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占입가경' 占산업

미래가 궁금한 것은 인지상정이다. 특히 사회가 뒤숭숭하고 혼란스러울수록, 하는 일이 잘 되지 않을수록, 앞일에 대한 걱정이 많을수록 사람들은 미래에 대해 불안해한다. 이럴 때 사람들의 발길은앞날을 예견해주는 점집으로 쏠린다. 사회적으로 천대받고 뚜렷한직업으로 인정받고 있지도 못하지만 사람들은 어려운 일이 닥치거나 무엇인가 큰 일을 앞두고는 언제 「미신」이라고 점을 무시했냐는 듯이 점쟁이를 찾는다.우리나라 사람들은 더군다나 점을 좋아하는 민족이다. 툭하면 「택일」을 하는 습관만 봐도 그렇다. 결혼하는 날은 물론이고 이사하는 날, 출행을 삼가야 하는 날 등 별별 날을 다 점을 통해 길흉 정도를 알아보고 정한다. 이런 민족성 때문인지 우리나라에선 항상운명이나 미래를 감정하는 관련 시장이 호황이다.◆ 점술인 전국에 10만명 넘어우리는 흔히 미래나 운명을 알아보는 것을 점이라고 하지만 점치는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예부터 전해내려오는 경전중의 하나인 을 바탕으로한 역학과 또다른 하나는 신을 섬기면서 길흉을 점치고 굿을 하는 무속이다. 일반적으로 「점을 보러간다」고 하면 역학이나 무속을 구분하지 않고 궁합이나 개인의 운명, 앞으로의 운세 등을 알아본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둘사이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역학은 고전을 통해 글자를 풀고 해석하는 학문의 하나로 계속 연구를 해야하는 분야다. 반면 무속은상식을 벗어난 특이한 능력으로 사람의 일을 알아맞히는 것으로 흔히 신점으로 분류한다. 역학을 동양철학이라는 하나의 학문으로 접근할 수 있다면 무속은 민속으로 문화적 접근이 가능하다.역술인들의 모임인 한국역술인협회와 무속인들의 모임인 대한경신연합회 등 관련 단체에 따르면 전국에 점술로 돈을 벌어들이는 사람들은 대략 1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정확한 숫자는확인되지 않는다. 직업형태상 「점술업」은 허가제가 아니라 신고제라 누구나 간판만 걸어 놓으면 영업을 할 수가 있다. 3만명 정도를 회원으로 거느리고 있는 한국역술인협회도 회원수를 추정한 것이지 정확한 숫자는 파악하기 어렵다고 한다. 대한경신연합회 역시회원이 10만여명에 이른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정확하지는 않다. 일종의 친목단체로 협회 가입과 탈퇴가 비교적 자유로운 까닭이다.관련 협회 회원에다 역학이나 풍수 등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는일반인과 집에서 소규모로 영업하는 사람까지 합한다면 점술인이라고 할만한 사람은 30만명에 가까운 것으로 추측된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점에 관심이 많다는 증거다.◆ 40대 여성 69.8% ‘점 본 경험 있다’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점술가들이 연간 벌어들이는 돈, 즉 운명산업의 규모는 어느 정도나 될까. 한 사람의 사주를 볼 때 일반적인감정가는 2만∼3만원이다. 한국역술인협회의 공식감정가는 사주와관상의 경우 1회 3만원, 작명은 10만원이다. 무속의 경우도 비슷하다.10만명의 점술인이 매일 단 한사람의 고객을 만난다고 해도 단순한계산으로 일년이면 3천6백50만명이 점을 보는 셈이다. 거의 전 국민이 일년에 한번은 점을 본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이들이 일년간사주에 대한 감정가로 지불하는 돈만도 1조원이 넘는다. 점술인이매일 한 사람만 3만원으로 사주를 봐준다고 했을 때 나오는 계산이다. 그러나 실제 규모는 이를 훨씬 능가할 것이라는게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유명 역술인이나 무속인의 경우 감정료가 일정하게 정해져 있지 않는게 보통이다. 부르는게 값일 정도로 손님이 줄을 서기 때문이다.인기 역술인이나 무속인에게는 하루에 50∼60명씩 손님이 몰려든다. 예약을 해도 몇 달씩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명리학으로 국내 첫손 꼽히는 유충엽씨의 경우 밀려드는 손님을 감당할수 없어 회원카드를 만들고 회원들만 받고 있을 정도. 점술가를 찾는 사업가나 사회 고위층 인사들 중 일부는 일이 잘 되면 옛날에찾았던 점술인을 다시 찾아가 사례비로 몇천만원씩도 놓고 간다. 