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내림은 없다, 무당은 기 강한 인간"

경희대 국어국문학과의 서정범교수는 「무속」을 논할 때 빼놓을수 없는 인물이다. 40여년간 3천여명의 무당을 직접 만나 교분을나눈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세계적으로 가장 점을 많이 본사람일 것이라고 호언할 정도로 무속과 맺어온 인연은 깊다.사람들이 무당에 대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 중의 하나가 「무당이어느 정도나 정확히 맞힐 수 있느냐」는 것이다. 서교수는 이에 대해 과거를 맞힐 확률은 높지만 미래를 맞힐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단언한다. 과거와 미래에 대해 적중률이 다른 것은 무당의 능력이 신의 능력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이기 때문이다. 서교수가 그간의 경험과 연구를 통해 무속에 대해 내린 결론은 『무당이란 인간 원래의 모습일 뿐』이라는 것이다. 즉 일반인들이 흔히 알고 있듯 신이 내리거나 하는 현상은 없다고 주장한다.지금은 인간이 모든 생명체의 왕으로 군림하고 있지만 먼 원시시대에는 그렇지 못했다. 호랑이 곰 늑대 등 많은 짐승들이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였다. 여러 민족들의 건국 설화에 짐승이 시조로 나타나는 것은 그만큼 당시에는 짐승의 힘과 권력이 크게 여겨졌기 때문이다.모든 생명체의 가장 근본적인 욕구는 종족 보존의 욕구다. 인간도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원시시대 때 짐승 뿐만이 아니라 각종 자연재해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던 인간들은 위험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어떤 방어막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짐승들이 위험을 미리 알고대피한다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박쥐들은 지진이일어나기 며칠 전에 지진을 예감하고 살고 있던 동굴을 떠난다. 들쥐는 장마가 일어나기 전에 미리 알고 대피한다. 그렇다면 짐승들도 자연재해를 미리 예견했는데 여러 위험에 노출돼 있던 원시인들은 그렇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원시인들도 꿈이나 예감, 본능에의해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과 다치거나 병이 들었을 때 지금과 같은 약이 없어도 고칠 수 있는 치유력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현재의 무당들이 가진 능력을 원시인들은 대부분 가지고 있었고 그런의미에서 원시인들은 모두 무당이었던 셈이다.◆ 무당은 화가·음악가와 같은 기능인그럼 왜 인간에게서 예지력이나 병의 치유력이 사라진 것일까. 우선은 문명이 발달하면서 자연과 짐승의 위협이 크게 줄어들었다는점을 들 수 있다. 둘째는 부모의 역할과 보살핌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부모의 끊임없는 보살핌이 있기에 위험을 느끼고 예견할 본능이 발달할 틈이 없었다. 서교수는 무당을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첫째는 유전적인 요인으로 무당이 된 경우로 집안에 기독교든불교든 천주교든 종교에 대한 신앙심이 유별나게 깊거나 신실한 봉직자가 있었던 경우다. 집안에 이런 종교적으로 신실한 친척이 있는 무당이 전체의 35% 정도라고 서교수는 말한다.그렇다면 나머지 65%는 어떤 사람들일까. 서교수의 주장에 따르면성장과정에서 애정 결핍을 많이 느꼈던 사람이라는 것이다. 전체무당 중 65%는 고아거나 집안에 문제가 있어 충분한 사랑을 받지못했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힘이 없는 어린 시절에 충분히 사랑받지 못하면 스스로 생존에 대한 본능이 발달, 위험을 미리 알아채는 예지력이 발달하게 된다는 것이다.서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무당은 인간 본연의 능력을 활용하는, 화가나 음악가 등과 같은 기능인일뿐 유별난 사람들은 아니다. 그러면 흔히 말하는 무당들에게 신이 내렸다는 것은 무엇일까. 서교수는 신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기(氣)의 영향일 뿐이라고 한다.무당들은 남들보다 기의 흐름이 세고 옛날 원시인들처럼 예지력이발달한 사람일 뿐이라고 말한다. 다시말해 무당들은 기의 능력으로다른 사람의 머리 속에 입력된 내용을 알아채고 그 사람의 과거와미래를 알아맞힌다는 것이다.무당들은 강력한 기의 힘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머리 속 정보를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글자로 읽는다. 무당들이 미래보다 과거의 일을 더 잘 맞히는 것도 머리 속의 정보를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면 무당이 미래의 일을 맞히는 경우는 어떻게 설명할까. 사람은 미래에 대해 나름대로의 예측과 계획을 세운다. 게다가 현재는미래를 만드는 토양이다. 사람의 머리에 입력된 미래에 대한 계획과 현재의 일들을 읽어낸 뒤 무당의 기본적인 예지력을 보태면 미래를 어느 정도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니다.서교수는 굿을 통해 사람들의 병을 고치는 것도 무당의 강력한 기가 병든 사람에게 전달됐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결국 무당의 능력이란 기의 힘이고 이런 기는 원래 인간들 모두가 가지고 있었던 에너지라는 결론이다. 흔히 무당들이 죽은 사람을 만나고 어떤 인물의 신이 내렸다고 하는 것도 꿈에서 죽은 사람을 만나듯이 잠재의식이 표출돼 꿈이나 환상으로 나타난 것이라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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