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기업의욕 되살리는게 급선무

우리나라 대기업이 공업화를 통한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한 데에는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리는 것엔 우리사회가 인색하다. 오히려 대기업에 대한 비판은 시대가 바뀌고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더욱 증폭되기 일쑤다.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보면 최근에 갑자기 증폭되고 있는 기업경영과 관련한 규제일변도의 다양한 정책수단들은 이상할 것이없다. 더구나 금년들어 대기업의 잇따른 좌초현상은 강도높은 규제적 대기업정책에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기업정책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발견된다.첫째, 경제정책의 우선 순위에 대한 정책당국자의 인식이 문제다.지금 우리경제는 대기업의 연쇄부도가 금융기관 부실 및 금융시장불안으로 이어지고 대외 신인도가 급락하는 심각한 국면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기업 경영의 투명성 제고나 경제력 집중완화를 핵심내용으로 하는 대기업규제 정책이 그렇게 시급한가. 우리경제에 긴요한 것은 금융시장 안정과 아울러 기업이 투자 수출활동에 진력할수 있는 환경 조성이 아닐까.둘째, 정부가 기업경영형태나 구조조정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해야한다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다.그러한 생각은 과거 정부가 민간경제 활동에 깊숙하게 개입했던 시대에 정부가 모든 것을 할수 있다는 믿음이 지금까지 잔존하는데서나타난 현상으로밖에 볼수 없다. 예컨데, 그룹총수 및 기업조정실에도 법적인 경영책임을 묻겠다는 것은 정부가 초법적인 시각에서민간기업의 경영 조직까지 적극 간섭하겠다는 규제적 사고로 밖에이해할 수 없다.셋째, 기업정책의 내용이 기존의 선단식 경영 억제보다, 재무구조개선과 경영전횡 방지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는것도 문제다. 이는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가 아니라 자금조달·토지취득이나 투자, 다업종 선택과 같은 기업 본연의 활동을 규제하는것을 주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런 정책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국내기업들의 신축적인 대응, 즉 기술개발과 첨단산업 투자확대, 국제화 추진의 가속화, 공존공영의 산업협력 관계 강화를 제약할 소지가 많다.넷째, 최근의 정책들은 기업들이 현실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것들이란 것도 문제이다. 아무리 이상적인 명분과 좋은 정책목적을 가지고 있더라도 정책 수단이 이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경제주체들에게 무리한 부담만 준다면 정책 효과가 반감하게 된다.즉 차입금 이자에 대한 손비인정을 축소하면 단기적으로 세부담을증가시켜 실효금융비용을 더욱 가중시키고 세후 순이익이 그만큼줄게 됨으로써 이익의 내부유보에 의한 재무구조개선을 어렵게 할것이다. 또 낙후된 금융현실을 무시한채 재무구조 개선을 밀어붙일경우 금융시장에 혼란을 야기할수 있다. 불과 3년도 안되는 기간에35조원에 달하는 채무보증을 해소한다는 것은 무리이다. 또한 특정은행 자기자본의 45% 이상을 초과한 대출을 억제한 동일계열 여신한도제 도입도 비록 3년의 유예기간은 있지만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은 마찬가지이다. 이밖에 부동산 매각으로 금융기관 차입금을 축소하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매각할 부동산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공장지을 땅도 없다. 그나마 매각할 부동산을 보유한 기업들도 경쟁적으로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팔기가 쉽지 않다.정부의 대기업 정책이 기업지배구조 및 재무구조의 개선에 초점을맞추고 있는 것은 한보·삼미 등 대규모 기업집단들의 잇따른 좌초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수 있다. 그런데 정책수단들의 대부분이 현재 기업이 처해 있는 환경을 고려하지 못하고 검증도 제대로 안된인위적 개선책들 뿐이다.원칙적으로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이나 사업조정 등은 정부가 개입할 사안이 아니다.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기업체질강화 노력은 정부에 의해 강제되어서는 부작용만 커질 것이며 더욱이 현재와 같은 불황여건 하에서 기업의 경영에 직접적인부담을 주는 방식은 지양되어야 한다.그러지 않아도 기업들은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거품없애기,재무구조개선, 한계기업 정리, 불요불급한 신규투자 억제, 비용절감 등 구조조정에 나름대로 적극 나서고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정부역할은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자율적이고 시장기능에 의해 순조롭게 이루어지도록 여건을 조성하는데 집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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