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제·비공개…가계 권위자 강연

재벌 2, 3세 모임은 공통점이 많다. 구성원의 신분이 비슷한데다나이도 40대 전후반으로 거의 같다. 모임의 성격이나 운영방식도하나 같이 닮은 꼴이다. 추구하는 목적도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약간씩 다르지만 넓은 의미에서 보면 일맥상통하는 점이 많다. 한 부모 밑에서 태어나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형제를 연상시킬정도다.참석자들의 설명을 토대로 재벌 2, 3세 모임의 현장스토리를 지상에 옮겨본다.재벌 2, 3세들이 이끄는 모임은 아주 은밀하게 열린다. 외부에 모임 자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다른 재계모임이 세를 과시하듯 떠들썩하게 열리는 것과는 크게 대조를 이루는부분이다. 회원이 아니면 접근하기도 쉽지 않다. 모임 장소가 극비리에 부쳐져 외부에 잘 공개되지 않는데다 설사 알려지더라도 철저하게 회원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들어가 구경할 수도 없다. 실제로이전에 일부 언론사에서 현장취재를 하기 위해 모임이 열리는 장소에 접근했다가 말도 못붙이고 그 자리에서 쫓겨나는 해프닝이 연출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재벌 2, 3세 모임이 지나치게 폐쇄적이라는 느낌을 줄 정도로 비밀리에 열리는데 대해 관계자들은 한마디로사적인 모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개인적으로 모이는만큼 굳이 외부에 공개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얘기다.◆ 주로 호텔이용 회동재벌2, 3세 모임은 매달 모이는 날짜가 정해져 있는 것이 보통이다. 어떤 원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매달 첫째주나 둘째주의 특정한 요일에 만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모임의 전체적인 업무는 회장이 총괄한다. 일반 모임의 경우 총무가 있어 전체적으로 챙기지만이 모임에서는 대부분 회장이 결정해 추진한다. 심지어 장소를 섭외하고 모임에서 강연할 강사를 선정하는 것도 회장의 몫이다. 부회장이 있긴 하지만 그저 명예직에 지나지 않는다. 별도의 사무실을 두고 있는 것은 YPO뿐이고 나머지 모임들은 회장 소속사의 비서실에서 연락병 역할을 한다.모이는 시간은 이른 아침이나 퇴근후가 이용된다. 만나면 일단 식사를 하고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눈 후 본론격인 세미나를 연다. 주제는 회장이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한다. 강사는 기본적으로각 분야의 권위자 가운데 섭외해 결정한다. 송자 전연세대 총장(명지대 총장 내정자),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 등이 특히 인기있는외부강사로 꼽힌다. 최근에는 허진호 아이네트 사장 등 정보통신분야 전문가를 부르는 일도 잦아졌다. 하지만 때로는 아주 파격적인(?) 인사를 초빙해 강연을 듣기도 한다. 바로 자신들의 윗세대인원로급 재계인사를 부르는 것이다. 이에 따라 어떤 경우에는 아버지가 강사로 나오고 아들이 강연을 경청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는 후문이다. 이런 자리에서는 주로 기업경영과 관련된 경영노하우가 집중적으로 전수된다.모임의 장소로는 주로 호텔이 이용된다. 만나기가 편한데다 세미나를 하기에 적당한 시설을 갖추고 있는 까닭이다. 지리적인 이유를감안해 서울의 한가운데에 있는 호텔신라를 찾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그러나 이따금은 음식점에 모이기도 한다. 세미나가 열리지 않을 때는 호텔 대신 음식점에 모여 정보를 교환하고 기업경영에 대한 얘기를 나눈다. 모임이 끝난 후 2차를 가는 경우는 별로 없다.일부 회원들의 경우 따로 남아 자리를 옮겨 술을 마시기도 하지만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특히 아침시간에 모이는 모임은 자리를 이동해가며 또 다시 모이기는 시간상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후문이다.모임의 분위기는 비교적 묵직하지만 회원들 끼리의 친밀도는 상당히 높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설명이다. 이는 회원들의 대부분이 학교동창이거나 함께 유학을 했던 인연이 있는 친구 사이이기 때문이다. 특히 신입회원의 경우 대부분이 이전부터 참여해온 사람이 회장단에 추천해 가입하는 까닭에 어느 모임보다 쉽게 적응한다. 물론 이때 입회가 거부되는 일은 거의 없다. 회원자격이 그다지 까다롭지 않기 때문이다. YPO가 나이제한(만 44세 미만)을 두는 등 약간 까다로울 뿐 나머지 모임은 웬만한 경제계 인사면 누구든 가입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한 사람이두개의 모임에 참여하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이다. 