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발력+기술력 무장 = 알짜배기

벤처기업의 생명력이자 특징은 목표를 정하면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없이 곧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순발력과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내는 기술력이다.국내에서 그룹웨어를 처음 소개한 핸디소프트(대표 안영경)는 수평조직을 한단계 발전시킨 원조직을 회사조직의 기본원리로 삼고 있다. 새로운 사업분야는 별도의 법인을 세우는게 기본원칙이다. 지난 5월에 개발을 완료한 웹기반 그룹웨어인 하이오피스는 완전 독립채산제로 운영하는 사내벤처를 통해 공급한다. 사내벤처는 자리가 잡히는 대로 별도법인으로 독립할 예정.핸디소프트는 신속한 업무처리를 신속하게 하기 위해 3가지 방법을사용한다. 우선 결재단계를 담당자가 사업장, 사업장은 사장 등2단계로 간소화했다. 이중 영업 계약체결 할인 판촉이벤트 등 업무의 80%는 사장결재를 거치지 않고 부서장결재로 일을 진행할 수 있다. 사장결재까지 올라가는 경우는 부서장의 인사이동, 출자, 복리후생변경 등 회사경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이다. 현재안영경사장은 일본장기출장중이라 박헌아부사장이 국내경영을 대신하고 있다.결재거리 자체를 줄인 것도 업무를 신속하게 추진할수 있는 요인이다. 회계처리 등 문서형태의 기록을 남겨야 하는 일을 제외한 모든일은 구두결재로 대신한다.그룹웨어는 핸디소프트가 업무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중요한 무기다. 그룹웨어를 이용함에 따라 클릭과 동시에 결재서류가 부서장의전자결재박스에 전송된다. 결재를 올린 시간과 처리한 시간이 분단위로 기록되기 때문에 신속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그만큼 근무에 태만한 것으로 기록이 남는다.그룹웨어의 게시판도 신속한 업무처리의 중요한 수단이다. 빔프로젝터와 같이 물량이 충분하지 않은 고가장비의 경우 게시판에 각자사용시간과 장소를 기록해 효율적으로 장비를 활용할 수 있다. 스케줄러도 마찬가지다. 모든 직원이 출장 휴가 회의 등 업무일정을공유함에 따라 각자의 스케줄을 효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핸디소프트가 그룹웨어를 설치하는 기간은 첫 상담에서 3개월이면 충분하다.◆ 핸디소프트, 그룹웨어 설치 3개월에 OK대기업이라면 그룹웨어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지 못했을 것을 벤처기업은 「가벼운 몸집」을 최대한 활용, 신속하게 대응한다. 스피드를 경영에 활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굴지의 모기업에선 인트라넷을 개발하자는 제안이 있었지만 중간단계에서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묵살된 사례가 있다. 그러나 벤처기업에선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는다.최근 한글과컴퓨터(대표 이찬진)는 인터넷콘텐츠를 전담하는 전문기업을 설립했다. 앞으로 인터넷비즈니스는 콘텐츠로 수렴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그러나 한글과컴퓨터가 이 전문법인을 기획하고설립하는데까지 들인 시간은 1개월. 기획책임자인 김택완이사가 아이디어를 내고 곧바로 사장의 동의를 받았다. 지체없이 내부의견조정과정을 거쳐 곧바로 실무작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해외 투자자와 국내 창투사 영입에 다소 시간이 필요해 1개월이란 기간이 소요됐다.벤처기업의 스피드는 무엇보다 기술력에서 나온다. 아무리 의사결정이 빨라도 기술력이 따라주지 않으면 신상품개발이 늦어지기 때문이다.DVD보드로 세계시장을 6개월시차로 이끌고 있는 가산전자(대표 오봉환)는 기술에 의한 스피드를 구사하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올초미국의 재즈멀티미디어사를 사업추진 6개월만에 인수해 화제를 뿌렸다.가산전자는 지난해 DVD보드 개발을 마치고 수출계약을 체결하려 할때 「돌비인증」이라는 생각지도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돌비인증을 받지 않으면 「AC-3」사운드를 사용하지 못한다. 「AC-3」는DVD가 고급 오디오수준의 음향을 내기 위한 핵심기술이다. 만일 돌비인증을 받지 않고 「AC-3」사운드를 사용하거나 지원한다고 밝히면 돌비로부터 제소를 당한다. 게다가 DVD재생보드와 관련된 부품구매시 구매채널을 봉쇄당하게 된다. 한마디로 DVD장사가 끝장날위기에 처했다.◆ 가산전자 DVD보드 돌비인증 통과가산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돌비인증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올해 3월까지 비디오의 화면과 오디오의 음성이 일치하지 않고 소음이 발생하는 등 돌비측의 정밀한 검사에서 3차례나 떨어졌다.이에 가산측은 핵심연구인력을 미국에 상주시키면서 DVD보드의 문제점을 해결해 나갔다. 컴퓨터의 소음은 DVD보드뿐만 아니라 전원장치등 다양한 원인이 있는데 이를 보드디자인을 새롭게 설계함으로써 해결했다. 또한 하드웨어초기화부문, 내비게이션부문, 사용자인터페이스부문 등을 소프트웨어적으로 조정하는 작업도 필요했다.결국 가산전자 기술진은 지난 6월 DVD보드의 돌비인증에 최종적으로 통과했다. 돌비인증이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불과 8개월만에인증을 획득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통합할수 있는 능력과 아날로그신호와 디지털신호 처리기술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기때문에 가능했다. 양쪽 기술을 모두 갖고 있어 현장에서 급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인증획득에 필요한 보드설계와 새로운 소프트웨어개발을 모두 미국 현장에서 즉시 처리했다. 이번 가산전자의 돌비인증은 마쓰시타와 도시바에 이어 전세계에서 3번째로 획득한 것이다. 가산전자의 기술력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ASIC설계등 세가지요소기술을 작은 조직에서 융합시킬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수시로 자료를 조사하고 미리 공부해놓는 분위기도 스피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국내에서 인터넷을 통한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보여준 아이네트(대표 허진호)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 이회사는 수시로 인터넷비즈니스에 관련된 사항을 조사·연구해 둔다. 기술사이클이 짧은 인터넷세계에서는 언제 어떤 형태의 기술이 나오고 그 기술을 응용한 비즈니스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아이네트는 연구조사의 일환으로 올초에는 NSP란 새로운 인터넷접속 사업모델을 소개했고 인터넷 광고시장을 전망하는 자료를 발표하기도 했다.올 6월에 전격적으로 도입, ISP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 무료인터넷서비스 「아이프리」도 결국은 수시로 연구하는 분위기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아이네트에서 무료인터넷서비스에 관한 논의가 나온 때는 지난해중반. 이때는 다만 기획실 내에서 무료인터넷에 대한 연구조사 수준이었다. 무료인터넷이 구체화한 때는 지난해 말이다. 전담팀을구성해 시장조사에 들어갔다. 아이네트기획팀은 인터넷 비즈니스모델이 바뀐다고 보고 올해초 무료인터넷사업의 구상을 구체화하기시작했다. 5월초엔 엔지니어 고객 영업 기획담당등 4명으로 구성된사업팀을 구성, 무료인터넷서비스의 윤곽을 잡았고 6월10일 시범서비스에 들어갔다.앞으로의 경영실적은 매출이 아니라 기업수익력이다. 단지 매출규모가 크다고 우량기업에 들어가는게 아니다. 6개월단위로 기술과시장상황이 바뀌는 하이테크분야에서 매출은 더욱 의미가 없다. 기술력으로 무장한 작고 민활한 벤처기업이 주목받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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