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탑에도 창업 바람 거세다

지난 7월14일. 경기도 안산에 자리잡은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중소기업 연수원 대강당. 중소기업진흥공단이 5번째로 주최한 대학생창업스쿨이 한창이었다. 전국 79개 대학에서 몰려든 1백94명의 대학생들은 강의에 귀를 모은 채 부지런히 노트에 강의내용을 적느라 더위도 잊었다. 연수원 연수운영부 김춘근과장은 『미국 메릴랜드대학이나 남가주대에 재학중인 유학생들도 참여하는 등 대학생들의창업열기가 상상보다 훨씬 뜨겁다는 것을 느꼈다』며 『접수마감후에도 계속 문의가 밀려 겨울방학중에 있는 강좌를 이용해 달라고양해를 구했을 정도』라고 말했다.대학가에 창업바람을 일으킨 창업로드쇼를 주관하는 벤처기업협회의 한 관계자도 『대학을 돌아가며 열리는 로드쇼마다 학생들이 몰려 좌석이 부족한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며 『창업로드쇼개최를부탁하는 요청이전국 곳곳의 대학에서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최악의 취업난이라는 좁은 바늘구멍 대신 창업이라는 새로운 문을두드리는 학생들로 열기가 뜨거운 대학가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실제로 지난해 벤처기업협회가 개최한 창업강좌인 창업로드쇼에 참석한 이공계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 자료에 따르면 학생들의 76%가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을 정도다.◆ 이공계 대학생 76% ‘사장되고파’비단 이공계학생 뿐만이 아니다. 창업바람은 이제 상아탑 전체로번져나가고 있다. 업종도 기술형 벤처창업에서 소점포창업까지 다양하다. 올해 K대 경영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유모씨는 『주변에 창업을 생각하는 후배나 동기생들이 의외로 많아 놀랐다』며 『요즘유행하는 벤처기업과 같은 창업이 아니라 전공을 살린 창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템만 구하면 지금 다니는 직장은 그만 둘 것』이라는 유씨는 『요즘도 학교후배들과 만나면서 유통업과 무역업에 관심을 갖고 계속 공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사업정보개발원의 이형석원장은 『최근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창업절차나 방법 등을 문의하는 대학생들이 크게 늘었다』며 『이들은주로 정보제공업(IP사업)이나 인터넷사업과 같이 아이디어로 승부하거나 영업을 위주로 하는 업종의 창업에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대학이 창업열풍에 휩싸이면서 창업동아리결성도 붐을 이루고 있다. 과학기술원의 KBC, 서울대 공대의 벤처, 연세대의 연세벤처창업연구회, 인하대의 인하벤처클럽, 전북대의 디딤돌 등 이미 널리알려진 벤처동아리를 포함해 현재 전국 92개 대학에서 창업동아리가 결성돼 있다. 중소기업청 창업지원과 김성섭사무관은 『현재 각대학별로 1개씩 모두 92개의 창업동아리를 선정·지원하고 있는데서강대 국민대 등 2개의 동아리를 가진 대학과 아직 접수가 되지않은 동아리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대부분이 인터넷이나 게임 등 컴퓨터를 이용해 창업을 계획하고 있는 동아리들』이라는게 김사무관의 덧붙인 설명이다.이들 가운데 일부는 소모임 성격의 동아리라는 둥지를 깨고 기업화했거나 기업체로부터 업무를 수주받아 수익을 올리는 등 성과도 만만찮다. 가장 먼저 만들어졌으며 2백여명의 회원을 확보, 대표적인벤처동아리로 꼽히는 과기원의 KBC의 경우 지난 8월에「위더스」(대표 김도완)라는 벤처기술컨설팅업체를 세웠다. 『창업후 지금까지 4개팀과 창업관련 컨설팅계약을 맺고 작업중』이라는 정보개발팀의 홍승환씨는 『창업에 대한 문의가 많이 오고있어충분한 시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80여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서울대 공과대학의 「벤처」의 경우 「웹2폰(Web2Phone)」이라는 소프트웨어와 카드를 개발해 놓고 법인설립을 눈앞에 두고있다. 시장성이 충분하다고 본 벤처회원들은 현재(주)웹콜(Webcall)이란 회사명을 가칭으로 정해놓고 웹2폰의 향후판로와 상품화 전략 등을 모색하고 있다. 「벤처」의 송병준(전기공학부 4년)회장은 『L그룹에서 그룹자회사 형태로의 법인설립을제의받기도 했지만 일단 기술만 넘기거나 자체적으로 상품화해서판매하는 것을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전북대 디딤돌의경우 중소기업으로부터 제품개발을 의뢰받아 연구를 진행중이며 삼육대학교의 창업동아리는 고객관리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보험사지점에 납부하는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창업 업종 미리 경험 쌓는 것 필요대학생들의 창업열기가 높아지면서 대학 등 여러 기관단체에서의창업강좌도 속속 개설되고 있다. 