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업종 교류 '배움의 장'으로 활용을

기업인들이 주축이 되는 모임이 활성화되고 있다. 예전에는 잘 알려진 모임이라고 해야 라이온스클럽이나 로타리클럽처럼 비교적 오랜 역사를 가진 몇몇 모임들이 고작이었다.그런데 요사이는 다양한 목적이나 이름을 내건 모임들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 모임은 기업인들을 중심으로 사회활동에 여념이 없을 정도로 바쁜 사람들이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식사를 겸하는 모임들은 이제 기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문화로자리잡아가고 있다고 볼수 있다.분주한 기업인들에게 이같은 모임이 활성화되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어떤 사회든지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중요하다. 특히 한국 사회가 학연이나 지연, 그리고 혈연 등이 얽히고 설킨 관계로 이루어져 있음을 생각할 때 사람들 사이의 관계란 기업계에 몸담고 있는사람들에게 그 어느 것보다도 귀중한 자산이다.옛날에 비해 사정이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이 땅에서 기업을 하는사람들에게 순수한 경제논리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물론 그 빈도는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말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기업인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어 인맥을 만드는 일이 우선순위에서 앞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물론 인맥만들기가 기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모임을 갖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는 인맥만들기가 중요한 목적 가운데 하나였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을것이다.그런데 최근들어서는 이같은 우선순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생각이 든다. 우선 괄목할만한 변화는 단순한 친목모임을 탈피해서구체적으로 어떤 목적을 추구하는 포럼형태를 띤 모임이 늘어나고있다. 뿐만 아니라 비슷한 과제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과제해결을 위한 성격을 지닌 모임들도 만들어지고 있다.최근 몇년 사이에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것은 점점 세상의 변화속도가 빨라지고 정보의 양과 질이 한 개인이 소화하기에는 무리할 정도로 폭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인들이 가진 시간은 제한되어 있고 시간을 요구하는 데는 날로 늘어나고 있다.이같은 상황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기업인이라면 시간이나 모임의투자 수익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투자 수익률을 높인다는 사실은 모임을 적극적이고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을것이다.어떻게 하면 모임의 투자수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인가. 모임은 정보와 지식을 교환하는 장소이자 더욱 넓게는 배움과 학습의 장소로적극적으로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대부분의 기업인들은 항상 분주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에차분하게 시간을 갖고 독서 등을 통해서 지식을 축적할 여유를 가지기가 쉽지 않다.이런 모임에서 듣게 되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나전망들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바쁜 시간 속 ‘인맥 만들기’ 우선순위특히 기업인들에게 타인으로부터 들어서 배우는 이학(耳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친 법이 없다고 하겠다.그런데 이런 모임에 강사로 빈번히 참여하는 어느 분은 『한국인들은 나이가 젊은 학생이나 나이가 든 학생이나 간에 질문에 무척 인색하기 때문에 선생하기가 무척 편하다』는 코멘트를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그만큼 듣는 강의에 대해 이해의 강도를 높일 수 있고 여기서 한걸음 나아가 전문가들에게서 직접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갖고 있다. 단순히 수동적으로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탈피해서 적극적으로 들어서 배우는 것을 생활화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다음으로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로 이루어지는 이업종간의 모임은 자신의 분야에 함몰되어 분주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의외로 사업 기회나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모임마다 추구하는 바가 있겠지만 어떤 모임이든지간에 다양한 경험과 지식이 융합되어 참가자들에게 배움과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운영되어 나가야 한다. 참가자들은 역시 귀중한 시간의 막대한 기회비용을 생각하여 모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야 할것이다.