개인에 따라 천정부지로 뛰는 감정료에다 부적까지 감안하면 운명시장의 규모는 훨씬 늘어난다. 부적의 경우 일반적인 가격은 10만원선. 그러나 몇백만원으로 올라가는 것도 예사다. 「10만원짜리쓰면 효과가 적고 1백만원짜리 쓰면 효과가 틀림없다」고 얘기하면사람 마음은 흔들리기 마련이다. 부적 뿐만이 아니다. 무속인들이하는 굿의 경우 가격질서는 더욱 엉망이다. 『얼마전에 2천만원짜리 굿을 했다』고 하는 무속인 K씨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한판에1천만원이 넘는 굿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1억원짜리 굿판이 열렸다는 소문까지 도는 것을 보면 운명산업의 연간 규모는 일반인들의 상상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직접적인 운명산업 외에 역학이나 무속 관련 서적시장, 역학 관련교육시장, 전화정보사업인 700서비스의 점술사업, PC통신망의 점술서비스 등 관련 시장까지 합하면 운명시장은 더욱 늘어난다.운명산업이 성황인만큼 점술을 보는 사람들도 사회적 지위 고하나성별 연령 직업은 물론 종교까지도 관계없이 다양하다. 제일제당이최근 전국의 20∼40대 여성 1천명을 대상으로 점과 사주에 대한 의식을 조사한 결과 20대의 경우 55.1%, 30대는 60.9%, 40대는69.8%가 점을 본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점을 보는 이유는결혼(궁합)과 집안의 걱정거리 때문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삶에대한 불안, 이사와 개업을 앞두고, 중요한 결정, 사업과 진로 등의순이었다. 조사가 여성만을 대상으로 이뤄지긴 했지만 남성들의 경우도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에는 경제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남성들이 점을 보는 비율이 부쩍 늘고 있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사업이 잘 안돼서, 샐러리맨들은 승진 문제나 명예퇴직 불안 때문에 점술가를 방문한다.운명시장이 일반인들의 예상외로 크고 점을 보는 사람들도 많은데비해 시장질서는 엉망이다. 한국의 명 역술인을 소개한 란 책을 출간한 김성률씨는 『전체 역술인이나 무속인중 99%가 수준 이하』라고 말한다. 무속은 신내림을 통해 점을 치는 것이기 때문에 논외로 하더라도 공부를 해야 하는 역술의 경우에도 단 몇달 공부로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하는 경우도 많다는 지적이다. 김씨는 그래서 『정말 대가라고 할만한 사람은 전국에서도열손가락안에 꼽힐 것』이라고 말한다. 역술이나 무속에 대해 거의무지하면서 운명 장사를 하는 「사기꾼」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수준 이하의 점술가들이 판을 치는데다 가격도 천차만별인 이유는운명산업이 워낙 「음지산업」이기 때문이다. 한 유명 역술인은 『어려운 일로 나를 찾아와 도움을 받았던 사회 유명인사가 다른 자리에서 부딪치게 되면 안면몰수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고 털어놓는다. 점술을 이용하는 사람은 많지만 공식적으로는 점술이 미신이라 천시되고 배척당하는 풍토 때문이다. 이런 풍토로 인해 점술 수준을 객관적으로 검증, 가격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여건 자체가 마련되기 어렵다. 그러나 옳고 그름을 떠나 점술은 이미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생활풍속이자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아예없앨 생각이 아니라면 역할이나 존재를 인정해줘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점, 믿어야 하나 안믿어야 하나점을 보러간다고 할 때 흔히 사람들은 재미로 보라고 한다. 그러나이 바쁜 세상에 한가하게 재미로 점을 보는 사람은 없다. 대부분이어려운 일에 부딪쳐 무엇인가를 뚜렷이 결정하지 못했을 때 점집으로 발을 돌리게 된다. 그렇다면 무엇인가 도움말을 얻고 싶어 점술가를 찾았을 때 그 사람 말을 모두 믿어야 하나.이 질문에는 정답이 없다. 우선은 좋은 점술가를 찾는 수밖에 없다. 