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자유화조치 점진적 추진' 주장

지난 4월 1일부터 시행된 생명보험료와 계약자배당 자유화가 생명보험산업계에 일대변화를 불러왔다. 당시 자유화조치는 생명보험업계에도 본격적인 가격경쟁시대가 개막됐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고객들은 같은 상품이라도 각 보험사가 제시한 조건을 놓고 가장 유리한 것을 골라 가입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고객들로서는 상품이 다양화되고 저렴해져 환영할 일이지만 보험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경쟁력있는 상품을 내놓아야만 팔리는 어려운 상황을 맞이한 셈이다.「자유화=경쟁」.현재 국내 생보업계가 맞고 있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단어다. 최근들어 생보업계는 자유화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빅뱅(금융제도개혁)이 추진되면서 금융기관간 업무장벽이 철폐되고 대기업의 신규진입이 허용됐다. 생손보업체는 서로 상해 질병 개호보험에 대해 겸업을 할 수 있게 됐으며 종업원퇴직적립신탁상품은 보험업계는 물론 은행 투신사도 취급할 수 있게 되는 등 생명보험업계 차원이 아닌 전 금융권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지 않으면살아남을 수 없게 됐다.보험업체도 보험 이외의 다른 금융업무를 취급할 수 있게 되었다.필요하다면 자회사의 설립을 통해 보험 이외의 다른 금융영역으로진출할 수 있게 되었다. 경쟁력만 확보할 수 있다면 다양한 영역의금융업무를 취급할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다른 금융회사들도 자회사 형태로 보험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허용됐음은 물론이다.생보사들은 이번의 금융개혁으로 더욱 어려움에 빠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생보업체의 난립으로 가뜩이나 적자에 허덕이는 신설생보사들은 급격한 자유화조치로 도산에 이르거나 다른 회사에 인수되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금융개혁안에 신설생보사 바짝 긴장그동안 우리나라는 OECD가입에 따른 약속이행을 위해 지난 80년대후반에 생보사신설을 무더기로 허가했다. 현재 33개 생보사가 영업중이나 이중 27개사가 87~93년 사이에 탄생한 것이다. 생보사수가급증하면서 생보사간 외형증대경쟁이 치열해져 상위 4~5개사를 빼고는 대부분 영업실적과 수익성 그리고 지급능력이 크게 떨어지는실정이다. 생보사들의 경영부실과 대기업들의 생보업진출 의욕이어우러질 경우 기존생보사들의 경영권이 변동할 가능성도 커지고있다. 생보업체들은 이같은 치열한 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름대로의 생존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생보사들은 보험가격의 급격한 자유화는 보험시장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며 점진적인 자유화를 정부에 호소하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경영합리화를 통한 수익성 제고에안간힘을 쏟고 있다.국내생보사 최고경영자 16인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보험상품의 가격자유화조치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추진속도에 있어서는 점진적인 방법을 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특히 신설생보사들은 생보사들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자유화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만 가속시킬 뿐이라며 신설생보사들이 어느정도 경쟁력을 갖춘 후에 시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들 생보사경영자들은 자유화에 대한 대비책으로 각종 위험률 예측과 분석기능의 강화를 통한 인수기법향상 자사운용수익률 제고 등 이익의극대화와 사업비의 효율적 집행 등을 통한 경영합리화를 들었다.경비절감방안으로는 부녀설계사들의 전문화와 판매채널의 다양화를꼽았다. 부녀설계사는 종합적인 금융정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재무설계사와 취급상품을 차별화할 수 있는 특화형설계사, 재택설계사제도 등을 도입하고, 정보화시대에 걸맞는 DM TM 인터넷 등 저비용 판매채널을 개발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금리시대를 맞아 안정성에 역점을 둔 주식 및 채권 등의 자산 포트폴리오 구조를개선하고 자산부채 종합관리(ALM)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가야할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금융환경 변화에 따른 보험상품 가격자유화의 진행은 어쩌면 불가피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으나 국내 보험회사의 경영여건을 감안하여 볼 때 보험가격 자유화의 급진전은 부익부 빈익빈을 초래하여보험시장의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점진적인 가격자유화를 진행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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