현재 중기청이 지정한 창업강좌기관은 모두 30개. 홍익대 건국대 등 16개 대학, 중소기업개발원, 중소기업진흥공단, 표준협회, 중소기업은행, 경영지도사회, 기술혁신협회, 부산상의, 한국기업상담 등에서 창업강좌를 하고 있다.『마치 70∼80년대 대학가를 휩쓸었던 이데올로기를 대체해나가고있는 느낌』이라는 한 대학생의 말처럼 당분간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대학가의 창업바람. 하지만 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중기청의 한 관계자는 『일부 창업동아리의 경우 정부지원(약 8백만원상당)을 노리고 아이템도 없이 급조된 것도 있는것으로 안다』며 『현재 신고된 동아리중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아이템을 가진 곳은 30%미만일 것』이라고 말했다.방송통신대 3학년에 재학중이던 지난 94년에 도일기종합개발이라는빌딩청소대행업체를 창업, 연매출 15억원 규모의 업체로 키운 강문수사장은 『직장생활을 하지않고 창업을 하면 이른바 「사회물」을몰라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며 『창업을 하려면 해당업종에서얼마간 일을 하면서 경험과 전문성을 쌓고 꾸준한 관심을 갖는게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아울러 『최근 붐을 이루는 벤처창업의 경우 흥망의 판가름이 빠르다』며 『벤처창업을 할만한 기술력이 없는 경우라도 잘 찾아보면 가능성 있는 틈새사업도 많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 박홍원 창신컴퓨터(주)대표고교생 때 컴퓨터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대학 1학년 때 회사를 세웠다. 말 그대로 겁 없는 「맨발의 청춘」이었다. 그러나언어번역S/W분야에서는 「신화」가 됐다. 지난해만도 매출 10억원의 업체로 키웠다. 올해만도 50억원의 매출을 무난히 이룰 것으로예상하고 있다. 『창업한지 2년이 넘었으나 아직도 사장이란 소리가 어색하다』지만 업계에서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춘 S/W업체의 사장」으로 통한다. 『물 좋은 나이트클럽에는 반드시 간다』는신세대학생이지만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도전해도 두렵지 않다. 충분히 이길 자신이 있다』고 장담한다. 22살의 당찬 「대학생사장」, 창신컴퓨터(주)의 박홍원사장(22·성균관대 한국철학과 4년)을만났다.▶ 창업을 하게된 동기는고교3학년 때 개발한 「한글가나」의 공개판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 하지만 당시는 나이도 어린데다 프리랜서로 활동중이었고 프로그램의 기능향상에만 신경을 썼다. 그러나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이점차 커지면서 창업을 권하는 주위의 격려도 많았고 프로그램에 대한 A/S문제 등을 생각해보니 회사를 세우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서창업을 하게 됐다. 창업자금은 부모님으로부터 약 3천여만원의 돈을 빌려 15평 정도의 사무실에서 컴퓨터 4대와 직원 3명으로 시작했다. 지금은 자본금 2억원에 직원수 15명의 규모로 성장했다.▶ 학생과 경영인으로서의 두가지 일을 병행하는게 쉽지 않을텐데두가지 일을 함께 하는 것이 사실 시간적으로나 육체적 정신적으로상당히 힘들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학생」이고 「회사에서는 사장」이다. 어느 한쪽도 소흘히 할수 없다. 학생으로서 수업은 물론학교행사에도 반드시 참가한다는 생각으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학점이나 교우관계도 좋은 편이다. 회사생활도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이제는 사장이란 직분에 더 비중이 실리는만큼 최선을 다한다.직원들이나 프로그램사용자들에 대한 책임을 더 크게 느낀다.▶ 창업후 어려움은 없었나많았다. 사장의 나이가 어린 데에 따른 공신력 문제로 기업들이 일을 맡기기를 꺼리기도 했다. 자금문제로 금융기관의 문을 두드렸으나 군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하던 금액의 반밖에 대출받지 못한 적도 있다. 다행히 현대정보기술과 함께 일을 하면서 업계에서 보는 눈이 달라졌다. 실력에 대한 평가를 받은 셈이다.▶ 창업에 대해 관심을 갖는 대학생들이 매우 많다. 이들에게 들려줄말은주변에서 수없이 그런 종류의 말을 듣는다. 그때마다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조금만 더 시간을 갖자」는 것이다. 자기계발의 기회를충분히 가진 다음 철저한 준비기간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섣불리 대들었다간 깨지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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