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미비·운영미숙으로 힘 못쓴다

「통신산업의 사법기관」.통신위원회는 이렇게 불린다. 통신사업자의 불공정행위나 통신사업자간의 불공정행위를 다루는 최고위 기구이기 때문이다. 통신사업자가 일단 허가만 받고 난뒤 문제가 생기면 허가권자인 정보통신부는 제쳐두고 여기에 갖고와서 풀어야 할 정도의 권한을 갖고 있다.그러나 이 위원회가 제기능을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권한을 행사하는데 필요한 조직이 갖춰지지 않은데다 실제 운영에서도 문제점이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통신위원회는 지난 91년 전기통신기본법 개정때 처음 설치됐다. 그다음해 3월 첫회의가 열린 이래 지난 5월26일까지 25차례 열려 통신사업자 허가방법결정및 선정, 한국통신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제재등을 심의하고 손해배상에 대한 결정도 내리는 역할을 해왔다.위원은 법조계 공무원 민간전문가 등 9인이내로 구성하도록 돼있으며 정보통신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공무원위원) 또는위촉(민간인 위원)한다. 현재는 윤승영변호사가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위원은 법조계의 이건웅변호사(전 고법판사), 공무원으로 김용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총장, 민간인으로는 박정식 서울대교수 김길창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이천표 통신개발연구원장 양승택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 등 6인이다.◆ 불공정행위에 대한 제재권한 강화통신위원회의 기능은 지난해 12월 개정된 전기통신기본법에 따라통신사업에 대한 규제기능이 대폭 강화됐다. 대신 이전에 해오던통신정책에 관한 자문기능은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에 넘겨줬다.정부가 이처럼 통신위원회 기능을 강화한 것은 통신서비스산업의환경변화 때문.지난해 6월 신규통신사업자를 대거 선정한데 이어올해도 제2시내전화를 비롯한 신규통신사업자를 허가하면서 통신사업이 경쟁체제에 접어들었다는게 가장 큰 변화이다.이에따라 통신사업자간의 분쟁이 증가하고 이 분쟁은 정부가 직접 처리하기보다는 준사법적 기능을 갖는 독립적 합의체 조직이 중립적인 입장에서맡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내렸다.세계무역기구(WTO)기본통신협상 타결도 한 요인이다.여기서는 통신사업의 경쟁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독립적 규제기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통신사업에 대한 규제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이에따라 통신위원회는 통신사업에 관한 막강한 규제기관으로서의지위를 갖게 됐다.통신사업자간의 분쟁을 다른 기관에 앞서 우선적으로 처리하며 통신사업자의 불공정경쟁행위를 제재할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다.이를 위해 필요한 각종 기준을 심의할수 있어 제한적이나마 입법활동에도 참여할수 있다.통신서비스산업에 관한한 재계의 경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와 엇비슷한 기능을 한다.분쟁해결에서는 업무범위가 크게 확대됐다. 지금까지는 설비제공상호접속에 관한 협정체결만을 다뤘으나 이제는 전기통신사업에 관한 모든 분쟁으로 넓어졌다. 통신사업자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제재권한이 강화됐다.불공정행위에 대한 제재권한의 강화도 또하나의 특징이다. 불공정여부에 대한 시장감시기능과 직권조사기능을 가진 것도 눈에 띄는대목이다. 지금까지는 통신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의 불공정행위를정통부에 신고해야 조사에 나설수 있었으나 이제는 정통부 장관이불공정행위를 인지하면 바로 통신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할수 있도록돼있다. 불공정행위에 대한 제재의 실효성을 높일수 있는 수단도마련했다. 불공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명령할수 있고 정통부장관의 징계요구및 형사고발,법위반사실 공표나 사과광고 등에 대한심의기능을 갖고 있다.위상도 크게 높아졌다. 독립된 기구로서 지위를 확보해 중립성과투명성을 확보할수 있게 됐다. 이를 뒷받침할수 있도록 상임위원과독자적인 사무국도 두기로 했다. 아직 총무처와의 직제협의 때문에정식 발족이 늦어지고 있지만 상임위원과 사무국을 두면 조사활동을 정부부처에 대해 독립적으로 할수 있게된다.종전의 정통부장관의 시정명령 절차를 생략해 분쟁이 생겼을 때 통신위원회에 직접해결을 신청할수도 있게 됐다.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이 이뤄지면 통신위원회권한은 더욱 막강해진다. 통신사업자의 요금을 좌우할수 있기 때문이다. 정통부는 최근 시내전화요금을 제외한 모든 통신요금에 대한규제를 신고제로 전환, 요금을 통신사업자가 자유롭게 정할수 있도록 했다. 대신 지배적 사업자가 요금을 지나치게 낮춰 신설 경쟁사업자가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약탈적 요금규제 권한을 통신위원회에 주기로 했다. 통신위원회는 통신사업자의 회계장부를 보고 그 요금이 적정한지를 평가하고 시정의 필요성을 판단한다.통신위원회가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지만 제기능을 다하지못하는 것은 우선 조직부재 때문. 