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장사 '쾌청'

「날씨를 알면 돈이 보인다」. 요즘 각 기업체 마케팅 담당자들이즐겨 쓰는 표현이다. 날씨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상품판매량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도 그럴 것이 날씨를 정확히예측해 떼돈을 버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로 큰 손해를 보고일년 장사를 망치는 경우가 실제로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전자,건설, 빙과류, 음료, 해운회사들은 아예 마케팅 부서에 기상전담직원을 배치해 1년 스케줄을 관리하고 있을 정도다. 특히 이들 회사들은 일기변화가 심한 여름과 겨울에는 당일 날씨는 물론이고 주간예보, 월간예보, 계절예보 등 모든 기상정보에 신경을 곤두세운채 생산량과 물동량 등을 꼼꼼히 관리한다.물론 과거에도 기상정보는 산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농업과 어업 등 1차 산업에한정됐었다. 기상정보도 기상청과 기상협회에서 내보내는 것에 불과했다. 자연 상당히 제한된 양의 정보만이 제공됐다. 그러다가90년대 들어 기상정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각 산업 분야로 급속히번져나가고 있다. 제조업 뿐만 아니라 서비스업과 스포츠 분야에도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백화점의 경우날씨에 따라 매상에 많은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아주 무덥거나 비가 많이 오면 매출이 큰 폭으로 떨어진다. 또매장을 찾더라도 비로 인해 고객들의 기분이 우울하면 구매욕구가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경우 상품진열을 바꾸거나경쾌한 음악을 틀어주어 매장분위기를 밝게 하면 다소 나아진다는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스포츠 분야도 마찬가지다. 프로야구의 경우 기상정보를 잘 알면작전을 효율적으로 세울 수 있고 결과적으로 승리를 거둘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예를 들어 경기 후반부에 박빙의 승부를 벌일 때 다음날 비가 온다는 확실한 정보를 입수하면 경기를쉽게 풀어갈 수 있다. 내일 경기가 없다고 가정하고 투수로테이션을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사전정보가 전혀 없다면 내일의경기에 대한 부담 때문에 선수기용에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오래전에부터 날씨를 파는 기상비즈니스가 활성화됐다. 미국은 40년대, 일본은 50년대에 벌써 상업적으로이용하기 시작됐다. 일기예보나 태풍, 지진 등 재해방지와 직결되는 기상정보는 기상청이 담당하지만 특수한 분야에 이용되도록 가공된 기상정보는 민간기상업자가 직접 팔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들 두 나라에서는 특정수요자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가 아주 다양해 이용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 벼락예보 등 특정분야만을 취급하는 업체들도 있어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정기적으로 정보 받는 업체 5백여개사국내에서도 기상정보 사업은 전망이 상당히 밝은 것으로 분석된다.정보분야 사업으로 부가가치가 높은데다 날이 갈수록 수요가 늘고있는 까닭이다. 지난해 5월 기상청이 실시한 기업인 기상연수과정에서도 이런 조짐을 엿볼 수 있다. 기상청이 일반 기업체 마케팅담당부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처음 개최한 연수과정이었는데 20여개사에서 30여명의 직원들이 몰려들어 성황을 이루었다. 특히 두산음료 롯데제과 롯데칠성 빙그레 등 국내 굴지의 식음료 회사들은 대부분 참가하는 열의를 보여주었다. 또 한진해운 호유해운 대한해운등도 업무의 특성상 기상정보가 꼭 필요한 만큼 전담직원을 보냈고한화에너지 써클K 등도 새로운 판매시스템을 모색한다는 차원에서연수에 참가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6월 기상청이 개최한 민간예보사업자 설명회에도 22개사가 참여하는 등 열기가 상당히 뜨거웠다.설명회를 주관했던 기상청 산업기상과의 한 관계자는 『날씨사업에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의외로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설명회가 끝난 후에도 자격요건을 문의하는 전화가 자주 걸려온다』고 설명했다.지난 7월1일 그동안 금지됐던 민간 기상정보 사업이 본격 시작되면서 4개사가 뛰어든 국내 시장의 전체적인 규모는 지금 시점에서는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이제 막 닻을 올린 상태라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기상정보를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업체수가 5백여개사에 이르고 월이용료가 적게는 10만원 안팎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임을 감안할 때 줄잡아 연간 40~50억원대는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연평균 성장률역시 참고할만한 자료가 전무한 까닭에 쉽사리 예측할 수 없으나대략 20%대쯤 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업계 관계자들은 1인당 국민소득이 1만5천달러가 되는 시점이 되면 시장규모나 성장률면에서 지금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있다. 이동렬 웨더뉴스 이사는 『기상정보사업은 분명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라며 『특별한 변수가 없는한 시장규모가 해마다 20%이상씩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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