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개업체 사운 건 '한판승부'

기술발전에 따른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과 경쟁업체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무선통신시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버리기에는아까운 「계륵」으로 전락했다.이동전화와 무선호출이 호령하던 통신서비스 시장에는 현재 개인휴대통신(PCS) 발신전용휴대전화(시티폰), 무선데이터통신 등 경쟁서비스가 등장해 칼날을 번뜩이고 있다.더 나아가 SK텔레콤, 신세기통신, 서울 및 나래이동통신 등 015무선호출사업자들이 쥐고있던 시장에 지난해 한국통신프리텔등 PCS3사, 아남텔레콤 등 TRS사업자, 에어미디어 등 3개 무선데이터통신사업자, 해피텔레콤 등 제3무선호출사업자들이 진입했다. 또 지난13일 선정된 신규업체를 합해 무선통신업체가 모두 32개로 늘어났다.이에따라 이들 신규업체들은 좁은 국내시장을 놓고 기존 업체와 사운을 건 한판승부를 벌여야할 판이다. 「통신서비스 업체도 망할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현재 가장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서비스는 단연 이동전화와PCS. 지난 7일 현재 이동전화가입자수는 총 4백11만9천여명에 달했다. 가입자가 하루평균 1만2천명씩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정말 놀라운 속도이다. 이런 상황이니 PCS업체들이 군침을 흘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와함께 디지털이동전화의 경우 지난해 1월 서비스가 개시된지1년5개월만인 지난 7일 가입자가 2백만2천명에 달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과거의 아날로그 방식보다는 디지털 방식을 훨씬 선호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디지털방식의 PCS서비스를 제공할 업체들에는 희망적인 반응이다.그러나 이같은 이동전화의 「호황」이 PCS업체들을 조급하게 만들고 있다. 예상과는 달리 이동전화업체들이 이같은 추세로 연말까지가입자를 끌어모을 경우 이동전화가입자가 6백50여만명에 달해PCS에 가입할 잠재고객이 고갈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이에따라 PCS업체들은 이동전화업체에 대한 포문을 열었다. 지난5월 일간지에 실린 3사의 공동광고를 통해 PCS가 통화품질은 물론부가서비스면에서 디지털이동전화를 압도하므로 서비스가 개시되는연말까지 기다려달라며 노골적으로 가입자확보에 나선 것. 이동전화업체들이 당연히 발끈하고 나섰다.이들은 디지털이동전화와 PCS는 동일한 CDMA(부호분할다중접속)방식을 사용하고 이동전화가 전파안정성이 높은 8백MHz의 전파를사용하는데 비해 PCS는 전파손실이 큰 1.8GHz대의 전파를 사용하므로 오히려 통화품질은 이동전화가 낫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로인해이동전화업체와 PCS업체간의 사활을 건 품질논쟁은 더욱 열기를 더하고 있다. PCS서비스가 시작되는 연말까지 이같은 논쟁이 계속돼더나은 고객서비스로 이어질 전망이다.◆ 물류·운송분야의 TRS경쟁도 ‘화끈’이와함께 이용요금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견제도 치열하다. 이동전화분야의 지배적사업자인 SK텔레콤이 빠르면 오는 8월부터 스스로요금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됨에따라 저렴한 요금으로 시장공략에 나설 계획을 세웠던 PCS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SK텔레콤의 이동전화요금은 기본료 2만1천원에 10초당 28원. PCS업체들은SK텔레콤의 절반정도인 1만원의 기본료에 10초당 18원의 요금을 받겠다고 계획을 세웠으나 최근 설비투자비의 증가로 인해 요금을20원이상으로 올려야하는 입장에 처했다.이같은 상황에서 SK텔레콤이 이동전화요금을 과감히 깎아내리면PCS요금이 자칫 이동전화요금과 비슷해질 수도 있다는 사실에 숨죽이고 있다.이동전화와 PCS간의 치열한 경쟁 와중에 지난 3월20일 서비스가 시작된 시티폰이 지난 7일 현재 22만여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며 틈새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시티폰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대학생 등 젊은층을 공략하고 있어 이동전화와 PCS업체들에는 「눈엣가시」가 되고 있는 상황.이동전화와 함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또다른 분야는 TRS.