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하 성상품 대량생산ㆍ소비

명제1. 성은 억압이라고 많은 사람들은 생각한다. 심지어 프로이트같은 사람들은 억압이야말로 문화의 동력이라고까지 생각하고 있다. 성은 분명 억압으로서 인간에게 다가온다. 그러나 억압의 유형은 어디까지나 시대적 산물이다.명제2. 사람들이 사고하는 버릇중 하나는 누구든 과거에 대해서는대단히 관용적이라는 점인데 이는 성에 관한 일반적인 태도에서도마찬가지다. 물론 비단 성만이 억압당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현실을 악으로 생각하고 과거는 모두 선으로 채워졌다고 생각하는버릇이 있다. 에덴동산에 관한 전설은 물론이고 대부분 민족의 신화들은 과거에위대한 영웅들의 시대가 있었노라고 회상하고 있다. 일부일처제에다 엄격한 도덕적 기준을 받아들이고 있는 시장경제의 시대를 사는대부분의 사람들이 「과거에는 사람들이 도덕적으로도 순진무구했는데 요즘에 와서 타락했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면 이상한 일이다. 반드시 현대에 와서 성이 타락한 것은 아니다.물론 시장경제적 특성이 강화되어 나타나는 현상은 있을 것이다.역사상 오늘날 만큼 대량생산적이며 소비의 전면적인 평준화가 이루어진 시대가 없었다고 본다면 성 역시 대량 생산적이며 보편적으로 소비하는 상품 중의 하나가 되어 있음도 분명할 것이다. 그런점에서 시장경제하에서의 성풍속은 보다 특수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명제3. 그러나 역시 성은 보편적이라기 보다는 특수한 상황에 종속하는 것이다. 부자들의 성이 따로 있고 가난한 자들의 성이 따로있다. 그것은 마치 하부구조가 상부구조를 결정한다고 말하는 것과같이 결정적인 면이 없지 않아 있다. 그래서 이 틀이 깨졌을 때 우리는 이를 화제로 삼는 것이다. 공장제 노동이 한창 발달했던 19세기말에서 20세기초에 이르면 많은 공장들이 종업원의 결혼을 금지시키고 있다. 이유는 분명한 것으로 종업원들이 가정을 가지게 되면 이는 임금인상 압박요인으로작용한다고 사용자들은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점은 시장경제의 고동소리가 울려퍼지기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성의 소비시대, 자유에 따른 방종 노출하나의 실례를 들어보자. 독일의 유명한 보험회사 도이치 푀닉스사는 1895년에 「젊은 사원들의 결혼이 놀랄정도로 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혼자서밖에 생활할 수 없도록 월급이 적다. 불충분한 수입으로 가정을 꾸리겠다는 결심은 비참한 결과를 초래한다.빈곤과 비참이 찾아와 돈에 대한 걱정은 피할수 없다. 그런 사원은가정에 대한 걱정때문에 회사일을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할수 없다. 그들은 그런 무분별한 결혼의 결과 회사에 대해 끊임없이 임금의 인상을 요구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회사는 결혼을 희망하는 사원들이 그들의 결혼을 미리 회사에 문서로 보고하고 회사가 그를계속 고용할 것인지 어떨지를 심사숙고할 수 있도록 해주기를 바란다. 이는 명령이다」라며 사원들을 향한 포고문을 발표했다.명제4. 성의 윤리관도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반복적인 리듬을 갖고있다. 특히 경제의 흐름은 성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예를들어 어떤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여자들의 유방에집요한 관심을 갖고 있지만 또 다른 시대가 되면 늘씬한 다리에 감상의 포인트를 두게 된다. 튼튼한 엉덩이에 주된 관심을 표명하는시대가 있는가 하면 창백한 얼굴과 가녀린 손목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시대가 있다. 아름다움은 물론 보편적 가치처럼 보이지만 무엇을 아름답게 보느냐는 문제로 오면 역시 시대에 따라 다르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성풍속 역시 경기의 흐름처럼 변해간다. 무엇이 정당하냐는 것은아마도 평가하는 자가 속한 시대에 따라 다를 것이다.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한 연구들이 되어있다. 노인이 되고나면 연애는 대개 관념적인 것이 되고 만다. 그러나 젊은이들의 사랑엔 힘이 넘친다. 젊은이들은 유방이며 엉덩이같은 강력하고도 건강한 것을 추구하지만 늙은이가 되면 이제는 좋은 말로 관조적이 되고 무기력해져 관념적이며 퇴폐적으로 변하게마련이다. 경제가 성장과정에 있고 새로운 시대가 힘찬 고동소리를울리게 되면 시대는 젊은이와 같이 강한 것을 추구하게 되고 이런시대에서는 유방이 관심의 대상이 된다. 경제가 성숙기를 지나 노쇠하게 되면, 특히 하나의 체제가 망하는 시점이 되면 이제 시대상은 퇴폐주의로 물들게 된다.이런 현상은 반복된다. 흔히 스커트의 길이와 경기를 비교해서 말하는 속설이 있지만 어느정도 진실을 담고 있다. 자신감이 넘쳐흐를 때 여인들은 도발적인 미니스커트를 입게된다. 경기가 침체의늪을 헤매게 되면 역시 치마는 길어지고 모든 것은 가리워져 어두운 색조를 띠게 된다. 결국 성은 시대적 특성을 갖는 것일 뿐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섣불리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20세기말의 이 거대한 「성의 소비시대」가 지나면 어떤 성모럴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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