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도 구분 생산체계 '탄력적 운용'

일본의 대형 문구업체인 고쿠요는 오피스가구 시장에 후발주자로뛰어들어 업계 최고의 매출액을 올리는 톱메이커로 성장했다. 고쿠요는 기존 업체들이 주문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2, 3월을 집중공략하는 영업전략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2, 3월에는 기업들의 인사 이동과 조직 변경이 겹쳐 오피스가구 수요가 급증한다. 사무실가구업계 연간 총 매출액의 30% 정도가 이2개월에 집중된다. 3월의 마지막주가 되면 월평균 4배가 넘는 주문이 쇄도해 오피스가구업체 모두가 품절현상을 일으키곤 했다. 고쿠요는 이 시기를 노려 빠르게 시장에 자리잡을 수 있었다.고쿠요는 최고 호황기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경쟁사보다 많은 물류거점들을 확보하고 있다. 대부분의 오피스가구업체들이 10∼20개정도의 물류거점을 가지고 있는데 비해 고쿠요는 39개를 확보하고있다. 고쿠요는 전국 39개 창고에 항상 2개월분이 넘는 재고를 쌓아 둔다. 오피스가구는 상품 종류가 다양해 주요 판매상품만도 1천종류 가까이 된다. 상품 종류가 많으니 보유해야할 재고량도 많을수밖에 없다. 최고 호황기 직전인 2월말에는 3.6개월분에 달하는유통재고가 쌓인다. 그러나 고쿠요의 문제점은 재고가 많다는게 아니다. 재고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품절 현상이 빈번히 나타난다는점이 고쿠요의 고민이다.오피스가구는 주문을 받은 뒤 납품하기까지의 기간이 긴 편이다.가구를 주문한 회사는 대부분 가구 배치 계획을 세워놓는다. 오피스가구 업체는 그 계획에 맞춰 배달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영업사원은 자신의 단골 거래처에 납품이 조금이라도 늦으면 큰 일이라고 생각,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1개월전부터 재고를 확보하려 하는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주문을 받은 순서와 제품이 나가야할 순서가 엉망으로 뒤엉켜 창고에는 상품이 가득한데도 컴퓨터 화면상에는 「재고 상품이 없다」고 나타나게 된다. 수요가 가장 몰리는3월이 되면 영업사원들 사이에 재고를 먼저 예약하려는 쟁탈전이벌어진다.◆ 납기일 완급 조절하는 시스템 도입고쿠요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95년에 「콜루스(KOLUS: 수주와발주, 납품 일괄시스템)」라는 새로운 컴퓨터시스템을 도입했다.이 시스템의 핵심은 영업사원이 수주한 상품을 납품해야할 시기별로 분류한다는 점이다. 5일 이내에 납품해야 할 주문이면 가장 가까운 창고에서 내보내고 그것보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 때는 공장생산계획에 포함시킨다. 기존에는 납품해야할 시기에 관계없이 모두 창고에서 내보냈는데 이것을 급한 것과 급하지 않은 것, 두 가지로 분류한 것이다. 그러나 이 작은 차이는 재고량을 줄이면서도기일에 맞춰 납품하는 비율을 크게 끌어올렸다.물론 새로운 시스템의 성공 여부는 생산체계가 어느 정도 따라와주느냐에 달려 있다. 콜루스 도입 이전에 고쿠요의 생산계획은10일이었다. 그러나 콜루스를 도입한 이후에는 6∼9일 후에 납품해야 하는 주문도 공장으로 들어온다. 공장은 이전과 달리 10일 이내의 주문량도 생산계획에 포함시킬 수 있을만큼 유연해져야 한다.고쿠요는 생산계획을 유연하게 하기 위해 일일 단위의 생산계획과다빈도 변경생산을 시작했다. 고쿠요는 콜루스 도입 이전인 90년대초부터 이미 일일 단위의 생산과 다빈도 생산을 시험하기 시작했다. 92년 12월에 가동하기 시작한 미에공장은 일일 단위 생산계획의 모델공장으로 지은 것이다. 이 공장은 납기계획에 맞춘 생산 비율이 99.7%에 달한다. 납기일이 언제든 기한에 맞춰 생산할 수 있을만큼 생산체계가 탄력적이다. 고쿠요는 생산체계를 더 유연하게만들기 위해 하청업체에 부품을 제시간에 꼭 맞춰 공급하도록 하고있다. 이를 위해 조만간 부품공장과 미에공장을 컴퓨터 회선으로연결, 온라인화할 계획이다.고쿠요는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생산체계를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스피드경영을 위해서는 소프트경영이 필수라는게 고쿠요가 던지는 교훈이다. 물론 급한일과 급하지 않은 일을 구분, 차근 차근 처리하는게 빨리 가는 길이라는 가르침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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