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 먹고 먹히는 시대 온다

「통신빅뱅」. 일본 산업계서 일어나고 있는 큰 변화중의 하나다.통신시장 개방과 기술의 발전으로 통신사업자간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됨에 따라 새로운 서비스와 통신업계의 합종연횡이 활발하게이뤄진다는 내용이다.일본 통신업계의 합종연횡은 지난 5월말 일본텔레콤과 ITJ(일본국제통신)가 합병을 공식적으로 발표함에 따라 본격화됐다. 10월부터유효하게 될 이번 합병으로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국내, 국제통신두 분야를 모두 포괄하는 통신사업자가 탄생하게 된다.일본텔레콤과 ITJ의 합병은 곧바로 이동전화부문에 영향을 줘 휴대전화사업자인 DDI셀룰러그룹(교세라 계열)과 IDO(도요타자동차 계열)도 차세대 휴대전화에서 제휴관계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나머지 3개 업체, 즉 일본 통신의 디지털폰, 디지털츠카, 츠카 등 3개사도 결합을 시도해 일본에 3개 이동통신그룹이 만들어질 전망이다.특히 DDI셀룰러그룹과 IDO의 제휴는 모기업인 교세라와 도요타계열의 장거리·국제전화사업자간의 제휴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 일본 통신업계의 대재편이 이어질 전망이다. 국제, 시외, 시내, 무선등 사업영역이 깨짐에 따라 일본통신업자들은 「전방위경쟁」을 벌여야 하는 「총력전시대」에 접어든 것이다.이런 일본 통신업체들의 재편 움직임은 구미 통신업체의 대형화와 국제통신시장 자유화라는 무한경쟁의 높은 파고에서 살아남기 위한움직임이다.국제통신시장의 무한경쟁의 충격파는 1996년 11월 영국의 BT(브리티시텔레콤)와 미국 장거리전화회사인 MCI의 합병 「콘서트」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BT와 MCI의 합병으로 4백2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세계 최대의 통신기업이 탄생했다. BT와 MCI의 합병은 이미유럽연합의 승인을 받은 상태이고 올해 말 미국 법무부와 FCC(미연방통신위원회)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도이치텔레콤(DT)과 프랑스텔레콤(FT)도 미국 3위의 장거리전화업체인 스프린트에 10%씩 출자해 「글로벌원」을 결성해 브리티시텔레콤과 AT&T와 함께 세계시장의 제패를 노리고 있다.AT&T도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지는 않았다. 미국 지역전화회사인SBC와의 합병추진이 그것이다. SBC는 올초 또 다른 지역전화회사인팩텔을 합병해 지역전화회사로서는 미국 최대규모로 성장한 회사다.1천5백억달러 규모의 이번 합병이 성사된다면 연 매출액 약8백50억달러에 직원 23만명, 미국내 장거리 전화 시장의 약 60%와지역 전화 시장의 25%를 점유하는 초거대기업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AT&T와 SBC가 합병할지 아니면 단순한 루머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AT&T의 합병파트너는 SBC가 아니라 GTE일수도 있다는 설도 있다. 어느쪽이 진실이든 국제통신시장은 거대한3개 사업자가 나눠 갖는 형국으로 나가고 있음이 분명하다.◆ 통신업계 재개편, ‘총력전시대’ 개막WTO기본통신협상의 개방일정에 따라야 하는 국내 통신시장도 격변의 현장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국내 통신시장은 오랜기간 「쇄국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개방이 본격화하기 전에 통신사업자들의체질을 강화할 필요성에 의해 서둘러 두차례에 걸쳐 40여개의 신규사업자를 선정했고 시내전화를 제외한 모든 분야의 요금을 자율화하기로 했다.기술의 발전과 새로운 사업자의 출현은 과도한 경쟁을 촉발할 것이고 경쟁은 필연적으로 합병으로 이어진다.국내 통신업계에서 M&A가 가장 유력한 분야는 32개 업체가 생존경쟁을 벌이는 무선통신분야.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되는 통신사업이지만 「거위가 황금알을 낳기」까지 들여야 하는 조단위의막대한 선투자비용과 다수의 사업자들이 벌이는 치열한 경쟁으로수년간의 적자를 견뎌내지 못하는 기업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특히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의 경우 올연말께 PCS사업자들이 서비스에 들어가기 전 가입자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가능한 방법을모두 동원할 것이고 현재 10초당 24원(신세기), 28원(SK텔레콤)하는 요금을 20~21원 수준으로 크게 낮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기존 이동전화 요금이 이처럼 크게 내려가면 PCS사업자들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어렵게 된다.