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 민감 '라이프사이클 짧아야' 생존

패션은 유행이다. 유행은 흐를 유(流)에 다닐 행(行), 흘러 다니는것이다. 흘러 다니는 것이 곧 패션이니 변화가 심할 수밖에 없다.특히 여자 옷의 경우 일년에 사계절보다 더 많은 계절을 갖고 있는듯 계절보다도 더 자주, 더 빨리 변한다. 자연히 여성의류업체들은「유행」을 쫓기 위해 재빨라야 한다.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스피드경영」이 요구되는 시장이다. 신속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여성의류 시장에서는 작지만 빨리 움직일 수 있는 작은 기업이 강하다.남성복 분야에서는 업계 수위를 달리는 대기업들도 여성의류 분야에서는 맥을 못추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여성복 분야에서 스피드경영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대표적인 브랜드가 (주)하라패션의 「윈」이다. 윈은 최근 여성적인 매력을 한껏 풍기는 개성있는 디자인으로 신세대 여성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윈은 일주일에 20∼30개씩, 연간 1천가지가 넘는 새로운 디자인들을 내놓아 진열대를 쉴새없이 변화시킨다. 계절에 따라 새로운디자인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한 계절이라도 기온과 비나 구름의많고 적음, 햇살의 감도 등을 분석해 잘게 쪼갠다. 예를 들어 올여름의 경우 4월20일∼9월10일까지를 여름철로 잡고 장마철인지 기온이 어느 정도 올라가는지를 예상, 5개의 작은 계절로 나눴다. 올여름 신제품은 이 5개의 작은 계절에 따라 디자인됐다.신제품 교체를 빨리 하기 때문에 윈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은 45일에불과하다. 아무리 잘 팔리는 디자인도 45일이 지나면 생산을 중단한다. 패션가에서 돌풍을 일으킨 다음 경쟁사들이 그 디자인을 모방할 때 쯤이면 이미 새로운 디자인을 띄우는 「히트 앤드 런」식의 전술을 쓴다.대현의 나이스클랍도 소비자 반응을 파악, 즉각 생산에 반영하는빠른 시스템으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여러 가지 디자인을 계절에 앞서 진열한 뒤 소비자의 반응을 보고 잘 팔리면 재빨리 생산계획에 포함시키고 잘 팔리지 않으면 생산을 중단한다. 인기 정도에 따라 그때 그때 수요를 변화시킨다.까슈, 판매거점 권한 이양까슈의 경우 소비자 반응이 여러 단계를 거쳐 본사까지 올라오다보면 이미 유행이 지나버려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있자 아예 「매트릭스 시스템」이란 관리체제를 도입했다. 영어로 「그물망같이촘촘히 얽혀있는 망」이란 뜻의 이 시스템은 「자율화」와 「수평적 네트워크」를 특징으로 한다. 까슈는 매트릭스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본사가 전담해온 마케팅 기능을 서울 부산 대구 등 지역 총판매거점과 직영점에 위임했다. 지역 판매거점들은 영업목표 수립에서부터 매장관리, 신규입점 여부, 시장조사까지 자체적으로 관장한다. 소비자와 가깝게 만나는 판매거점에 권한을 이양한 셈이다.까슈는 또 각 매장이 물건을 공급받을 때도 예전처럼 본사를 통하지 않고 지역의 판매거점을 통해 곧바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각매장이 인기 품목을 좀 더 빨리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주)성도의 톰보이는 전국 매장을 컴퓨터로 연결, 판매동향을 일일주간 월별로 파악한다. 전국 각 매장에서 판매중인 수백종의 의류판매량이 색상과 사이즈별로 즉각 본사의 컴퓨터에 집계된다. 본사컴퓨터에 각 매장의 판매량이 수집되면 곧바로 각 지역의 매장별,디자인별 재고량이 뽑힌다. 톰보이는 이 판매동향에 따라 제품 수요를 탄력적으로 조절한다. 시장 반응에 따라 생산량을 관리하다보니 재고량은 절로 줄어든다.여성복은 대표적인 소량다품종 생산 분야다. 여성의류의 상품 수명은 길어야 한두달, 짧으면 2∼3일이다. 즉각적인 판매와 정보파악은 절대적이다. 시장의 흐름을 분석해 재빨리 유행을 선도하는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 결국 패션시장에서의 경쟁은 누가 빠르냐 하는 「스피드싸움」이다. 의류시장에서는 영원한 강자도 약자도 없다. 논노와 같은 내로라 하는 굵직한 의류업체도 쓰러지기 일쑤다.패션시장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시대를 앞서가는 길뿐이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