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시대의 백지시장 공략하라

한자리수 성장.백지(白紙)시장으로의 진입.국내생보산업의 현주소를 진단하기 위해선 우선 이같은 2가지 테마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또 이들 테마는 국내보험시장 현장 여기저기서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96사업연도(96. 4~97. 3) 생보사들의 업적이 이를 잘 증명해주고 있다.생보산업은 80년대 고도성장기를 맞이해 지금까지 두자리수의 고도성장을 구가해왔다. 정부의 시장개방조치와 함께 수많은 신설생보사가 등장하는 등 일대 부흥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달라졌다.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하는 생보시장에 손해보험사들이손을 뻗기 시작했으며 은행 증권등 상대하기 버거운 라이벌들이 금융빅뱅추세를 십분활용해 호시탐탐 보험시장을 노리고 있다.이 와중에 생보시장은 80년대 이후 처음으로 지난 사업연도에 신계약과 수입보험료에서 첫 한자리수 성장에 그치는 새로운 현상이 빚어졌다. 향후 성장을 가름할 수 있는 잣대중의 하나인 신계약은 이기간동안 6백90조5천85억원을 기록, 전년동기대비 2.6% 늘어났다.계약자에게 받은 수입보험료도 38조1천6백34억원으로 1년전에 비해8.1% 증가했다.생보산업의 한자리수 성장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작용했다는 게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보험당국이 계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생보사의 지급여력 규제를 강화, 신설생보사를 중심으로 외형성장전략이무대 뒤로 사라지고 있으며 한꺼번에 목돈을 받아 굴릴 수 있는 일시납보험료의 한도제한 보험차익과세 확대등이 주요 요인이다. 특히 국내생보시장이 점점 포화상태에 진입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신시장 개척여지를 알 수 있는 생명보험세대당 가입률은 91년 40.3%, 94년 57.8%에 이어 96년에는 63.7%에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체신보험 농협공제등 유사보험 등이포함된 것이긴 하지만 시장자체가 포화상태에 접어들고 있는 셈이다. 일본의 경우 94년에 이미 95%의 세대당 가입률을 기록한 것에비해선 아직 신시장 개척의 여지가 남아있긴 하나 향후 생보시장의성장에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보험전문용어로는 백지(白紙)시장화되고 있다는 말을 쓴다. 포화시장에 들어서면생보사의 영업을 포함한 모든 경영전략을 깨끗한 새 종이에 다시그림을 그린다는 자세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다시 말해 저성장시대의 백지시장을 국내 생보사들이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는 교훈을 던져준 게 바로 지난 사업연도 영업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바로 삼성 교보생명이채택한 가격파괴전략이다. 이 두 대형사는 자신의 가입자만을 대상으로한 자체생명표를 만들어 타사의 상품보다 싼 보험료를 무기로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막강한 영업조직을 바탕으로 가격경쟁력까지 갖춘다면 시장에의 승부는 물어보나마나 뻔한 결과를가져오지 않겠는가. 이미 정부의 보험가격자유화방침에 따라 올4월부터 이자율배당 차등화조치가 시행됐고 98년 이후 쓰고 남은사업비를 계약자에게 되돌려주는 비차배당이 실시되면 그야말로 생보사들도 본격 가격자유화시대에 돌입하게 되는 것이다.따라서 국내생보사들은 최근의 시장상황과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변수등을 전부 감안해 종합적인 대책과 전략수립이 시급한 싯점에왔다고 할수 있다,●생보사 업적(96사업연도): 국내 생보업계가 지난 1년동안 거둬들인 보험료는 무려 38조1천6백34억원에 달했다. 전년동기대비 증가율이 8.1%라는 한자리수에 머물렀다. 회사별로는 삼성생명이11조3천4백22억원의 수입보험료를 기록, 선두를 지켰으며 교보와대한이 6조7천82억원과 6조3천3백74억원을 거둬들여 그 뒤를 이었다. 그 다음은 제일 흥국 동아순이었다. 신설사그룹에선 신한생명이 9천4백4억원의 수입보험료를 기록, 앞으로 뛰어나오고 있으며동양이 9천1백71억원으로 맹추격중이다.생보업계의 지난해 영업실적면에서 또다른 특징은 마이너스성장을한 회사가 적지않다는 점이다. 보험계약을 한번 맺으면 정기적으로보험료가 들어오는 특성상 보험사의 수입보험료 마이너스 성장은극히 드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난해 동아(-4.9%)흥국(-3.9%)등기존사를 포함해 태평양 동양 고려 한성 조선 두원 BYC 태양 네덜란드 등 11개사의 업적이 줄어드는 기현상도 빚어졌다,업적부진은 생보사의 수익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마련이다.기존사의 경우 삼성과 대한을 제외하곤 순익규모가 줄어들었으며동아생명은 업계최대규모인 무려 9백14억원의 적자를 냈다. 신설사중에선 유일하게 프랑스생명이 수지균형을 이루었으며 나머지 신설사들은 내국 합작 외국계를 막론하고 적자를 면치 못했다.앞으로 생보사의 영업상황을 점쳐 볼수 있는 신계약도 과거에 비해상당수준 줄어들었다. 특히 삼성생명의 신계약고는 전년대비 0.2%감소, 이변이 연출됐으며 한덕 동양등 몇몇 회사 이외에는 마이너스 신장세를 보였다.●부상하는 보장성 보험: 과거 생보사의 고도성장을 이끌어왔던 저축성보험이 급격히 무대 뒤로 사라지고 있다. 