믈가안정기조 크게 흐트러진 것 아니다

최근 물가를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지난달부터 공공요금이 잇따라인상되고 농산물가격도 올랐다. 원화환율의 약세, 금융시장안정을위한 한은 특융 등의 자금지원도 물가에는 불안요인으로 지적되고있다. 석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도 복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외환시장의 교란과 실물경제의 장기침체가 물가상승과 맞물리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최악의 사태발생에 대해서도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요인들을 피상적으로만 보고 물가를 지나치게 걱정하는 것은 오히려 전반적인 물가불안 심리를 필요 이상으로 자극할 수도 있다.농산물가격을 보면 재배기간이 짧은 채소류의 경우 일시적인 수급불균형으로 인한 가격상승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안정을 되찾는 경향이 뚜렷하다. 더구나 올해는 태풍피해가 거의 없었고 기상여건이좋아 과일류 등 대부분 농산물의 풍작이 예상되고 있다. 공공요금의 인상은 물가관리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보험수가와 전화요금 등 9, 10월에 인상되는 공공요금이소비자물가 상승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효과만 0.34%포인트 정도로추정된다. 절대수치 면에서는 그다지 크지 않지만 가을 이후 연말까지는 계절적으로 물가가 안정되는 시기였음을 감안하면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요인은 아니다. 그외에 상하수도요금, 교통요금 등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공공요금의 인상이 지속될 예정이다. 공공요금 인상은 그 자체의 직접적인 인상 영향뿐 아니라 개인서비스요금 등 다른 부문의 물가로 파급될 가능성도 큰만큼 물가에 미칠 영향이 만만치 않다.통화량 증가에 따른 물가파급은 현재로서는 크게 우려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은 특융, 외화자금 유입 확대조치 등으로 늘어난 통화공급이 환매채(RP), 통화채 등을 통해 상당부분 흡수되고 있기 때문에 총통화에는 큰 변화가 없는 수준에서 자금흐름의 경로만 바꾸는 측면이 크다. 또한 경기가 침체기에 있고 소비투자 등 내수가 특히 부진하므로 다소간의 통화확대가 총수요압력을 통해 물가상승으로 나타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원화환율의 약세에 따른 물가 압력은 그 자체만 놓고 보면 적지 않은게 사실이다. 원화 환율1%의 절하가 생산자 물가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산업연관표에 근거해 산정해 보면 0.2%를 넘는 것으로 나타난다.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이보다는 다소 낮을 것으로 보이지만 올들어 원화가 달러화에 대해 7%이상 절하된 것을 감안하면그 영향이 결코 적지 않다. 그러나 다행히 올들어서는 원화의 절하폭 못지 않게 수입단가가 하락했기 때문에 환율의 변화에 따른 효과는 거의 상쇄되고 있다고 볼수 있다. 앞으로도 원화의 약세가 가파르게 지속된다면 그 영향이 커질 수 있다. 최근 경상수지가 개선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어 현재의 금융불안 상황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는다면 원화의 추가적인 약세 폭은 크지 않을 것이다.연말 대통령선거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물론 이완된 정치사회분위기에 편승해 개인서비스요금이 들먹일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과거 대통령 선거와 물가의 관계를 보면 물가는 선거보다는 당시의 경기상황에 좌우되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지역개발공약이 난무했던 지난 87년 대통령 선거를 제외하고는 선거에 따른 영향은 별로 없었다. 특히 올해는 기업자금사정이 매우 나쁜데다 정치개혁입법도 추진되고 있어 선거자금지출이 과거에 비해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물가불안요인들을 전체적으로 보면 일시적인 요인과 피상적인 분석에 근거한 것들이 많아 보인다. 아직 우리나라의 물가안정기조가크게 흐트러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듯하다. 특히 경기가 침체기에 있고 내수경기는 내년까지도 별로 살아날 것 같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정부와 언론은 물가불안 요인들을 강조하기 보다사전에 불안심리의 확산을 차단하고 국민들에게 신뢰를 심어주는일에 앞장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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