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기업지배구조 바로 잡아야

대기업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필자의 제안에 대해 기업이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이 재계와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어느 편의 문제인식과 처방이 과연 옳은 것인지를 떠나 의견대립의 골이 이만큼 깊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이 지면을 빌려 재계의 우려에 대한 필자의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우선 모든 논의는 과연 우리나라 대기업 지배구조의 문제점이 무엇인가에서 출발해야 한다. 문제인식이 잘못된 것이라면 애당초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소유권이 집중된 상태하에서 총수 1인이 거의 절대적인 지배권력을 행사하며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고 선단식 경영이 이루어지는 현상을 지배구조의 문제라고 보고 소유분산, 소유와 경영의 분리, 독립경영을 주장했던그동안의 문제인식은 잘못이었다. 지배대주주에 의한 기업지배와경영, 선단식 경영 등 겉으로 드러난 지배구조의 모습을 두고 우리나라 대기업 지배구조의 문제를 발견하려는 노력은 십중팔구 무리한 정책으로 이어져 기업의 효율성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 과거의 경험이다.지배구조의 진정한 문제를 파악하려는 새로운 노력이 중요한 시대적 과제인데, △지배대주주가 지배권력을 이용하여 외부주주 채권자 종업원의 몫을 착취하는 문제 △높은 부채비율에도 불구하고 부도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채권자의 경영감시가 미약한 문제 △기업이 각종 비리에 연루되어 자유기업주의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미약한 문제 △그룹총수와 기조실이 실질적 권한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문제 △경영투명성이 낮고 비효율적 경영에 대한 기업내부와 외부의 견제장치가 없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 등이 우리나라 대기업지배구조의 가장 분명한 문제라는 것이 필자의문제인식이다.이러한 문제에 국한하여 처방을 모색함으로써 정책실패를 최소화하자는 것이 필자의 제안취지이다. 주요 내용은 경영자와 지배대주주의 충실의무 규정, 기업간 비리 처벌, 지배대주주와 기조실의 법적책임 명확화, 투명성과 견제기능 제고를 위한 소수주주의 권한확대, 채권자의 역할증대, 사외이사와 사외감사제도의 도입, 기업인수합병(M&A)를 통한 비효율적 경영의 규율효과 제고 등이다.만약 재계가 이러한 정책제안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우선 제안의 근거가 된 문제인식에 어떠한 오류가 있는지를 밝혀야 할 것이다. 또한 필자의 제안이 작금의 경제현실의 어려움을 도외시한탁상공론이라면 그 탁상공론이 어떠한 문제를 야기하는지를 밝혀야한다. 물론 그 문제란 국민경제의 문제여야 할 것이며, 개별 재벌의 사적인 고충을 국민경제의 문제와 혼동하는 잘못은 피해야 할것이다.예컨대 M&A시장에 외국자본의 유입을 대폭 허용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그들이 우리 기업을 인수한들 생산과 고용이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한 무엇이 문제인가? 많은 재벌이 경쟁력의 한계로 부실화되고 부도까지 가지 않은 재벌들도 부실기업을 인수할 여력이 없다면, 국민의 부담으로 부실기업을 살리는 것보다 외국의 자본과 경영을 도입하는 것이 훨씬 건강한 선택 아닌가?총수가 실제로 지배력을 행사한 결정에 대하여 법적인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에 응분의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왜 경쟁력을 저해하는가? 이들이 모든 책임으로부터 면제된 성역에 있어야만 소위 투자의욕이 솟아나는가? 선진자본주의 국가의 최고경영자들은 그 엄격한 책임과 견제 속에서 어떻게 과감한 결정을 해왔는가?이 밖에도 의문은 계속된다. 기업간의 공공연한 비리를 방치하는것이 도대체 경쟁력과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 비리가 만연된 기업일수록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우리의 경험 아닌가? 채권자가 이자만 받고 돈을 빌려간 기업의 경영에 대하여 무관심한 것이과연 경쟁력에 도움이 되는가?현재 다수 부실기업과 부실금융기관의 문제에 대한 해법을 구하는것도 중요하지만, 지배구조의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제도개선을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 우리 경제에 대한 도전은 하루 아침에발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장단기 처방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호황이 오면 또 모든 것을 망각하고 새로운 위기를 자초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