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교역 순항 '끝' 풍랑 '시작'

98년엔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이후 비교적 순탄했던 국제교역환경이 크게 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WTO출범이후 기업들의 해외투자가 급증하면서 시작된 다자간 투자협정(MAI)협상이 예정대로 종료되고 전자상거래의 무관세화를 위한 인터넷라운드도 태동할 것이다. 또 99년 출범 예정인 유럽경제통화동맹(EMU)이 어떤 형태를 띨것인가가 결정되고 동남아 금융위기의 확산 여부도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들어 급진전되고 있는 중국의 WTO가입논의도 국내기업들엔 초미의 관심사다.◆ 다자간 투자협정 발효지난 95년 9월부터 시작된 MAI협상은 내년에 열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 이사회에서 마무리될 예정이다. 그동안 16차례에 걸친 협상그룹 회의를 통해 협정내용을 조율해 왔다. 금년 9월 중순부터는 각 회원국들이 제출한 유보 리스트 내용을 조정하는 협상이진행중이다.WTO와 함께 국제교역 규범의 양대축으로 등장할 MAI가 타결되면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 여건이 전반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세계 각국의 투자지분제한 조세규제 반덤핑 등 각종 투자장벽이 상당부분해소되기 때문이다.그러나 한국의 경우 투자자유화 정도가 다른 OECD 회원국 수준에못미치기 때문에 추가적인 부담이 불가피하다. 특히 △급격한 자본유출입에 따른 국내경제의 불안정 △적대적 기업인수합병(M&A)에의한 실업증가 △기업의 로열티 부담에 따른 경상수지적자 확대 등이 우려된다. 또 외국기업에 의한 국내 서비스시장의 잠식도 걱정되는 대목이다.물론 MAI출범으로 외국인 투자가 증대돼 국내 경제의 구조조정이촉진되고 한국기업의 해외투자환경이 개선된다는 이점도 있긴 하다. 그럼에도 MAI의 주요내용과 한국경제의 수용능력을 감안할 때일정기간 동안은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 따라서 한국기업들은 우선 최고경영층을중심으로 MAI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국내외 시장의 구별이 완전히없어지는 MAI시대에 생존할 수 있도록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라운드 태동최근 급증하고 있는 인터넷 상거래의 무관세화를 위한 인터넷라운드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들의 주도로 내년중 추진될 전망이다.이미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은 지난 7월1일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관세 및 과세, 전자지불제도, 상거래국제규범, 지적재산권보호 등 9개 항목에 걸쳐 국제적 합의를 도출하자며이를 조만간 WTO에 공식의제로 제출키로 했다. 또 7월 7~8일엔EU주재로 미국 일본 캐나다 등 전세계 경제·정보통신 장관들이 독일 본에서 모여 인터넷을 이용한 자유무역지대 추진을 논의하기도했다.따라서 한국정부와 기업들은 인터넷 상거래를 둘러싼 미국 등 선진국의 움직임에 대응해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초고속 정보통신망 조기구축과 관련된 기준 확립에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정부의 경우 정보화 인프라 구축과 환경조성에 주력하면서 소비부문 보다는 생산 유통 분야의 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한다는 내용의 「인터넷 라운드 종합대책」을 지난 8월 발표했다. 기업들도 인터넷라운드 태동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전자상거래가 일반화될경우 새롭게 유망사업으로 등장할 분야에서 선도적으로 사업기회를포착해야 한다. 특히 인터넷 상거래의 무관세화가 실현되면 명실공히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경쟁시대가 도래하기 때문에 세계적인 명품과 브랜드를 갖지 않은 기업은 입지가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EMU출범과 유럽단일통화 창출내년들어서는 EU내 단일통화인 유로화의 통용여부가 결정될 것으로보인다. EU는 93년11월 마스트리히트 조약에 따라경제통화동맹(EMU)을 추진한 이래 95년말엔 마드리드 회담에서 단일통화인 유로화 도입일정을 확정했다. 또 올 4월 회담에선 재정안정협정을 체결해 유로화 도입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완비했다.