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한 「단말기구입 보조정책」도 후발주자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일본의 경우 단말기가격이 1엔으로 굳어져있고 미국은 아예 단말기를 무료로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에서도 단말기의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하는 중인데 1년전만 해도70만~90만원하던 단말기가 9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따라서 1조2천여억원을 시설비로 선투자해야 하는 PCS사업자들의경우 낮은 요금수준에다 단말기가격보조정책으로 단기적으로 수익구조가 악화돼 손익분기점이 영업후 7~8년이나 걸리게 되면 자금력이 약한 기업은 M&A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국내통신기업들의 M&A가 어떤 형태로 이뤄질까」이다. 우선 「반SK텔레콤연합」의 가능성을 들수 있다. 일본에서 NTT도코모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교세라계열의 DDI셀룰러와 도요타자동차계열의 IDO가 제휴한 것처럼 이동전화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SK텔레콤을 견제하기 위해 나머지 4개사중에서 제휴하는 기업이 나올수있다.◆ 통신시장 개방, 해외시장 진출기회로 삼아야이동전화 5사중 자금력이 약한 1~2개 업체가 M&A될 것이란 전망도있다. 2000년에는 가입자수가 1천2백만명으로 포화상태에 이르게되면 후발업체인 PCS 3사중 적자규모를 감당하지 못하는 회사가 합병될 것이란 내용이다. 그러나 통신업체간 M&A설은 이론적으로는 설득력을 지니고 있지만통신사업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섣부른 감도 없지않다. SK텔레콤은 선경그룹이, 신세기통신은 포철과 코오롱이, 한통프리텔은 한국통신이 , LG텔레콤은 LG그룹이 , 한솔PCS는 한솔그룹이 버티고있다. 자금력이나 경영능력에서 모두 무시할 수 없는 기업들이다.특히 국내 재벌그룹 계열기업이 다른 재벌기업들에 인수합병되는예는 극히 드물어 이동전화 5개사간 인수합병가능성은 현재의 상황으로는 희박하다. 더구나 PCS 3사 모두 수년간 적자를 감내할 각오아래 참여한 사업인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다만 이동전화사업과정에서 그룹존폐의 문제가 걸릴만큼 누적 적자폭이 심화되거나 그룹자체가 현금흐름이 악화돼 그룹규모를 줄여야하는 상황에 직면한다면 인수합병이 가시화될 수 있다.개방은 외국기업이 국내통신시장에 들어올 기회이지만 국내기업의해외시장 진출기회이기도 하다. 해외 통신사업의 경쟁상대는 매출규모가 10조원 단위인 AT&T, BT, DT등과 같은 글로벌기업들이다.국내통신기업간 또다른 합병가능성을 말할수 있는 대목이다.통신기업간 인수합병에 대해서는 여러 가설만이 난무하지만 한가지유효한 기준은 「3자의 법칙(Rule of Three)」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70~90%를 장악하는 대형업체 3개사와 틈새시장을 확보하는다수의 소규모기업들로 구분된다는 이론이다.「3자의 법칙」은 통신업계에도 그대로 적용해 볼수 있다. 이 가설은 세계통신시장을 AT&T의 「월드파트너」, BT와 MCI의 「콘서트」, DT·FT·스프린트의 「글로벌원」이 3분하고 있는 현실이 뒷받침해주고 있다.일본통신시장도 「3자의 원칙」에 따라 NTT, JR계열, DDI계열 등으로 판도를 구분할 수 있다.한국통신시장 역시 「3자의 법칙」에 의해 「위」 「오」 「촉」의「3분천하」가 될 가능성이 많다.여기서 위나라는 말할 것도 없이 한국통신이고 오나라는 새롭게 시내전화사업권을 확보하게된 하나로통신. 한국통신시장은 아직「3분천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촉나라는 등장하지 못했지만 유비가 평정하기 전의 「촉땅」으로는 SK텔레콤이 유력하다.「통신삼국지」에 변수는 많다. 이동전화사업자, 회선임대사업자,TRS, 무선데이터통신, 시외전화 등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호족」들이 어느편에 가담하는가에 따라 「통신삼국지」의 지형이 달라질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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