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배터리 없으면 무선통신 '불통'

「일본이 2차전지(재충전배터리) 수출을 중단하면 한국의 무선통신시스템이 흔들린다.」결코 과장된 농담이 아니다. 국내 무선통신 단말기 10대중 9대가일본산 2차전지를 사용하고 있어서다. 대표적 무선통신단말기인 셀룰러폰(휴대폰) PCS(개인휴대통신) 발신전용휴대전화(CT-2) 무선전화 등을 작동하는데 필요한 전력원은 거의 일본에서 들어온다. 국내 2차전지 수요는 95년말 현재 연간 5천6백만개로 일본산 2차전지가 88%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수입금액으로 표시하면 모두 1억4천8백만달러 어치로 니켈카드뮴전지가 6천만달러, 니켈수소전지와 리튬이온전지 등이 8천8백만달러를 차지한다. 지난해부터2차전지중 성능이 다소 떨어지는 니켈카드뮴 전지의 수입은 점차줄어드는 대신 셀룰러폰이나 PCS에 들어갈 리튬이온전지와 니켈수소전지는 95년에 비해 두배 이상 늘었다. 앞으로도 연평균 15% 이상의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주된 수입업체는 삼성전자 삼성물산LG상사 LG화학 현대종합상사 (주)대우 등으로 휴대폰이나 PCS를 직접 또는 계열사를 통해 생산·시판하기 위해 2차전지를 수입하고있다.이같은 현실에서 일본이 2차전지의 수출을 금지한다면 국내 무선통신 단말기의 작동이 거의 중단된다는 얘기가 결코 과장이 아님을알수 있다.◆ 일본, 세계 리튬이온전지시장 사실상 독점국내 무선통신단말기 제조업체들이 일본산 2차전지만 사용하는 것은 국내제품이 일본제품에 비해 가격과 기술면에서 도저히 경쟁상대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2차전지는 무선통신 단말기의 「소형화경량화」의 실현여부를 좌우하는 관건이지만 국내기술로는 단말기메이커나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지적이다. 리튬이온전지를 예로 들면 일본을 100으로 했을 때 국내의 2차전지 첨단연구 진전수준은 14, 가격대응력 및 제품개발력은 14, 연구원 수준18, 상용화 수준은 10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산 제품이국내 2차전지시장을 독식하다시피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반응이다.실제로 LG전자가 6월초 디지털 휴대폰중 국내 최경량제품으로 내놓은 「프리웨이 SP 1000」도 1백52g의 중량중 절반을 차지하는 건전지의 무게를 줄임으로써 가능했다. 문제는 여기에 들어가는 리튬이온전지가 산요와 도시바제품이라는 점.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는 PCS단말기에도 일본산 3.6V 리튬이온전지를 사용한다.심지어 모토롤라사의 무선통신 단말기에도 일본산 2차전지가 장착된다. 모토롤라사가 지난해 야심작으로 내놓은 「STARTAC 6000」에는 니켈수소전지가, 「STARTAC VIP」에는 리튬이온전지가 들어간다. 건전지의 중량을 28g으로 줄여 88g의 초경량 휴대폰을 생산할수 있었다고 밝힌다.물론 일본산이 무선단말기용 2차전지시장을 독식하는 것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본은 전세계 니켈수소전지시장의 90%, 리튬이온전지시장은 거의 1백%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자랑한다.그렇다고 국내업체가 2천년 1백억달러로 추산되는 세계 2차전지 시장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태일정밀이나 삼성전관 로케트전기 등도2차전지개발에 나섰다. 태일정밀은 50여억원을 투자해서 미국의 폴리스터사와 공동으로 리튬이온전지를 개발했다. 이 회사는 현재 월15만개의 리튬이온전지를 파일러트생산중이며 오는 9월 양산라인을설치한다는 계획이다. 늦어도 올해말부터는 월 30만셀의 2차전지를대량생산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삼성전관도 일본 유아사와 기술제휴협정을 맺고 니켈수소전지 개발에 나섰으나 아직까지 만족할만한성과는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태일정밀의 박상권 이사는 『품질에서는 일본제품에 별로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평을 듣고 있어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가는 올해말부터는 일본업체와 좋은 승부를 기대해도 좋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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