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근로자 재활에 역점 두겠다"

산재보험은 의료보험이나 연금보험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낮은 것이 현실이다. 4대 사회보험(산재보험, 의료보험, 국민연금,고용보험) 가운데 역사가 가장 긴데도 불구하고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근로복지공단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 그런 보험이 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적잖다고 설명한다. 물론 여기엔 그럴만한이유가 있다. 다른 보험과 달리 보험금을 보험대상자인 근로자가아닌 사업주가 전액 부담하기 때문에 무관심해지기 쉽다. 근로자들입장에서는 일을 하다가 다쳐 산재보험 혜택을 받기 전에는 별로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산재보험 자체를 제대로 모르다보니 정작 사고를 당하고도 제대로 혜택을 못보는 경우도 적잖다는후문이다. 근로복지공단의 사령탑인 박홍섭 이사장(55)도 인터뷰를하면서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산재보험과 근로복지의 중요성을각별히 강조했다. 특히 박이사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 서있는만큼 노사가 힘을 모아 새로운 노동, 복지문화를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2년전 공사가 공단으로 바뀐 배경은 무엇입니까.잘 아시겠지만 공사와 달리 공단은 수익사업을 하지 않습니다.93년 공사사장 취임 직후부터 공단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노력했던것도 수익에 신경쓰지 않고 일을 소신껏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산재보험이나 근로복지의 경우 성격상 수익사업을 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은 적절한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거지요.▶ 어떤 사업에 역점을 두고 계십니까.산업재해에 대한 관심 못지 않게 재활도 아주 중요하다고 봅니다.하지만 그동안 우리의 현실은 재활에 크게 신경쓰지 못한 점이 많았습니다. 특히 재활이 종합적,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침체돼 있었다고 할 수 있지요. 이에 공단에서는재활을 역점사업으로 정해 힘껏 추진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보상에서 재활로 우선순위를 조정했고 올해 3월 광주와 안산의 재활훈련원을 공단직영체제로 바꾸었습니다.▶ 일을 해나가다보면 애로사항도 많이 있을 법한데요.우선 산재보험에 대한 홍보가 부족해 일을 처리하는데 힘들 때가많습니다. 그렇다고 돈을 들여 홍보를 할 수도 없는 실정입니다.또 재정적인 면에서 말씀드리면 보험료를 미납하는 사업장이 의외로 많습니다. 무려 전체 보험료의 20%에 달할 정도입니다.여기에다일부 업체에서는 사회보험의 성격을 무시한채 보험료가 높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공단의 가장 큰 사업인 산재보험의 제도 및 체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얘기들이 많습니다.95년 산재보험 업무가 노동부에서 우리 공단으로 이관됨에 따라 업무수행에 있어서 이전보다 유연성과 자율성 면에서 그 폭이 넓어졌다고 할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이 있다는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지금 시행중인 보험급여 체계에 대해 개선할 부분이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또 재해근로자의 직장 및 사회복귀를 촉진하기 위해 각 지역에 전문요원을 배치하는 문제도 심도있게 논의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그동안 숙원사업이던 산재환자 현장요양관리 서비스는 지난 6월부터 전면 실시하고있습니다.▶ 출퇴근하다 입는 재해를 완전한 산재로 인정해 달라는 요구가 있지요.독일과 일본은 통근재해를 완전한 산업재해로 봅니다. 미국과 영국등은 부분적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면실시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논란이 있었는데 아직 돌파구를 찾지못하고 있습니다. 그 시기를 못박을 수는 없지만 충분한 검토를 거쳐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산재보험의 수혜대상을 더욱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산재보험의 적용을 받고 있는 근로자 수는 총취업자의 37%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는 가까운 일본의 73%와 비교해도 아주 낮은 수치입니다. 산재보험이 잘 돼 있다는 독일은 총인구의 86%가 혜택을받고 있을 정도입니다. 따라서 수혜대상을 지금 수준에서 크게 늘릴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우선 재해발생 위험이 낮고 임금수준이높아 보험료 납부액에 비해 기대수익이 적다는 이유로 산재보험 대상에서 빠져있는 금융보험 업종 60여만 근로자가 그 대상이 될 수있습니다. 