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사·5대그룹·신설생보사 각축전

생명보험시장이 대변혁의 시기를 맞고 있다. 가까이는 잇따른 가격자유화조치에서부터 멀게는 신설생보사에 대한 「퇴출압력」에 이르는 거대한 파고가 생보시장에 몰려오고 있다. 여기에 신설생보사의 존폐와 맞물린 5대그룹의 생보업진출 허용은 삼성 대한 교보등「빅3」가 주물러왔던 연 38조원의 거대한 시장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특히 그동안 수면 밑에 잠복해 있던 대그룹들의 생보업진출 행보가차츰 공식화되면서 판도변화가 예상보다 빨리 닥칠지도 모른다는관측이 거세지고 있다.이에 대한 징후는 지난 5월에 일제히 치러진 생보사의 정기주총에서 이미 감지됐다.대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중앙생명. 지난 5월 28일 열린 이 회사의정기주주총회에서 선경그룹 계열인 유공의 김한기감사와 김우평금융팀장이 상무와 이사로 전격 영입되는 「이변」이 연출됐다. 그동안 풍문으로만 나돌았던 중앙생명과 선경그룹의 특수관계가 공식화돼버린 셈이다.이틀후 부산에서 열린 한성생명 주총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지난 2월까지만 해도 LG화재 전무였던 김종백상임고문이 대표이사사장으로 전격 선임된 것.중앙생명은 유공의 대리점들인 한국석유(17.42%)한국급유(17.41%)안국상사 (17.35%) 등 3개사가 모두 52%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어 그동안 선경그룹의 특수관계사로 지목받아왔다.또 한성생명도 2%이상 지분소유자 가운데 LG그룹 가계의 한 축인허씨 일가가 7명이나 포함돼있어 사실상의 계열사로 분류돼왔었다.생보업계에서는 전격적으로 단행된 이번 인사를 계기로 LG그룹과선경그룹이 생보업진출을 공식 선언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해당그룹측도 공정거래위원회의 눈치를 살피기는 하지만 굳이 부인은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올하반기중 「LG생명」과 「SK생명」이 출범하게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 정기주총, 일부 생보사 대기업 인사 영입이같은 흐름은 재정경제원이 지난해 6위에서 10위까지의 대그룹들에 대해 생보시장 진입조건을 완화해준데 이어 올해 상위 5대그룹에 대해 시장진입을 공식 허용했을 때부터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기는 하다.그러나 재경원은 5대그룹의 시장진입조건으로 생보사 신설때는 기존 부실생보사 1개사 인수, 인수방식으로 진출할때는 부실생보사2개사를 인수해야한다는 의무조항을 달아 이들 그룹의 행보는 1개사당 3천여억원이 소요되는 막대한 인수자금의 부담으로 주춤해질수밖에 없었다.또 이들 그룹의 대부분이 「빅3」로부터 수천억원대의 자금을 빌려쓰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장진입을 위해서는 사전에 대출금을상환해야 한다는 부담도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는 오는 2003년 3월이후에는 부실생보사를 인수하지 않고도 시장진입이 가능해져 미리부터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도 사실이다.하지만 5대그룹중 생보사가 없는 현대 LG 대우 한진과 선경 쌍용같은 중위권 그룹 입장에서는 삼성생명이라는 튼튼한 자금 파이프를 두고 있는 삼성그룹에 부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삼성생명의 자산규모는 지난 6월말 현재 총 30조6천억원. 여기에매달 1조원 가까운 현금이 보험료수입으로 들어오고 투자수익만도연간 2조7천4백억원을 거둬들인다. 웬만한 은행에 뒤질 것이 없는셈이다.이러고 보면 안정적인 자금조달을 위해서라도 생보사진출은 아직서둘 문제는 아닐지 몰라도 포기하기에는 아까운 「미래용 자금줄」로 관심을 두지않을 수 없다.이때문에 대그룹들은 저마다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서라도 제각각생보사와의 연줄을 두기 위해 애써왔고 실제로 특정생보사와 특수관계를 맺고있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 돼왔다.현대는 한국생명, LG는 한성생명과 국민생명, 대우는 합작사인 삼신올스테이트생명, 선경은 중앙생명, 쌍용은 한일생명과 입증하기는 어렵지만 사실상의 계열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실제로 이들 생보사의 이사진구성을 보면 상당한 특수관계가 있다는 점이 극명하게 드러난다.한국생명은 현대해상화재출신인 한문선 전무 서태창이사 등이 기획라인을 장악하고 있고 삼신올스테이트의 경우는 대우자동차 사장출신인 최명걸회장과 대우그룹 상무를 지낸 김경엽사장이 최고경영진에 포진해 있다.또 국민생명의 김중민부회장은 LG그룹 창업자중 한명인 구두회고문의 사위다.문제는 이들 대그룹의 시장진입이 바로 신설생보사의 퇴출과 직결될 수 있다는데 있다.상황은 신설생보사에 불리한 방향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정부는포화상태인 생보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도 경영이 부실한 신설생보사중 상당수를 퇴출시켜 33개에 달하는 생보사의 수를 25개정도로 줄이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이런 여건에서 거의 모든 신설생보사들은 보험계약자 보호를 위해순자산을 총부채의 1%이상 확보토록 한 지급여력이 크게 부족하다.당장 지급여력부족액이 9백억원을 넘어 오는 8월 중순께 사상 처음으로 사업규모제한조치를 받게될 생보사만도 동아생명과 한국생명등 2개사에 달한다. 더욱이 내년에 이르면 지급여력부족규모가 1천억원을 넘게 될 생보사가 5개사 정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합병권고조치까지 받게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급여력부족 1천억원 넘으면 합병권고 조치시장내부적으로도 상황은 나쁘다. 잇따른 가격자유화조치로 대형사와 소형사 간에 「부익부 빈익빈」이 초래될 공산이 짙어지고 있다. 이미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은 자기 고객들과의 거래를 토대로보험료산출의 기초가 되는 경험생명표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보험료와 배당에서 타생보사와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나섰다.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빅3사가 가격에서 인하경쟁을 주도하고 나서면 신설생보사들은 손을 들 수밖에 없다.금융기관간 업무영역이 허물어지고 있는 것도 신설생보사들의 경영기반을 침식하고 있다. 신설생보사들이 수입보험료의 70~80%를 의지하고 있는 종업원퇴직보험이 오는 99년부터 은행과 투신사등에허용되면 영업기반은 그야말로 빈사상태에 놓일 것이다. 내년부터판매가 허용되는 기업연금에 실낱같은 기대를 걸고 있지만 그나마오는 98년부터는 은행등 다른 금융기관에도 판매가 허용될 것으로보여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빅3사들도 편한 입장만은 아니다. 5대그룹에 의한 신설생보사 인수가 부진하거나 지연될 경우 정부의 강도높은 퇴출압력으로 보아 사당 1개사씩 억지로 떠맡게될 상황을 배제할수 없기 때문이다.빅3사와 5대그룹 그리고 신설생보사들이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는3각구도의 긴장감은 신설생보사들이 경영정상화를 이룰 경우 크게완화될 것이다. 다행히 상당수의 신설생보사들은 내년 또는 후년을손익분기점으로 잡고 있다. 최소한 적자폭이 늘어나지 않으면 조만간 흑자전환을 이룰수 있는 것이 생보업의 특성이자 장점이다. 그러나 이것이 불발에 그칠 경우 신설생보사들로선 짐을 싸야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몰릴 것이다. 올해와 내년은 이런 점에서 생보업계전체의 판도를 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돼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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