★ 인터뷰 / 이종철 푸른회 회장"각계 인사 알게 돼 많은 도움 된다"재벌 2, 3세 모임으로 알려진 푸른회의 이종철 회장. 비료회사인(주)풍농의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는 그는 지난 1월부터 모임의 회장을 맡아 열성적으로 뛰고 있다. 나이가 가장 많아 회장자리에 앉았다는 그는 특히 푸른회가 재벌 2, 3세 모임으로 비쳐지는 것에대해 아주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경영연구회의 회원으로도활동하는 등 2개의 재계모임에 이름을 걸어두고 있는 이회장을 만나 푸른회를 포함한 재계모임에 대한 그의 입장을 들어보았다.▶ 푸른회에는 언제부터 참여했는가.지난 95년에 들어가 지금까지 약 2년여 동안 모임의 멤버로 할동하고 있다.▶ 모임은 어떤 식으로 운영하고 있는가.한달에 한번씩 주제를 정해 외부강사의 강연을 듣는다. 강사는 회원들과 상의해 결정하고 강의주제는 강사에게 맡긴다. 이번 6월에는 송자 전연세대 총장을 초청해 강연을 들었고 다음달에는 신바람건강법으로 유명한 황수관 연세대의대 교수가 참석할 예정이다. 다만 8월은 휴가철이라 모임이 없고 12월에는 부부동반으로 만난다.▶ 모임에 대한 회원들의 반응은 어떤가.어느 모임이든 열성파가 있는 반면 참석이 뜸한 사람들도 있지 않겠는가. 우리 모임도 마찬가지다. 대략 모일 때마다 50여명 가운데25명 내외가 참석한다.▶ 모임의 경비는 어떻게 조달하는가.회원들한테 회비를 모아 꾸려가고 있다. 올해의 경우 1인당 연간70만원을 받고 있다. 다행히 큰 돈이 드는 행사가 거의 없어 별 어려움 없이 운영하고 있다. 회비는 주로 매월 한 번 모일 때 드는식사비와 장소사용료로 사용한다. 또 일부는 초청강사 선물구입비로 쓴다.두개의 모임에 동시에 참여하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그런 것은 없다. 다만 상황이 그렇게 되었을 뿐이다. 93년 경영연구회에 먼저 들어갔고 2년전 친구 소개로 푸른회에 가입하게 됐다.▶ 시간적으로 벅차지는 않은가.물론 시간이 부족하다. 특히 회사일로 바쁠 때는 모이는 날짜를 까먹는 경우도 허다하다. 푸른회는 회장이니까 꼭 챙길 수밖에 없지만 경영연구회에는 자주 나가지 못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모임보다는 회사가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회사가 있고 그 다음에 모임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다른 회원들도 사정은 비슷하다고 본다.대체적으로 모임의 출석률이 그다지 높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고 생각한다.▶ 푸른회가 재벌 2, 3세 모임이라는 일반인들의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모임의 면면을 보면 알겠지만 각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이 만나 관심사를 논하는 개인적인모임일 뿐이다. 굳이 모임의 성격을 말한다면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두루 모이므로 이업종교류의 한 형태라고 할수 있을것이다.▶ 한보파동과 김현철 비리사건으로 재벌 2, 3세들이 개인적인 모임을갖는 것에 대해 일반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데.잘 알고 있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모임 자체는 아주순수하다는 점이다. 물론 일부 회원들이 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차원의일이다. 모임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회원 가운데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있다고 해서 모임 전체를 매도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돈많은 재벌가 사람들이 모인다는 점에서 정치권과 유착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데.전혀 그렇지 않다. 나도 2개의 모임에 가입해 있어 모임이 운영되는 시스템을 잘 알고 있지만 정치권과 가까이 지낼 기회조차 없다.단지 식사하고 세미나를 여는 정도로 다른 일을 할 여유가 별로 없다. 특히 다들 바쁘다보니 모임이 끝나고 술 한잔 할 시간도 별로없는 상황이다. 만약에 굳이 정치권에 로비를 하고 싶다면 다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할수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모임을 통해서 로비를 하면 더 번거로울 것이다.▶ 재계 인사들에게 사적인 모임이 꼭 필요하다고 보는가.반드시 모임에 나가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나의 경우를 보면많은 도움이 되는 것같다. 특히 모임 자체가 세미나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놓쳐버리는 것을 보충하는데 그만이다.또 모임을 갖다보면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알게 돼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회원 뿐만 아니라 그들의 친구들도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어 아주 좋다. 사람 만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지 않겠는가.▶ 현재 참여하고 있는 모임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모든 회원들이 친하게 지냈으면 더할 나위없이 좋겠다. 사실 모임이라는 것은 보통 시간이 흐르면서 회원들의 면면이 바뀌게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 회원들 사이가 서먹서먹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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