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경상계 주류…공대 1.2%

「고려대 경영대 및 대학원 무역학과 졸업,운용경력 4년,연봉3천8백만원.」동부투신운용에서 펀드매니저로 근무하는 김재현(34) 과장의 프로필이다. 김과장은 대학원을 졸업한 89년에 대우증권에 입사하면서증권업계와 인연을 맺었다. 이미 8년차의 중견이다. 지난해 11월일은투자자문에서 조사팀장과 운용팀장으로 3년간 재직하다가 지금의 이 회사에 입사했다. 현재 「다이나믹 60-1」.「50플러스 1호」등 2백억원 규모의 펀드를 동료 2명과 함께 운용하고 있다.김과장의 모습은 여러모로 국내 펀드매니저의 평균치에 가깝다.「경영학과나 경제학과 출신에 30대 중반의 나이, 펀드매니저 경력4년 그리고 4천만원 안팎의 연봉」. 이것이 13조원 규모의 주식형펀드를 운용하는 국내 투자신탁회사들 펀드매니저들의 자화상이기때문이다.8월말 현재 투자신탁협회에 등록한 펀드매니저는 4백여명. 한국 대한 국민 등 기존 3사와 지방사 그리고 지난해 설립된 신설사 등30개 투신사에 근무하는 숫자다.그러나 이들 모두가 펀드매니저로 현업에서 근무하는 것은 아니다.운용실적이 부진해서 일반부서로 전보되는 경우도 있다. 한국투신만 하더라도 협회에 등록된 펀드매니저는 50명에 이르고 있으나 실제 운용에 참가하는 인원은 20명에 불과하다.◆ 한국·대한·국민이 압도적4백여명의 펀드매니저를 전공별로 보면 90% 가까운 숫자가 경상계열 출신이다. 경영학(53.7%) 경제학(26.2%) 무역학(3.2%)회계학(2.9%) 등의 순이다. 나머지는 법학(4.2%) 통계학(2.4%) 공학(1.2%)전공자다. 열명중 아홉명이 경상계열 출신이라는 말이다.거시경제흐름을 분석해야 하고 개별 기업의 재무정보를 분석해서투자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경상계열이 단연 많다.대투의 주식형 펀드 담당자 16명중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이종성(39) 차장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경영학(7명) 경제학(6명)회계학(2명) 전공자들이다.경상계열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은 펀드매니저 세계에서 공대출신의펀드매니저도 활약하고 있다.한림투신의 조영찬 대리는 서울대 공대 무기재료공학과 출신. 지난89년 동원증권이 이공계열 출신을 공채할 때 증권계에 들어왔다.조대리는 공학도 출신으로 기술적 분석이나 개별기업의 가치를 계량화하는데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들려준다. 또한 경영학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동료들보다 공학도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 어느 때는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소개한다.연령별로 보면 30대가 전체 펀드매니저의 83%로 압도적이다. 세분하면 31세에서 35세까지가 46%, 36세에서 40세까지가 37%다. 30대펀드매니저들의 다수를 이루는 것은 40대만 넘어가면 신속하고 급박한 판단을 내리는데 뒤처지기 때문이라는게 일반적 시각이다. 외국에 비해 조로화 현상이 두드러지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이들 펀드매니저들이 굴리는 돈의 규모는 천차만별이다. 회사와 조직운영시스템에 따라 펀드규모가 달라진다. 한국 대한 국민 등 기존 3투신의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펀드가 매우 크다. 이들 회사의펀드매니저들은 서너명이 한팀을 이뤄 3천5백억원 규모의 주식형펀드를 굴린다.대한투신의 신우현 운용 2팀장은 33개의 펀드에 총 8천8백억원 규모를 운용한다. 공사채형 펀드 5천3백억원과 주식형 펀드 3천5백억원을 동료들과 함께 담당한다.보조 펀드매니저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신팀장이 거의 독자적으로운용방침을 결정한다.신설투신사의 펀드매니저는 일반적으로 50억원에서 2백억원 규모의펀드를 책임지고 있다. 한림의 조영찬 대리는 50억원, 동부의 김과장은 2백억원 규모의 펀드를 담당한다. 지방투신사의 펀드매니저는운용 재량권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소재의 동양투자신탁 우경정 차장은 1백60억원과 1백80억원 등 모두 7백억원 규모의 펀드를 굴리고 있다고 밝힌다.이들 4백여명 펀드매니저들은 천문학적 액수의 펀드를 운용한다.8월말 현재 1천3백여개 펀드에 13조원 규모의 주식형 펀드를 운용한다. 주식편입비율을 50%만 잡더라도 7조원 가까운 돈을 주식시장에서 주무르고 있는 셈이다. 예전보다 못하지만 기관투자가로서 무시 못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셈이다.