개정법이 지난 1월 시행됐으나넉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상임위원과 사무국을 갖추지 못한 탓이다.현재 정보통신부는 1급상임위원 1명과 사무국장밑에 3개 과를 갖는사무국 직제안을 마련해 총무처와 협의하고 있으나 공무원 정원동결 방침에 걸려 전혀 진척이 없는 상태이다. 이때문에 통신사업자가 신고한 10여건의 불공정행위 신고를 전혀 처리하지 못하고 있으며 공정경쟁 여건 마련에 필요한 각종 기준도 만들지 못한 실정이다.사무국 등 조직이 제대로 갖춰져도 통신위원회가 제기능을 하기는어렵다는 지적이다.우선 조직이 작아 업무를 제시간에 또 정확하게처리할수 있을지 의문이란 것이다. 현재 정통부가 마련한 직제안에서는 인력을 20여명정도로 잡고 있다. 업무범위가 다르지만 미국FCC가 9실 6국에 모두 1천8백여명을 두고 있는데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고있다. 더구나 기술 회계등 분야별 전문가를확보하는 것은 상상조차 힘든 실정이다. 전문지식을 외부에서 구할수밖에 없어 정확한 평가와 판단을 제시간에 내놓기 힘든 구조이다.◆ 조직규모 늘리고 전문인력 확보해야일처리를 더디게 만드는 요인은 정통부와 통신위원회 간의 복잡한업무분장에도 도사리고 있다. 불공정행위에 대한 조사와 재제를 통신위원회와 정통부가 나눠맡고 있다. 정통부는 통신사업자가 불공정행위를 신고해오면 통신위원회에 조사를 시킨다. 조사결과를 받아 시정명령 등의 처분안은 다시 정통부가 마련한다. 그렇다고 정통부가 곧바로 집행할수는 없다. 또다시 통신위원회에 넘겨 심의를받은뒤 최종 결정한다. 서너차례에 걸쳐 정통부와 통신위원회를 오가는 구조이다.또하나의 결정적인 결함은 통신사업의 출발점인 사업자허가에 대해전혀 권한이 없다는 점이다. 통신사업에대한 규제의 출발점인 허가권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수 없다면 사업에 대한 규제의 효력은 반감할 수밖에없다.또 위원들의 문제도 거론된다.초기에는 대부분 참석했으나 시간이지날수록 참석률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94년 이후에는 대부분8명중 3명이 불참했으며 지난95년2월의 13차회의에는 4명만이 참석, 겨우 의결정족수를 채운 적도 있었다.이와관련 전문가들은 통신위원회의 조직규모를 대폭 늘리는 한편기술및 회계등 규제기능에 필요한 전문인력을 확보할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분쟁처리절차를 일원화,신고에서부터 조사, 제재까지 통신위원회가 담당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제시한다. 과도적인 조치로 제재권만 정통부가 갖는 방안도 거론하고 있다. 이와함께 통신사업자 허가에 관련된 정책심의 기능의 부활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외국 통신산업규제기관독립·준독립·행정기관 등 3가지외국의 통신산업에 대한 규제기관은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눠진다.첫째는 독립적인 위원회가 통신에 관한 모든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가 대표적이다. 둘째는 준독립적인 규제기관을 둔 경우로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가 여기에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정부부처인 통신주관청이 규제권을 행사하는 유형으로 우리나라를 비롯, 일본 등이 채택하고 있다.미국은 통신산업에 대한 규제가 크게 2개기관에 나눠져 있다. 독립된 규제기구의 전형으로 불리는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무선통신사업자와 방송국, 장거리및 국제통신에 대한 규제를 담당하며 시내전화는 각 주의 공익위원회(PUC)가 맡고있다.FCC는 무선통신및 방송에 대한 허가권, 장거리 국제전화분야의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요금규제 상호접속조건규제 주파수사용통제, 방송관련규칙설정및 집행, 케이블TV사업자 업무영역통제 등을 담당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주파수를 사용하는 통신및 방송에 관한 모든 권한을 갖고 있다. PUC는 시내전화에 대해 FCC와 유사한 권한을갖고있다. 허가권 요금규제 시내전화및 케이블TV사업자 업무규제등이다.영국은 통신정책수립은 무역산업성(DTI)이 담당하면서 규제전문기관으로 전기통신청(OFTEL)을 두고 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전기통신청이 무역산업성으로부터 많은 권한을 위임받아 통신부문의 정책및 규제를 주도하고 있다.무역산업성은 통신사업자의 면허부여와 주파수관리만 담당하고 자가설비보유사업자 등 종별 통신사업자 면허부여와 표준설정및 감독, 지배적 사업자인 브리티시텔레콤(BT)에 대한 요금규제 등을 전기통신청에 넘겨줬다. 방송에 관해서는 독립TV위원회(ITC)가 담당한다.호주도 영국과 엇비슷한 구조로 돼있다. 정책이나 공중사업자의 면허 등은 통신예술성(DOCA)이, 표준설정 요금규제 등은 산하의 전기통신청(AUSTEL)이 나눠 맞고 있다.정부부처가 모든 권한을 가진 규제제도를 채택한 나라는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이다. 일본은 우정성이, 프랑스는 우전통산산업부가, 독일은 연방우전성이 정책과 규제를 모두 담당한다. 정책수립과 규제에 관련된 여러 위원회를 두고 민간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도 공통된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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