한국통신의 자회사인 한국TRS가 독점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온 무풍지대였던 이 시장에 전국사업자인 아남텔레콤과 서울TRS 등 5개지방사업자가 지난해 발을 들여놓았다. 이에따라 물류·운송분야를주요고객으로 하고 있는 TRS시장의 대결구도가 한국TRS, 아남텔레콤, 지방사업자연합 등 3파전으로 굳혀졌다. 특히 아남텔레콤과 지방사업자들은 오는 11월 상용서비스를 개시해 먼저 경쟁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TRS를 녹아웃시킨 다음 양진영의 대결구도로 굳혀갈심산이어서 전에는 보지못한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또 수도권의 무선호출시장에는 돌풍이 몰아치고 있으며 부산·경남지역의 무선호출시장도 태풍의 영향권에 들었다.수도권 제3무선호출사업자인 해피텔레콤은 지난 5월1일 시장에 진입한이후 SK텔레콤 서울이동통신 나래이동통신등과 선전을 벌이는중이다.이 회사는 지난 7일 현재 가입자 5만여명을 확보했으며 최근 하루2천여명의 신규가입자들을 확보하는등 약진을 거듭하고 있어 기존3사에 위협적인 존재로 떠올랐다. 이같은 약진의 발판은 국내에 처음 선보인 고속무선호출서비스. 이 서비스는 기존의 1천2백bps보다빠른 6천4백bps의 속도로 호출신호를 송신함으로써 높은 수신율과더많은 정보전달량을 자랑하는 것이 특징. 또 건전지의 수명을 기존보다 3배이상 긴 3개월이상으로 늘려줌으로써 가입자의 호응을얻고 있다.◆ 이동통신기기, 정보기기로 탈바꿈할 듯SK텔레콤과 부일이동통신 등 2사가 양분하고 있는 부산·경남지역의 무선호출시장에는 제3사업자가 신규로 진입했다. 신규사업자는고속무선호출서비스와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할예정이어서 해피텔레콤과 같은 약진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이같은 업체간의 경쟁과 함께 서비스간의 경쟁도 움트고 있다.나래이동통신이 최근 시티폰을 이용해 PC통신에 접속할 수 있도록하는 링커를 개발, 노트북과 시티폰을 연결해 PC통신을 이용할 수있도록 했다. 또 PCS업체들은 PCS단말기를 통해 인터넷등에 접속할수 있는 부가서비스를 초기부터 제공할 계획이고 이동전화업체도뒤따를 전망이다. 음성서비스만을 제공하는 이동통신기기가 정보기기로 탈바꿈하는 새로운 정보문화시대를 열어 제칠 날도 멀지 않았다는 뜻이다.이와함께 무선데이터통신을 선보일 에어미디어 한세텔레콤 인텍크텔레콤 등 3사는 TRS사업자와 연계함으로써 단순한 데이터통신을넘어 음성서비스까지 제공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 서비스간의 경쟁에 불을 댕길 것으로 보인다.이같은 업체간의 경쟁과 함께 차세대 이동통신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경쟁도 물밑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한국통신, SK텔레콤, 데이콤, 한국통신프리텔등 PCS 3사 삼성전자LG정보통신 등이 모두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기술은 광대역CDMA(W-CDMA). 기존 디지털이동전화에 사용되는 기술은협대역CDMA(N-CDMA)로 대역폭이 1.23MHz에 불과해 동영상과 같은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 없어 멀티미디어서비스 제공에는 적합하지않다. 반면 W-CDMA는 대역폭이 동영상등을 처리하는데 충분한5MHz로 멀티미디어서비스를 완벽히 구현할 수 있는 꿈의 기술이다.W-CDMA를 기반으로하는 기술은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무선으로 시내전화망을 건설하는데 사용될 무선가입자망(WLL) 등 다양하다. IMT-2000은 이동통신의 최종 결정판이고 WLL은 가정에 멀티미디어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장 이상적인 기술이라는 점에서 이동통신의 패권을 노리는 업체들의 목표이다. 루슨트테크놀러지 모토롤라 노던텔레콤 퀄컴등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기업들이 최근W-CDMA 개발에 힘을 합치고 나선 것은 W-CDMA의 중요성을 대변해주는 사례.국내업체들은 또 내년부터 몰려올 외국업체들과도 힘겨운 싸움을벌여야할 것으로 전망된다.이동전화 2사와 PCS 3사 등 5개업체중 2개업체는 쓰러질 수밖에 없으며 이들은 외국업체의 M&A대상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국내업체를 인수한 외국업체들이 우월한 서비스와 영업노하우를 앞세워국내시장을 무차별 공략, 진정한 경쟁의 시대를 열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전방위 경쟁으로인한 무선통신시장의 대변혁이 성큼성큼 다가오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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