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소ㆍ동결...채용체감 '춥다'

올 하반기 대졸 채용규모가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대기업들은 대부분 지난해보다 적게 뽑거나 동결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금융권이나 정부투자기관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이들 가운데는 아예 하반기 채용계획이 없는 곳도 적지 않다. 이밖에 신세대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언론사나 광고대행사들도채용을 줄이거나 아직 채용시기나 규모를 결정짓지 못하고 있다.다만 요즘 한창 사세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정보통신 관련 회사들의 경우는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거나 늘려 뽑는 곳이 많아 취업준비생들에게 다소나마 위안을 주고 있다. 주요 기업, 또는 업종의하반기 취업 기상도를 채용규모를 바탕으로 그려본다.◆ 주요 대기업하반기 주요 대기업의 채용 기상도는 한마디로 흐림이다. 30대 그룹을 비롯한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지난해 수준 이하로 줄일 계획이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이 최근 하반기 채용을 지난해보다 무려52%가 늘어난 3천2백명선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전반적인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30대 그룹 가운데 쌍용 한진 한화 등 17개 그룹이 채용을 지난해 수준보다 낮출방침이다. 쌍용이 5백명에서 3백50명으로 줄이는 등 대부분 50~2백명씩 낮춰 뽑을 예정이다. 특히 기아 진로 동국제강 신호 등 4개그룹은 아예 단 한명의 신입사원도 채용하지 않을 작정이다. 이에비해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거나 늘려 뽑는 곳은 13개 그룹에 지나지 않는다. 이 가운데 삼성 LG 대우 한솔 효성 등이 평년 수준으로채용할 계획이며 현대를 포함해 선경 두산 동부 코오롱 고합 등6개 그룹만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필요한 인력만큼 늘려 뽑는다는방침이다. 중견그룹들도 30대 그룹과 사정은 별로 다르지 않다.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오히려 몸을 잔뜩 움츠리는 기업들이 적잖은 실정이다. 이랜드 이수 제일제당 농심 정도가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뿐 나머지 중견그룹들은 대부분 규모를 줄일 계획이다.◆ 금융기관하반기 금융권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에 비유될 정도로 어려울 전망이다. 각 금융기관들이 하나같이 채용규모를 지난해보다 크게 낮춰잡고 있다.먼저 은행권은 신규채용 의지가 거의 없어 보인다. 우선 제일 서울외환 대동은행이 사실상 신규채용을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대형 부도로 경영에 큰 타격을 입은 제일은 오히려 행원의 감원을걱정해야 할 판이다. 역시 경영이 어려운 서울도 올해는 공채행원을 선발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 은행 역시 기존 인력을 줄이는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특별히 경영이 어렵지는 않지만 경영 슬림화 차원에서 올해는 신규채용을 억제할 방침이다.은행권이 채용을 꺼리고 있음은 9월 하순이 되도록 채용계획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는 곳이 의외로 많은 데서도 엿볼 수 있다. 조흥상업 한일 국민 하나 보람은행 등 대부분의 은행들이 여기에 속한다. 현재 한국 신한 주택 한미 장기신용은행 정도만이 채용규모를확정한 상태다. 그러나 한미를 빼곤 대부분 지난해에 비해10~20%씩 낮추거나 동결할 예정이다.보험업계는 요즘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불황에다 보험사의 난립으로 업계 전체가 뒤숭숭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비교적 경영실적이 우수한 삼성 교보 대한 등 이른바빅3로 불리는 보험사조차 채용인원을 크게 줄여잡고 있다. 지난해8백90명을 뽑은 교보가 5백명으로 거의 절반 가량 줄일 예정이고,삼성도 3백20명에서 2백50명 안팎으로 낮출 계획을 갖고 있다. 아예 채용계획이 없는 업체도 수두룩하다. 특히 신설사들은 상당수가신규채용불가 대열에 합류해 있다.해마다 10명 안팎의 인원을 뽑아온 종합금융사들은 중앙종금을 제외하곤 예외없이 채용규모를 지난해보다 줄일 방침이다. 