향후 일정은 내년 5월 EU특별회담에서 유로화 도입 회원국을 선정하고 99년 1월부터 유로화 도입을 준비하며 오는 2002년부터유로화를 통용시킬 계획. EU의 유로화 도입은 지난 57년 로마조약으로 시작된 유럽경제통합의 완성을 의미할 뿐아니라 21세기 국제경제 환경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예상이어서 주목된다. 유럽의 단일통화도입은 전반적으로 EU경제의 성장기반을 확충하는 동시에 여러 산업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단기적으로는새로운 통화도입과 관련이 많은 소프트웨어 자동기계 종이·출판업소매업 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따라서 한국기업들은 EMU 출범을 계기로 유럽에 대한 진출전략을재점검해야 한다. 유럽에 진출하려는 기업의 경우 범유럽 경영시스템 도입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유럽광역시장 형성에 대응해야 할것이다. 즉 유로화 도입이후 기업입지를 재검토하고 자금조달방법,마케팅 및 물류체계의 재구성을 추진해야 한다. 단기적으론 이중통화체계의 구축, 장기적으로는 경영시스템의 재정비를 통한 경영인프라 선진화에 힘써야 할 것이다. 또 이미 현지에 진출한 기업도재무능력과 세무전략을 강화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론 현지화 전략을적극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 중국의 WTO 가입일본과 유럽의 지지와 미국의 입장 변화로 중국의 WTO가입 분위기는 현재 그 어느때보다 무르익었다. 중국이 앞으로 예정된미국(97년10월) 캐나다(11월)와의 쌍무회담에서 몇가지 남은 현안을 해결할 경우 금년말이나 98년초엔 WTO가입이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중국이 WTO에 가입하면 대중 투자환경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내수시장도 확대돼 한국기업엔 유리한 점이 많다. 그러나 중국의 시장진입 장벽이 완화됨에 따라 외국기업의 추가적인 진출로 중국 내수시장에서 외국기업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 이에 따라 중국에 대한 직접 투자의 수익성이 WTO 가입 전보다 오히려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서비스 분야의 투자를 제외한 노동집약적 업종의 경우 중국내 대리인과의 계약을 통한 위탁가공 무역방식의 시장접근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특히 내수시장 개척형 투자의경우 지금까지 연해지역 일변도의 투자에서 벗어나야 한다. 앞으론투자거점을 화남 화북 사천 등 양자강 중·상류지역 및 교통이 편리한 화북 내륙지역으로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또 WTO가입으로 중국의 서비스시장 개방이 급진전될 공산이 크기때문에 이 분야에 대한 투자 검토가 긴요할 것이다. 한국기업의 경우 조립가공형 경공업 분야에 대한 집중적 투자방식을 변경해 유통광고 판촉자문 물류 금융 통신 건설 등 서비스 시장에 대한 진출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개도국 금융위기금년들어 태국 바트화 폭락으로 개도국의 금융위기 문제가 세계 경제의 현안으로 대두했다. 물론 동남아국가들의 경제여건은 지난94년 페소화 위기 당시의 멕시코 보다는 건전하다. 때문에 멕시코사태와 같은 심각한 위기로 치달을 가능성은 많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동남아 각국의 높은 금리, 급격한 환율절하에 따른수입물가 상승 등으로 경제여건이 더욱 악화될 경우 동남아 각국의금융위기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또 이번 금융위기를 계기로 향후 동남아 경제는 성장둔화와 물가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와튼계량경제연구소(WEFA)등 주요예측기관들은 동남아 국가들의 GDP(국내경제성장률)를 나라별로 0.1~2.9%포인트 하향조정하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6% 포인트 올려 전망하고 있다.한편 최근 중남미 지역의 경기회복과 더불어 이 지역에 막대한 외자가 유입되면서 중남미 국가들의 통화도 고평가되고 있다. 이는외자유치를 통해 성장정책을 견지했던 동남아 지역과 유사한 것이다.따라서 동남아에 이어 중남미 지역에서도 금융위기가 발생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미 콜롬비아 페소화는 중남미 국가 중 환투기꾼들의 첫 투기대상이 되면서 큰폭으로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이들 지역에 투자했거나 무역거래를 하고 있는 한국기업들의 특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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