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1천만대 방정식

자동차대중화시대가 활짝 열렸다. 지난해 6월 9백만대를 기록했던우리나라 자동차 등록대수는 올 7월중순 드디어 1천만대를 돌파했다. 인구기준으로 4.6명당 1대, 가구기준으로 1.5가구당 1대의 자동차를 보유하게 된 것이다. 자동차 1천만대시대에 진입한 것은 호주에 이어 14번째이다.구한말인 1903년 고종황제가 캐딜락 1대를 최초로 도입, 운행하면서 우리와 인연을 맺은 자동차는 거의 1세기만에 1천만대 시대에진입했다. 85년이후 급성장추세가 그대로 지속될 경우 2002년에는1천5백만대를 기록, 한집에 한 대꼴로 자동차를 보유하게 될 전망이다.자동차 1천만대 시대는 그 수치 못지않게 우리에게 던져주는 의미가 크다. 먼저 자동차 1천만대시대는 우리 자동차산업의 성장을 밑바탕삼아 달성됐다는 점이다. 45년 광복당시 우리나라 자동차대수는 보잘 것 없었다. 남북한을 통틀어 굴러 다니는 자동차래야7천3백86대에 불과했다. 조립기술조차도 없었던 때라 자동차가 희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60년대 들어서면서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은 서서히 태동하기 시작했고 이때를 맞춰 자동차등록대수도 늘어갔다. 62년 새나라자동차가설립될 당시 3만8백대에 불과했던 자동차는 현대자동차가 새로 설립된 것을 계기로 69년 10만대를 돌파했다.현대자동차가 고유모델인 포니신화에 힘입어 대량생산을 본격화하면서 자동차보급대수 또한 덩달아 늘어났다. 기아 대우도 비록 고유모델은 아니지만 선진기술업체와의 기술제휴 등을 통해 생산설비를 늘리면서 자동차는 우리 생활에 친숙한 대상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는 당시 보통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1인당 GNP가 3백여달러에 불과, 자동차를 살수 있는 여력이 그리 많지 않아 자동차는 보편화되지 못했다.70년대 후반들어 이같은 흐름은 급변했다. 경제가 두자리 성장을하면서 국민소득수준또한 늘어났고 이를 계기로 자동차수요 또한늘어났다. 현대 대우 기아등 국내 자동차메이커들은 저가의 소형차를 생산, 시판하고 나서 이같은 수요에 적극적으로 부응하고 나섰다.공급자와 수요자의 욕구가 맞아떨어져 80년 50만대를 돌파했던 자동차등록대수는 5년뒤인 85년 5월 1백만대를 기록했다. 이후 자동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1~2년을 단위로 1백만대씩이 늘어나 1천만대를 돌파하는데는 1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세계자동차사에서 유례를 찾아볼수 없는 폭발적인 성장을 한 것이다.이와함께 1천만대시대에 접어듦으로써 자동차는 우리 생활에서 이제 「재산목록 1호」가 아닌 생활필수품이 됐다. 사실 80년대 초까지만해도 자동차는 회장이나 사장 아니면 탈수 없었다. 그러나80년대 중반이후 경제가 호황을 맞으면서 너나 할것없이 자동차를구입, 도로는 온통 차물결을 이루고 있을 정도다. 차구입패턴에도 변화가 일었다. 소형차가 대세를 이뤘던 차 구매패턴은 중형차가 인기를 끌었다 다시 대형차로 옮겨가고 있다. 단순히 출퇴근만을 위한 승용차만을 구입하지도 않는다. 20대를 중심으로 스포츠 쿠페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가 하면 최근들어서는 다목적용 차량인 RV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자동차 1천만대시대는 이같은 긍정적인 의미와 함께 해결해야할 과제도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우선 자동차의 폭발적인 증가에 따른교통난해소가 현안으로 등장했다. 85년이후 자동차는 연 21.9%정도증가하였으나 도로는 4.9%에 불과했다. 이로인해 차량주행속도는뚝 떨어졌다.서울도심을 기준으로 80년 시속 30km 정도였던 차량주행속도는90년에 접어들면서 거의 절반수준으로 떨어져 운전자들의 짜증은이만저만이 아니다. 현재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2000년대에는 자동차 주행속도가 차량운행 포기속도인 10km에 도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이 정도쯤 되면 도로는 주차장이 되는 것이다.◆ 소유에 급급, 올바른 ‘이용’에 관심을교통난해결은 도로망확충으로 해결해야 하나 도로하나 만드는데 엄청난 액수가 들어가고 이에따른 민원도 최근들어 급증,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교통전문가들은 교통문제는 앞으로 국가경제발전의최대 걸림돌이 될 전망이라며 이에대한 대책을 마련, 지속적으로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한다.올바른 교통문화의 부재도 자동차 1천만대시대에 풀어야 할 병리현상이다. 그동안 국민들은 자동차를 오로지 「소유」하는데만 급급했지 이를 올바로 「이용」하는데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그 단적인 예가 해마다 늘고 있는 교통사고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률 세계 1위는 이제 더 이상 뉴스거리가 되지 않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한해 평균 1만2천여명이 길거리에서 비명횡사하고 있다.자동차가 문명의 이기가 아닌 공포의 대상이 돼 있는 것이다.교통질서 위반 또한 밥먹듯한다. 경찰의 지난 95년 교통질서 위반자 단속현황을 보면 자동차 1대당 연간 1회 스티커를 발부받았다.그러나 우리보다 자동차가 훨씬 많은 일본은 1대당 0.12회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운전자가 일본운전자보다 8배나 많은 위반을 하고있는 셈이다.교통법규를 위반한뒤 뒤처리과정 또한 볼썽사납다. 자신의 잘못을인정하기 보다는 단속경찰관에게 우선 우기고 보는 것이 우리 운전자들이다. 병목지점이 나타나기만 하면 양보하기보다는 머리를 먼저 들이대는 사람이 「왕」이다.접촉사고라도 나면 더욱 가관이다. 차를 도로변으로 빼놓고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뒤차흐름은 아량곳 하지 않은채 침을 튀기며 입씨름을 하기 일쑤고 급기야 멱살잡이로까지 이어진다. 주차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자동차가 급증하면서 주택가골목길은 차들로 빽빽히 들어차 어디 한군데 마음놓고 차를 세울만한 곳이 없다. 이로인해 훈훈한 골목길 인심은 사라진지 오래고 살인사건까지 빚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차고지증명제 등을 통해 주차난을 해결한다고 하나 이 또한 현실적인 처방은 되지 못하고 있다.이와함께 자동차는 대기오염의 주범이 돼 있다. 서울등 대도시에서는 여름철 한낮에 오존주의보가 내리기 일쑤고 청명한 하늘구경하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이다. 자동차에서 내뿜는 매연 때문이다.이 모든 것은 다름아닌 자동차 1천만대시대를 맞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자동차 1천만대라는 기록을 기쁨속에 맞지 못하고 씁쓰레한기분이 드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양적성장이 새로운 자동차문화정립등 질적 성장으로 전환할 때 비로소 자동차 1천만대 의미는 배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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