이들은 천문학적 액수를 운용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수집한다.경제신문을 정독하거나 증권회사 업종분석가(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를 참조하는 것은 기본이다. 기업도 수시로 탐방하고 있다. 매출액과 순이익률 그리고 현금흐름, 신규투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특히 개개인마다 중시하는 투자원칙에 따라 관심분야를 달리한다.◆ 단기 실적 평가 ‘스트레스’운용경력 4년의 한국투신 김경배 대리는 기업탐방을 통해 눈으로확인하는 스타일. 각종 분석자료를 통해 기업정보를 입수하지만 기업의 실체를 눈으로 보고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는 원칙아래 수시로기업탐방을 나간다. 최근에는 태평양과 선창산업 등을 방문했다.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좋지 않으면 타부서로 전직되는좌절감을 맛봐야 하는 것이 펀드매니저다.한국투신의 경우 등록숫자와 운용인원이 다른 것은 이같은 사정에서 기인한다. 국내 펀드매니저는 외국과는 달리 장기운용실적에 따라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단기간의 실적을 평가받고 있다. 제대로된 운용실적기록을 갖고 있는 국내 펀드매니저가 드문 것도 이와무관치 않다.동료간, 경쟁업체간 단기실적 비교는 펀드매니저들에게 과중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요즘처럼 업체가 난립하고 시황이 좋지 않으면심리적 부담이 가중된다.특히 40세까지 승부를 봐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작용하고 대량으로사들인 주식이 폭락할 때, 패배감을 맛본다고 말한다. 동부투신의김과장은 『과도한 긴장으로 대부분의 펀드매니저들은 같은 또래에비해 흰머리가 많다』고 지적한다.과중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도 이들의 연봉은 일반인들의 생각보다 많치 않다. 운영실적에 따른 성과급제나 연봉제가 정착되지 않아 일반 월급쟁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일부 펀드매니저들은 대가는 없고 책임만 주어진다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한다.경력 4년의 한국투신 김대리가 연봉 4천만원, 운용경력 7년의 동양투신 우차장은 4천만원, 동부의 김과장이 3천8백만원을 받는다. 펀드액수의 0.2%를 연봉으로 받아 1백80여억원의 연봉을 받았던 피터린치는 먼나라 얘기일 뿐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꿈은 원대하다. 얼마 안있어 자신의 이름으로 펀드를 판매, 운용해서 고객에게 최대의 수익을 돌려주고이에 따른 명성과 경제적 부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대부분 이같은 꿈을 실현하기 위해 착실한 수업을 받고 있다. 권한과책임이 동시에 주어지는 「자본시장의 꽃」으로 만개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용어 설명투자신탁(Investment Trust)여러 투자자가 공동으로 출자한 기금(Fund)을 증권 전문가(펀드매니저)가 안정성과 수익성이 높은 곳에 투자를 하고 그 수익을 출자액에 비례해서 개인에게 나눠주는 제도.운영과정을 보면 불특정 다수의 일반투자자들로부터 소액의 자금을모아서 공동 투자기금을 만들고 이를 투신사 등 전문투자기관이 일반투자자를 대신하여 투자 및 관리를 담당한다. 자금운용은 주식이나 채권 등 유가증권이 압도적이다. 최근에는 옵션 선물 콜금리 등에도 투자하고 있다. 유가증권 투자는 자본이득과 매매차익만을 노릴뿐 경영권 획득을 전제하지 않는다. 이같이 운용해서 발생한 수익을 투자액에 비례해서 돌려 준다.기금(Fund)투자신탁회사가 개인이나 기관으로부터 위탁받아 관리하는 재산 그리고 각종 단체나 보험 은행 등에서 직접 관리, 운용하는 재산을통틀어 말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펀드라고 할 때는 한투나 대투등 투신사에서 일반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모아 설정하거나 회사돈으로 설정한후 일반투자들에게 수익증권을 판매해서 운용하는 자금을의미한다.주식편입여부에 따라 주식형 펀드와 공사채형 펀드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수익성을 중시해서 주식을 한주라도 보유하면 주식형 펀드라고 한다. 주식편입비율에 따라 안정형 안정성장형 성장형으로 구분된다. 이를 운용하는 전문가가 펀드매니저(Fund Manager)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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