또 보험급여 지급의 형평성 및 관리상의 문제 때문에 빠져있는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을 두고 있는 근로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밖에 자영업자와 중소사업자도 수혜대상에서 빠져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4대 사회보험을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지금으로서는 뭐라 말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각 보험에 대해 객관적평가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그런 다음 통합문제 등 이런저런 현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중소영세사업장의 근로자들을 위한 공단차원의 특별한 복지대책이라도 있습니까.아직까지 정부 차원의 복지투자가 적은 것이 사실입니다. SOC(사회간접자본) 투자에 주력하다보니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2001~2003년쯤 SOC 투자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복지사업에 많은투자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공단 차원에서는 현재 추진중인 중소기업근로자 자녀 장학사업, 의료비대부사업, 복지시설설치대부사업, 보육시설 설치운영 등을 더욱 내실있게 다지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다음 21세기 근로복지문화의 바람직한 정착을 위해 사후적 복지보다는 예방적 복지를 강도있게 추진해나갈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적극적인 산재예방사업이라든지 영유아보육시설, 취업자기숙사 등을 대폭 확충할 계획입니다.▶ 이런 사업들을 추진하려면 역시 재원확보가 중요할텐데요.현재 복지복권 판매를 통해 복지진흥기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판매에서 얻는 수익은 전액 복지사업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이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게다가 복권시장 자체도 여러종류가 난립하다보니 여의치 못합니다. 다만 98년 1월로예정되어 있는 근로자의 생활향상과 고용안정 지원에 관한 법률이시행되면 복지사업이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사업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해 사업주와 근로자에게 바라는 점이 있을텐데요.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산재보험에서도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적극 도와주어야 합니다. 이는 현실적으로 산업재해의 상당 부분이사업장 환경이 열악한 중소영세 업체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사업주들은 기업의 규모를 떠나 근로자 복지문제에 대해보다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근로자들도 기업에서 안전사고 등 산업재해를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는방안을 마련해야 하겠지만 안전에 대한 의식을 항상 가져야 할 것입니다.▶ 21세기를 앞두고 추진중인 중장기 사업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우선 전문성의 제고와 업무의 효율성 추구를 들수 있습니다. 또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를 통해 산재보험에 근간을 두고 있는 근로복지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할 작정입니다. 근로자가 마음놓고 일할 수있는 진정한 근로복지 선진국을 만드는 것이 우리 공단의 목표입니다.▶ 통일시대를 대비해 어떤 사업을 추진하고 계십니까.이미 북한의 산재보험 제도에 대한 분석을 끝마친 상태입니다. 경제의 낙후와 비효율성으로 산재보험제도가 크게 발달하지 못하고우리와도 많은 차이점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은 아직도 석탄산업에 대한 의존이 높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사양산업의 하나가 되어 있지요. 그런 면에서 현재 공단산하의 진폐전문병원 3곳을 잘 활용하면 통일 이후에 크게 기여하리라고 봅니다.박이사장은 원래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대학(성균관대 법대) 졸업후 곧바로 노동계에 투신해 85년까지 국내 노동운동의 총본산인 한국노총의 기획부장, 노사대책부장, 홍보실장을 지냈다. 87년 정치권에 입문해서도 통일민주당 노사대책특별위 부위원장과 노동정책연구소 상임부위원장을 역임했다. 그러다가 지난 93년 4월 근로복지공사 사장으로 변신, 지난 4년여 동안 소신을 갖고 근로복지 업무를 추진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끈질긴 노력 끝에 노동부 소관이던 산재보험을 넘겨받아 공사를 공단으로 탈바꿈시키고산하 산재의료관리원을 별도법인으로 만드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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