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무이자 할부로 단골 잡는다

의류업계에서 자체 신용카드는 「계륵(닭의 갈비)」과 같은 존재다. 먹을 거리는 별로 없지만 그렇다고 그냥 포기해버리기는 아깝다. 자사 카드를 발행해도 하지 않아도 문제란 말이다.의류업체들이 자사 카드를 발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정 고객을확보하기 위해서다. 의류업체의 카드를 가지고 있는 소비자들은 아무래도 다른 의류 브랜드보다는 회원으로 가입한 회사의 브랜드를선호하고 더 자주 사게 마련이다. 의류회사 입장에서 카드 회원은반복 구매를 해주는 소중한 고객이다. 또 회원들의 카드 사용실적을 통해 소비자 정보를 구축, 마케팅에도 활용할 수 있다.반면 자사 카드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자금 부담을 져야한다. 의류업체 카드는 보통 6개월까지 무이자 할부가 가능하다.3개월까지 무이자 할부가 가능한 백화점 카드보다 유리한 조건이다. 의류업체 카드는 한 의류업체의 브랜드 구매에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제약 때문에 백화점보다 더 좋은 할부 조건을 제시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게다가 의류업체 카드는 백화점에서는 사용할수 없게 돼있다. 백화점 카드 판매 실적이 떨어져 백화점쪽에서 사용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6개월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하면서 생기는 금융부담은 전적으로의류업체가 부담해야 한다. 문제는 또 있다. 연체 금액에 대한 부담이다. 연체 부담은 카드를 운영하는 모든 업체가 떠안고 있는 문제이긴 하지만 의류업체 카드의 경우 주 사용층이 충동구매가 많은20대 여성이라는 점에서 다른 업체들보다 연체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현금장사에 대한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자사 카드를 운영할 경우 현금 판매 비율은 자연히 떨어진다.◆ 자사 카드 운용, 금융 부담카드를 발행,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카드를 만들어회원에게 발송하기까지 드는 비용은 1천7백원. 회원을 모집하기 위한 영업비용까지 합하면 회원 한명을 확보, 카드를 만드는데 드는비용은 3천3백∼3천5백원 가량이다. 이 비용은 돌려받을 수 없는순수한 비용일 뿐이다.이런 「두 얼굴」로 인해 자사 카드 운영에 대한 의류업체들의 태도는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쪽과 카드 발행은 하되 크게 확대하지는 않는 쪽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가장대표적인 업체로는 신원을 꼽을 수 있다. 신원이 운영하는 에벤에셀카드의 회원수는 롯데백화점과 비슷한 2백만명 수준. 전체 매출액의 40%이상을 에벤에셀카드가 올리고 있다. 신원 에벤에셀카드부기획팀의 이상윤팀장은 『제휴카드를 운영하든 자사 카드를 운영하든 금융 부담은 스스로 져야 하는데 그렇다면 고객 정보를 확보할수 있는 자사 카드가 유리하다고 결론내렸다』고 밝힌다.나산의 경우 신원과 정반대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신원 에벤에셀카드가 전국 7백여개 직영점과 대리점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반면 나산 패밀리 카드는 전국에 14개 있는 직영점에서만 사용할 수있다. 사용 장소가 대폭 제한돼 있어 회원수도 에벤에셀카드보다훨씬 적은 38만명에 불과하다.(주)나산 고객지원실 관계자는 『회원을 확대해서 얻는 이익보다금융부담이 더 크다고 판단, 카드 영업을 확대하지 않고 있다』고말한다. 대신 나산은 고정 고객에 대한 정보를 축적하기 위해 결제기능이 없는 나산보너스카드를 이용하고 있다. 나산보너스카드는결제기능이 없는 일종의 멤버십카드로 현금이나 다른 신용카드와함께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옷을 살때마다 구매금액의 3%가 적립돼 일정 금액이 되면 사은품 등을 받을 수 있다.현재 브랜드를 10여개 가량 가지고 있는 대형 의류업체들은 대부분자사 카드를 활용하고 있다. 자사 카드 회원수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 의류업체는 코오롱(70만) 대현(67만) 서광(65만) 성도(20만)등. 대부분의 업체들의 경우 자사 카드 매출 비율은 전체의10∼20%가량이다. 카드 회원수와 카드 매출 비율은 결국 카드의 좋은 점을 보고 적극 활용할 것이냐 나쁜 점으로 인해 최소한만 이용할 것이냐 하는 그 업체의 「태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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