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리 자금 앞세워 '인해전술'

「이러다간 외국계 유통업체들에 다 먹힌다」.국내 유통업체들이 외국계 유통업체들의 공격 경영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경기 불황과 자금난으로 점포 확장을 주춤하고 있는 사이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할인점들이 빠르게 점포를늘리며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프랑스계 할인점인 한국까르푸는 3년 후인 2000년까지 전국에 20개이상의 할인점을 개점하기로 하고 최근 자본금을 1천9백30억원에서8천억원으로 4배 이상 늘렸다. 까르푸의 현재 매장수는 부천 중동과 일산 대전점 등 3개. 까르푸는 내년 3월에 인천 계산점, 내년하반기에 분당점과 안양점을 잇달아 개장하고 99년초에는 인천 구월점과 부산점을 열어 99년초까지 매장 수를 8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이후의 점포 확장을 위해 이미 대구와 부산 광주 대전 인천등 대도시 10여곳에 부지까지 확보해 놓았다.네덜란드계 할인점 마크로와 합작회사인 한국마크로도 연내에 자본금을 6백50억원에서 8백억원으로 늘리고 99년까지 10개의 매장을추가로 개점하기로 했다. 올 8∼9월에 분당 남부점과 대전점을 여는 것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부산점과 대구점을 오픈할 계획.국내 업체 매각시 외국사에 넘어갈 가능성도이에 반해 국내 유통업체들은 경기불황에다 유통업체들의 잇단 부도, 자금난 등이 겹쳐 점포 확장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유통산업에 신규 진입하는 삼성이나 대우 등 대기업의 경우 유통산업에 2∼3조원을 투자, 점포를 확장하겠다고 선포하고 있지만 이는 일부에지나지 않는다. 매년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려오던 뉴코아도 올 하반기의 출점계획을 모두 내년으로 미룬 상태다.외국 업체들의 공격 경영에 대해 국내 업체들은 『외국 유통업체들은 우리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외국계 유통업체들이 외국의 저리 자금을 통해 쉽게 매장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 반면 국내 유통업체들은 금융 부담이 너무 높아 점포 확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외국계 유통업체들이 빌려 쓰는 자금의 금리는 보통 연리 5%선. 이에비해 국내 유통업체들이 빌려다 쓰는 국내 제 1금융권의 대출금리는 12∼13%선이다.신세계백화점의 박주성부장은 『국내 유통업체의 경우 적게는 연간매출액의 1.5∼3%를, 외부 차입 규모가 큰 업체의 경우에는 매출액의 7∼8%까지를 은행이자로 지불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부장은또 『국내 업체들은 안 그래도 유통 노하우나 정보 시스템면에서외국 유통업체에 밀리고 있는데 금리 부담마저 외국업체보다 3배정도 무거워 공정한 경쟁을 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최근 국내 유통업체들이 해외자금 차입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현행 외환관리규정에 따르면해외자금조달은 해외 투자나 시설재 수입, 첨단 기술 도입 등 주로제조업 위주로 편중돼 있다. 유통업체의 경우 해외 직접 투자의 경우에만 허용된다. 한국백화점협회를 중심으로한 국내 유통업체들은유통업체들에게도 외국 저금리 자금을 쓸 수 있게 해줘야 외국 업체와 경쟁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게다가 국내 유통업체들이 경영악화에 직면, 매각하려고 내놓는 유통매장들도 외국 유통업체의 손에 넘어갈 가능성이 많다는게 국내백화점업체들의 주장이다. 『매물로 나오는 백화점들의 가격이 보통 5천억원이 넘는데 이 금액으로 인수해서는 은행 이자 갚기도 힘들다. 결국 이렇게 나온 백화점들을 인수할수 있는 업체는 저금리자금을 끌어다 쓸수 있는 외국 유통업체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한국백화점협회)대한상의 유통과의 노금기과장도 『국내 유통업체들은 취약한 자금력과 높은 금용비용 때문에 1년에 한두개 점포를 내기도 힘들다』면서 『외환관리법이 바뀌지 않고서는 막강한 자금력을 무기로해마다 4∼5개씩 점포를 늘리고 있는 외국계 유통업체들에 계속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대로 가다간 국내 요지를 외국 유통업체들에 모두 점령당할지도 모른다는게 최근 국내 업체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위기 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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