생보사의 간판상품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던 새가정복지보험 노후복지연금보험등 목돈을받아들여 은행 정기예금금리나 보험사 대출금리에 연동, 고금리를보장해주던 상품들이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다.일시납보험료 한도제약 보험차익과세 확대등 정부의 조치와 아울러외형보다 수익을 먼저 고려하는 생보사의 내실경영전략과도 무관치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금융형상품의 신계약고(기존 6개사 기준)는 지난 95년 1백14조4천6백81억원에서 96년에는68조5천9백18억원으로 40.1%나 감소했다.반면 보장성보험은 큰 신장세를 보이면서 보험시장에서의 제자리를늦게나마 되찾아가고 있다. 이는 불의의 사고 및 암치료등 의료보장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다 보험사들이어린이보험등 틈새시장을 겨냥한 새 상품 개발 및 판매에 적극 나서는데 힘입은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자신들의 고유영역에 관심이높아지고 있는 셈이다.한편 94년 6월 시판한 개인연금보험의 실적도 눈에 띄게 불어나고있다. 95년 2조6천6백17억원의 보험료를 거둬 127.9%의 증가율을보인데 이어 96년에도 3조3천6백44억원의 보험료수입을 기록,26.4%의 신장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개인연금보험시장에서 생보의점유율은 95년 47.2%에서 96년 52.1%로 전체 시장의 절반이상을 차지했다. 반면 지난 3월말 현재 은행은 23%, 손해보험 15.6%, 투자신탁 9.3%의 점유율을 각각기록했다.●내실경영체제 구축: 신계약과 수입보험료의 한자리수 성장 등 경영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생보사의 전반적인 효율은 상당폭 개선되고 있다. 부실점포와 영업조직 정비에 적극 나서고 있는탓이다. 생보사의 점포는 95년 1만4천8백19개에서 96년에는 1만3천5백61개로 1천2백58개의 점포가 줄어들었다. 설계사수 역시 96년32만3천9백66명으로 한해동안 2만5천2백40명이 감소했다. 이에 반해 설계사가 새로 들어와 1년 이상 계속 근무하는 비율인 13회차정착률은 96년 상반기 20.3%로 상반기중 0.1%포인트 개선됐으며 보험계약이 2년이상 유지되는 비율인 25회 유지율은 44.6%로 95년에비해 1.5%포인트 높아졌다.생보사의 이같은 감량경영 노력과 영업효율의 개선으로 96년 한해동안 6조8천3백31억원의 사업비를 써 증가율이 전년대비 6.5%에 그쳤다. 신설생보사 적자경영의 주범인 초과사업비현상이 그만큼 해소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사업비 증가율 둔화에 따라 신설생보사가 줄인 사업비규모만 6백60억원에 이를 것으로 생명보험협회는 분석하고 있다.●늘어나는 자산: 지난 3월말 현재 국내생보산업이 보유한 자산은총 83조2천8백88억원에 달한다. 1년새 19.5%나 늘어난 셈이다. 자산구성분포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나간 대출금이 38조2천2백76억원으로 전체의 45.9%를 차지하고 있으며 주식 채권등 유가증권 투자규모가 21조3천8백69억원(25.7%)현 예금이13조1천1백17억원(125.7%)부동산은 6조69억원(7.2%) 등으로 나눠져있다.그러나 국내 경기및 증시의 침체등 투자환경의 악화로 생보사의 자산운용 수익률은 떨어지고 있다. 총자산에서 무수익자산등을 뺀 운용자산 수익률은 95년 11.6%에서 96년에는 11.1%로 0.5%포인트나낮아졌다.다만 생보사의 기업대출은 한보 삼미부도등의 여파에도 불구하고꾸준히 늘어나 대기업은 95년 11조4백49억원에서 14조2천19억원으로 28.6%가, 중소기업은 5조2천7백37억원에서 6조6천3백91억원으로25.9%가 각각 증가했다. 개인대출은 17조3천8백66억원으로 13.9%늘어나는데 그쳐 상대적으로 신장세가 둔화됐다.●보험본연시장 고수: 기업연금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부푼 가운데생명보험산업은 자신의 고유영역을 확보하기 위한 집안 문단속이가장 시급한 과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업계내부에선 그동안 독점해오다시피한 종업원퇴직보험을 대체할 기업연금은 사실상 큰 실익이없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없지않다. 그러나 이른바 3층보장을 통한국민복지증진이란 대명제를 수행하는 보험사의 역할과 기능을 강조하면서 앞으로 닥칠 백지시장에서의 새로운 시장 개척에 큰 도움을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기대하는 측도 만만치않다.어쨌든 지난 사업연도의 실적은 국내생보산업에 소중한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본격적인 저성장시대에 접어들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또 그동안 전혀 경험해보지 못했던 가격경쟁상황이 벌여지면서 시장은 점차 포화상태로 치닫고 있다. 언젠가는 국내시장에서도 미국이나 일본보험시장같이 백지시장의 사태로 이전될 것이라는 예측이 현실로 성큼 다가오고 있다.★ 삼성 대한 등 3개사 최우수 등급받아지난 96사업연도(96. 4~97. 3)생명보험사에 대한 보험감독원의 경영평가결과 삼성 대한 한국푸르덴셜생명등 3개사가 AA(최우수) 등급을, 교보 흥국 동부 삼신 영풍 등 7개사가 A(우수) 등급을 각각받았다.특히 푸르덴셜과 영풍은 전년의 A와 B등급에서 AA와 A등급으로 각각 상향조정됐으며 교보 제일 코오롱 네덜란드 태평양 한국 한성조선등 8개사는 평가등급이 한단계씩 내려갔다. (도표참조)보험감독원은 경영평가결과 각 생보사의 감량경영에 따라 생산성이향상되고 사업비를 절감, 초과사업비현상이 개선되었으나 경기 및증시 침체로 인해 수익성은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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