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물가 '안정', 체감물가 '우려'

정부가 공공요금을 잇따라 올리자 물가에 대한 불안이 한층 증폭되고 있다. 게다가 원화환율약세,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한은특융 그리고 올연말 대선을 앞두고 있어 연말까지 물가가 안정될 것인가에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반기 들어서자마자 전기요금 지하철요금 철도여객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이 속속 발표되고 지난 8월중 소비자물가가 지난 7월보다0.7% 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자 물가불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한층 커지고 있다. 앞으로도 물가인상요인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당장 의료보험수가가 평균 9%, 우편요금은 평균 11.4%, 공중전화와 시내전화는 각각 10.6%와 8.2% 오르는 등 10월까지 이들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될 예정이다. 상하수도요금, 교통요금 등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공공요금도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물가불안은 과연우려할만한 수준인가.이에 대한 견해는 크게 엇갈리고 있다. 물가당국인 재정경제원과각종 경제연구소들은 최근들어 물가가 다소 상승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물가불안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기업인들과 금융계는 체감물가가 이미 7%대를 넘어섰다는 점을 들어 물가불안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재경원과 경제예측기관들은 올연말까지 물가목표치인 4.5%를 크게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들어 물가안정에 절대적인 비중을 두고있다. IMF(국제통화기금)도 최근 한국의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상승률이 각각 6.0%와 4.2%로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이들은 석유류를 제외한 전부문이 작년보다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들어 쌀이 작년에 이어 대풍을 이루고 채소류 및과일류 등 다른 농산물의 작황도 매우 좋은데다 곡물 등 국제원자재 가격도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공산품도 대외개방과 경쟁촉진에 의한 가격파괴가 이루어지고 최근의 소비둔화세가당분간 이어질 전망이어서 환율상승 등에 따른 원가부담에도 불구하고 가격인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통화 재정 환율도 별다른 교란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특히 환율은 앞으로 경상수지가 호전되고 자본도입이 확대되면서 점차 안정세를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환율상승에 따른 원가부담은 국제원자재 가격의 안정, 가격파괴의 확산 등에 의해 상당 부분 흡수되고 있다는 판단이다.한화경제연구원의 구영훈 박사는 『과거사례를 분석한 결과 선거전후의 물가는 그 당시의 경제상황에 의해 좌우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선거를 계기로 현금통화가 일시 늘어나는 경우는 있었으나전체 통화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으며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습니다. 더욱이 올해 대선은 정치개혁의 추진, 기업의 자금난 등으로 선거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등 선거분위기도달라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어느 대선보다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적을 것입니다』라고 말한다.반면 기업인들과 국민들은 이미 체감물가가 불안한 수준에 이르러올연말 물가도 결코 안정세를 유지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들은채소류 등 신선식품의 가격상승률은 올들어 8월까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5%, 구입빈도가 가장 높은 월 1회이상 구입하는 품목의 가격상승률도 7.7%에 달한 점을 든다.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기본생필품 가격 상승률도 6.3%로 경제성장예상치인 6%를 넘어서는등 체감물가 불안은 지표상으로도 입증되고 있다는 설명이다.또한 통화증발에 따른 물가부담도 클 것이란 입장이다. 산업은행의외화차입, 외국인주식 투자한도 확대 등으로 80억~90억달러의 외화가 연말까지 유입될 전망인데다 11월까지 한국은행이 금융기관 및부실채권 정리기금에 지원할 자금만 5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체감물가 7% 이상, 불안심리 확산달러에 대한 원화환율도 지난해말 8백44.2원에서 9월에는 9백10원대에 육박, 이같은 환율이 연말까지 지속될 경우 달러에 대한 원화환율은 96년에 비해 평균 1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환율동향을 예고하는 선물이 달러당 1천원 선을 맴돌고 있어 결코환율이 하향안정세를 유지할 공산은 적다. 결국 통화와 환율요인으로 인한 물가상승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사실 통화량과 환율은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란 점에서그 전망에 따라 물가불안의 척도가 크게 달라진다. 총통화가 1% 팽창할 경우 소비자물가는 당해연도에 0.03%, 이듬해에는 0.12%씩 상승압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1%오르면 소비자 물가는 당해연도에 0.06%, 이듬해에는 0.15%씩 상승압력을 받게된다.현재 전문가들은 일단 물가지수가 4.5%대를 유지할 것이라는데는대체로 수긍하는 입장이다. 지수 자체로는 거의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다. 그러나 4.5%란 물가지수가 과연 경기침체기의 국내경제를고려할 때 안정적으로 볼것이냐에 대해선 시각이 엇갈려 있다. 기업인들과 일반국민들은 두자리 수의 고도경제성장기시대의 6~7%의물가수준과 5~6%성장기의 4.5% 물가수준을 단순 비교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활황을 보이고 있는 선진국들의 물가상승률이 2~3%에그치고 있는 점을 지적한다. 경기둔화에 따른 일반소비자의 소비억제를 근간으로 한 물가상승은 소득상승기의 물가 불안과 비교가 안될만큼 심리적 충격이 더욱 크다는 주장이다. 더구나 경기둔화에의한 물가안정기에 정부가 공공요금을 대거 올리는 것은 물가불안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고 한다.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체감경제성장률이 4.2%에 달할 것으로예측했다. 체감물가상승률이 7%대를 유지한다면 국민들은 실질소득이 2.8% 포인트 이상 감소했다고 느끼게 됨을 의미한다. 정확한 물가지수 전망 못지않게 물가에 대한 국민들의 심리도 고려해보는 현명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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