몸은 하나지만두개의 모임을 오가며 뛰고있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현재 YPO 회장으로 있는 문대원 코리아제록스 부회장의 경우 경영연구회 멤버로도 활동하고 있다. 특히 그는 한때 경영연구회 회장을 맡는 등 두 모임에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 김석준 쌍용그룹 회장,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 이재관 새한미디어 사장, 김윤 삼양사 사장 등은 YPO 외에 크림슨포럼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밖에 푸른회를 이끌고 있는 이종철 풍농 부사장은 경영연구회의 회원이기도 하다. 이들은 대부분 주변 사람들의 권유로 2개의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임의 전체적 업무는 회장 총괄재벌 2, 3세 모임은 정기적인 월례회 외에 가급적 다른 활동은 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자신들만이 모여 관심사를 논하고 정보를 나누는 셈이다. 각 대학 중심의 경영대학원 모임이나 업종별 최고경영자 모임 등이 정기적으로 장학금을 기부하고 이따금씩 자선활동을 하는 것과 구별되는 대목이다. 다만 국제적인 조직인 YPO는 본연의 임무인 부족한 경험을 보충한다는 차원에서 대외활동을 한다.물론 그래봐야 자신들만의 행사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이들 모임의또 하나 특징적인 점은 소식지도 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회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두툼한 소식지 하나 쯤은 낼 것 같지만 실은그렇지 않은 셈이다. 역시 YPO만 3개월에 한번꼴로 주로 회원들의동정을 다루는 자그마한 책자를 발행할 뿐이다.보통 재벌들이 모이는 자리에는 정경유착이니 입찰비리니 하는 부정적인 말이 따라다니는 일이 많다. 어쩔 수 없는 재계의 얼룩진역사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지금 시점에서 이런 문제가 완전히 없어졌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도 없다. 여전히 한구석에서 불법행위가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올해 들어 줄줄이 터진 한보비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하지만 이는 어찌보면 자업자득이라고 할수있다. 재벌 2, 3세 모임에 대해 일부에서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않고 있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재벌들이 수십명씩 떼지어 모이는만큼 뭔가 구린 구석이 있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많다.그러나 이런 의혹들을 모임 현장에서 찾아보기는 힘들다. 또 모임자체가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굴러가는 까닭에 모임을 갖는 중간에 회원들끼리 불미스런 거래를 하기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회원들의 주장이다. 물론 여기서 회원들이 개별적으로접촉을 하면서 인맥을 구성해 로비를 하거나 고급정보를 빼내는 일에 대해서는 불가항력적이라는 입장이다.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건전한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설명이다. 한마리의 물고기가 전체 물을 흐리는 경우를 전혀 배제할 수는 없으나 모임 전체를 도매값으로 매도해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모임의 열기는 생각만큼 높지 않다. 매번 참석하는 열성파도 있지만 대개 출석률이 50%를 넘지 않는다. 회원이 50여명인 YPO나 푸른회도 20명 남짓 나오는 정도다. 회원만도 1백명이 넘는 매머드 단체인 경영연구회도 원래 수가 많아서 그렇지 출석률은 신통치 않다. 모임의 탈퇴는 전적으로 회원들의 의사에 달려있다. 들어오는과정이 그렇게 까다롭지 않은만큼 나가는 것도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 개인적인 이유로 빠지고 싶으면 회장에게 구두로 탈퇴의 뜻을전하면 된다. 그러나 일부 회원들은 일방적으로 장기간 나오지 않아 자동적으로 모임에서 제적(?)되는 경우도 있다. 학교처럼 철저하게 관리하지는 않지만 전체를 위해 열의가 없다고 판단되는 회원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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