특히 한외아세아 삼양 제일종금은 감량경영의 일환으로 명예퇴직제를 도입,책임자급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채용여부나 규모를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는 종금사들도 적지 않다. 나라 현대 한불종금등은 올 하반기에 신입사원을 뽑는다는 계획은 갖고 있으나 내부조율이 안돼 조정중이다.증권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증권시장의 상황이 아주 나쁜데다국내 경기마저 달아오를 조짐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30여개가넘는 증권사 가운데 현대 대신 LG증권만이 소폭 늘려 뽑고 나머지는 대부분 전년 수준 이하로 채용할 예정이다. 동원 한양 대유 조흥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이미 채용을 마쳤거나 내년으로 미룰 예정이다.◆ 언론&광고언론사와 광고회사는 창조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선호하는 신세대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곳의 하나다. 사법고시나 행정고시에 빗대언론고시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그만큼 입사하기가 힘들다는 얘기다. 그런데 올해 하반기에는 경쟁률이 더욱 치솟을 전망이다.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는 언론사의 경우 하반기 들어 신규채용을 했거나 계획하고 있는 곳은 10곳이 채 안된다. 이미 동아일보 등 6개사가 7~9월 사이에 채용을 마쳤거나 서류접수를 마감했고 한국경제등 3개사가 10~11월중에 기자직을 중심으로 신입사원을 뽑을 예정이다. 반면 상당수의 언론사들은 아직 하반기 채용계획을 확정짓지못하고 있다. 경향신문과 서울방송은 채용계획 자체가 없다.광고회사들도 신규인력 채용에 소극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보다 많이 뽑겠다고 나서는 업체가 단 한곳도 없을 정도다. 게다가대부분의 회사들이 구체적인 계획을 확정짓지 못한채 최소한의 인력만을 뽑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 선두주자로 해마다 가장많은 인력을 확보해온 제일기획의 경우 아직 채용규모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지난해 수준(40명)을 밑도는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룹 공채후 배치하는 LG애드 대홍기획 코래드 등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낮출 것으로전망된다. MBC애드컴은 일찌감치 신규인력을 충원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투자기관정부투자기관은 민간기업에 비해 지방대생과 여대생 취업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곳으로 인식돼 왔다. 필기시험 성적 위주로 채용하는까닭에 차별을 덜 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올 하반기에는 정부투자기관이 지방대생이나 여대생 취업률을 높이는데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적으로 채용규모를 크게 줄일 것으로 집계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하반기에 신입사원을 선발하지않는 곳이 적잖다. 석탄공사, 석유개발공사, 토지개발공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또 관광공사, 근로복지공사, 수자원공사 등도 공식적으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하지만 하반기 채용을 고려하지않고 있다. 이밖에 한전과 도로공사, 무역투자진흥공사도 채용계획은 있지만 규모를 크게 줄일 방침이다. 다만 주택공사는 지난해50명에서 올해는 2배로 늘어난 1백명의 신입사원을 뽑을 예정이다.◆ 정보통신하반기 취업전쟁에서 정보통신 분야의 기상도는 일단 맑음이다. 통신시장이 크게 확대되면서 대부분의 업체가 전년 수준을 유지하고일부는 상향조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2천여명을 채용했던 한국통신의 경우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데이콤과 SK텔레콤 역시아직 미정이지만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또 이동통신의 라이벌인 나래이동통신과 서울이동통신도 최소한 전년수준을 유지한다는방침이다. 여기에다 일부 업체는 채용규모를 소폭 상향조정했다.온세통신이 지난해 90명에서 1백명으로, 신세기통신이 33명에서60명으로 각각 늘려잡고 있다. 한통프리텔, 한솔PCS 등 업계에 새로 뛰어든 업체들도 젊은 회사답게 채용인원을 크게 늘릴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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