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기술을 가장 먼저 시장에" 주효

「내가 원하는 기능만을 갖춘 저렴한 컴퓨터는 없을까」. 컴퓨터를사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느끼게 되는 불만이다. 대기업에서 완제품으로 내놓은 컴퓨터가 좋기는 하지만 자신이 쓰지않는 기능이 잔뜩 추가돼 값만 비싸지기 때문이다. 작가라면 워드프로세서가, 컴퓨터통신 마니아라면 훌륭한 통신장치만 있다면 그만이다.컴퓨터 설치에 막대한 돈을 투자해야 하는 기업들에 있어서는 원하는 성능만 알차게 갖춘 값싼 컴퓨터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진다.델컴퓨터는 「직접주문 제작판매시스템」을 도입, 이러한 고객의불만을 해소했다. 「고객의 주문에 따라 최종 사용자의 요구에 가장 부합하는 최상의 컴퓨터를 제공한다」는게 직접주문 제작판매시스템의 목표다. 이 시스템 도입으로 델컴퓨터는 창업 13년이라는짧은 기간에 세계 3대 PC제작업체로 급성장할 수 있었다.델컴퓨터의 영업 과정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어떤 한 회사가 몇대의 데스크톱 컴퓨터를 구매한다고 해보자. 이 회사는 우선 델컴퓨터의 인터넷 홈페이지인델사이트(http://www.del.com/intl/apcc)에 접속해 들어가 필요한기능과 사양 예산 등을 상담한다. 물론 전화를 걸거나 직접 회사를방문하는 것도 가능하다. 고객의 요청을 받은 델컴퓨터의 판매팀장은 이 회사의 예산과 필요한 기능에 맞는 최적의 시스템을 설계해준다.고객과 상담이 완료되면 델컴퓨터는 협력 제조업체에 상담 내용을보낸다. 자동화된 생산시설을 갖춘 제조업체에서는 상담 내용을 받는 즉시 고객이 주문한 최적의 컴퓨터를 조립하고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납품한다. 델컴퓨터는 고객의 회사에 컴퓨터시스템을 설치하고 난 뒤에도 고도로 훈련된 델의 기술요원들을 통해 24시간 애프터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놀랄만한 사실은 델컴퓨터가 주문생산방식을 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완제품을 미리 생산해놓고 판매하는 경쟁사보다 납품에 걸리는 시간이 훨씬 짧다는데 있다. 제품이 사용자의 요구에 딱 들어맞는데다 주문한 뒤 제품이 배달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다른 회사의절반밖에 안되니 소비자들의 발길이 몰릴 수밖에 없다.◆ 생산한 뒤 중개상없이 고객에게델컴퓨터의 이러한 「스피드 경쟁력」은 유통경로 혁신으로 가능했다. 델컴퓨터는 고객의 욕구를 직접 파악, 컴퓨터를 생산한 뒤 컴퓨터 중개상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고객에게 컴퓨터를 납품한다.중간 유통경로가 없어진 만큼 물류시간은 단축된다. 델컴퓨터가 직접 주문을 받은 뒤 제작, 판매하는 시스템은 최소한의 재고를 유지하면서도 소비자의 요구에 가장 빨리 접근할 수 있는 신속한 시스템인 셈이다.델컴퓨터의 탄력적인 컴퓨터 제작구조도 스피드경영에 한몫하고 있다. 델컴퓨터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의 오스틴, 아일랜드의 리메릭,말레이시아의 페낭 등 3곳에 자체 제조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 시설외에도 방대한 협력업체망을 구축, 신축적으로 수요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델컴퓨터의 제조공장과 협력업체들은 고객의 주문이 발생하는 즉시 최첨단 자동생산시스템을 통해 컴퓨터를 조립해낸다.델컴퓨터의 강점은 구매자인 고객과 거리를 없애는 「고객중심의경영방식」에도 있다. 이 회사는 하루 5만통 이상의 전화상담을 통해 고객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파악한다. 일단 납품이 이뤄지고 난후에도 제품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애프터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러한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의 고리는 델컴퓨터가 고객의 가까이에 머물면서 고객들의 앞서가는 기술요청에 부응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는 원천이 되고 있다.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정보통신업계에서 시장을 선도해 나가기위해서는 「변화하는 환경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느냐」로는 부족하다. 「어떻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이끌어 나가느냐」를 알아야 한다. 델컴퓨터는 경영원칙 자체가 「새로운 기술을 가장 먼저시장에」다. 84년에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조그만 컴퓨터판매회사로 출발했던 델컴퓨터가 세계 32개국에 지사를 거느리고 1백60개국에 컴퓨터를 판매하는 거대기업으로 성장한 비밀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올 5월로 마감된 4/4분기 동안(96년6월∼97년5월)에 델컴퓨터가 올린 매출액은 87억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7조4천억원이 넘는 매출액을 올해 13세의 젊은 기업이 올렸다. 스피드경영으로 이룬 또하나의 신화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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