀 간의 에로틱한 분위기에 대해서는 그동안 규제가 많이 완화됐지만 아직까지 동성애에 대해서는 엄격하다. 라미화장품 카타리나지오의 경우 동성애를 상상하게 한다해서 제재를 받았다. 두 명의여자 모델이 서로를 바라보다가 한 여자가 상대편 여자에게 「네가남자였음 좋겠어」라고 말하는 카피가 동성애를 의미한다 해서 삭제된 것이다. 같은 섹스어필 광고라도 이성애는 괜찮지만 동성애표현은 사회적으로 용납이 안된다는 논리다.LG애드의 김국장은 『우리나라 광고 경향이 유럽이나 미국을 쫓아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섹스어필 광고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섹스어필 광고라 해서 성을 상품화한다느니 하는 비판만 하지말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여유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컵에 담긴 맥주를 여자의 늘씬한 다리로 표현한 뒤 「맥주, 처음보세요」라는 카피를 넣은 광고는 여성을 상품화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기에는 너무 재치있고 재미있다. 자동차의 예쁜 뒷모습을 여자의 엉덩이에 비유, 자동차와 여자 엉덩이를 나란히 제시하는 외국 자동차 광고도 깜찍하다. 이런 정도의 광고라면 유쾌한 성적 농담으로 받아 넘길 수 있는 넉넉함도 필요하다. 저질스런 섹스어필광고는 시장의 기능에 의해 자연스레 배척을 받게 된다. 상품 전략과 맞지 않는 섹스어필 광고는 상품 이미지를 나쁘게 만들기 때문에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결국 소비자 수준이 높아져야 광고수준도 높아진다. 광고인들은 소비자 수준에 맞는 광고를 만들 때광고효과가 가장 크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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