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대란, 길은 있다

지금 대학가에는 비상이 걸려 있다. 추석연휴가 끝나면서 대학 4년의 마지막 관문인 취업시즌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 비상령에는교수는 물론 직원 동문 재학생 등이 모두 동원돼 있다.대학총장이 자기 학교 졸업생의 품성을 인정하는 품질보증제를 도입, 「취업세일즈」에 뛰어들었는가 하면 교수들은 출근과 동시에동문출신기업인들에게 후배취직을 부탁하는 것이 하루일과가 돼 있다시피하다.사회첫발을 내딛는 취업준비생의 마음은 초조하기 그지 없다. 대학생활을 실컷 즐기다 4학년 2학기 때쯤 취업전선에 뛰어들어도 「마음대로 골라잡았다」는 선배의 이야기는 그저 전설일 뿐이다.마음에 드는 회사를 골라잡기는커녕 자기 PR에 나서도 오라는 회사는 쉽게 찾아볼 수가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내년 2월 졸업을 앞두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은 대학취업상담실 문을 연신 두드린다. 찾는회사가 혹시 있나해서다.언론사나 경제단체가 주관하는 취업박람회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취업정보를 하나라도 더얻어 총성없는 취업전쟁에서 승자로 우뚝 설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취업준비생들은 이것도 모자라퇴근시간이 될 때쯤이면 「선배순례」에 나선다. 면접의 비중이 어느 때보다 높은만큼 보다 실질적인 취업정보를 얻기 위해서다. 그래도 갈증이 해소되지 않아 취업시즌에 들어간 대학가는 우울하다.대학가가 이처럼 혹독하게 가을을 타고 있는 것은 올 하반기 취업전선에 잔뜩 먹구름이 끼어 시계제로상태이기 때문이다. 삼성 대우그룹 등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지난해 동기수준에서 동결하거나 축소하는등 채용규모를 대폭 줄였다. 현대그룹이 지난해보다 52% 늘어난 3천2백명을 뽑는다고 하나 취업전선의 먹구름을 걷기에는 역부족이다.◆ ‘셀리의 법칙’ 없나정부와 경제단체 등이 내놓은 올 하반기 기업들의 채용계획을 들여다보면 취업문제가 어느 정도인지 여실히 드러난다. 대기업들이 지난해보다 10%가 줄어든 9천여명을 뽑을 예정인데 비해 올 하반기취업희망자는 지난해보다 20%늘어난 32만명이나 된다. 「취업대란」은 그저 지어낸 말이 아니다.문제는 이같은 취업대란이 올 한해로 끝날 것 같지 않다는데 있다.대부분의 기업들은 전례없는 불황을 맞아 생존을 위해 인력감축등조직슬림화작업을 가속화하고 있고 내년에도 인력재조정은 계속될전망이다. 한경비즈니스가 1백개 기업을 대상으로 자체조사한 내년상반기 채용계획에 따르면 대부분의 기업들이 올상반기 수준에서동결내지 축소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경제전망 또한 불투명하다. 내년도 우리 경제는 6%정도의 성장을할 것으로 일부 민간연구소에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기아사태가아직 혼미를 거듭하고 있고 자금흐름에도 이상이 생겨 「불황 끝」을 낙관하기가 이르다.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 고용창출을 해야하나 지금 우리 기업들은 살아남기위한 전략마련에 골몰해있을 뿐이다. 무슨 일을 하든 행운이 뒷따른다는 「셀리의 법칙」은 취업대란에 적용될 수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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