좋은 점술가란 흔히 생각하듯 족집게처럼 맞히는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전체적인 성품과 인생의 맥을 짚어주는 사람이 더 믿을만하다. 확정적으로 이러 이러하게 나쁘니 부적을 쓰라거나 이름을바꾸라거나 굿을 하라고 하면 일단은 한발 물러서는게 좋다. 돈을벌려는 수작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점술가를 찾으면 그 사람의 말을 녹음하거나 기록하는게 필요하다.나중에 맞는지 틀리는지를 확인할 수도 있고 생활할 때 도움을 얻을 수도 있다. 점술가는 또 머리가 맑은 아침에 찾는 편이 유리하다. 점술가에게 먼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필요는 없다. 먼저말을 꺼내면 표정이나 말투로 때려잡는 점술가가 많기 때문이다.점술이란 그 사람의 용량과 나아가는 길을 보는 것이다. 사람을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점술가는 자동차 용량이 어느 정도인지, 그 자동차가 달릴 길의 포장상태가 어떤지를 예측하고 길흉을 피하도록도와주는 조언자일 뿐이다.「사주불여관상 관상불여심상 심상불여인애실천(四柱不如觀相 觀相不如心相 心相不如人愛實踐)」이다. 사주나 관상 심상보다도 사람을 사랑하고 실천하는 것이 제일이라는 의미다. 점술을 이용하되「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자세가 필요하다. 인간의 바른도리를 다하고 하늘의 천명을 기다린다는 뜻이다.★ 다이애나비 사망은 예견된 것?'기문'상, 교통사고로 죽을 운…아들도 엄마와 인연이 없는 운세다이애나 전 영국왕세자비의 사망은 예견된 것이었다?지난달 31일 전세계에 충격을 줬던 다이애나의 죽음은 과속으로 달리던 자동차가 충돌하면서 입은 부상으로 병원에서 숨졌다는 것이지금까지 알려진 사망원인. 그러나 일부 역학인들은 다이애나의 사망을 역학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것은 사망하기 전에 이미 다이애나에게 「운명적」으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는 것이다.성남에서 활동하는 역학인 유래웅씨는 『다이애나의 사주(태어난연·월·일·시)를 갖고 기문으로 해석하면 올해 교통사고로 죽는다는 것이 나와 있다』고 말했다. 유씨에 따르면 영국점성술사협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나타난 다이애나의 생년월일시는 61년 7월 1일(양력, 음력으로 환산하면 5월19일). 그러나 탄생시각은 오후 2시와 오후 7시45분 두 가지로 나와 있다. 이를 갖고 역학의 한 방법인 「기문」을 이용해 다이애나의 운명을 보면 오후 2시에 태어났을 경우 교통사고로 죽는 운이 있다는 것이다.9개의 구멍을 갖고 해석하는 기문에서 가장 중요한 가운데 구멍(중공)에 죽음을 뜻하는 귀(鬼)자가 뜬다는 것.기문에 뜨는 귀자는 익사 등 물로 인해 죽는 1·3 수귀, 불로 인해 죽는 2·7 화귀, 칼 등 금속(무기)으로 죽는 4·9 금귀, 갱도붕괴 등 흙과 관련된 5·10 토귀 등이 있으나 다이애나에게 뜬 것은 3·8목귀. 『3·8목귀는 목매서 자살하는 것을 뜻했지만 요즘은교통사고로 죽는 운세』라는 것이 유씨의 설명이다.오후 7시45분으로 봤을 경우에도 귀자가 뜨지만 이는 불로 인해 재앙을 입는 2·7화귀(火鬼)이며 죽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유씨의덧붙인 말이다. 『결국 다이애나가 태어난 시각은 오후 2시가 맞으며 이렇게 거꾸로 태어난 시를 잡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 유씨의말이다.다이애나의 운세 대신 윌리엄·해리 왕자등 두 아들의 모자간 운세를 갖고 다이애나의 사망을 설명하는 역술인도 있다.신문기자출신의 역학인 한정희씨는 『신문에 난 다이애나의 두아들의 태어난 시를 제외한 연월일 삼주만 갖고 명리적인 해석을 했을때 엄마인 다이애나와 인연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다이애나와 두아들의 인연이 없다는 것은 다이애나나 아들중 어느한쪽이 사망으로 인연이 일찍 끊기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자식들의 명리에 다이애나와의 인연이 없다는 역학적 해석은 다이애나의죽음으로 나타난 것이다.그러나 「운명을 거역하지 못했다」며 다이애나의 사망을 역학적으로 풀이한 역학인들도 『다이애나의 사망은 충격적이고 안타까운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