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금 사후감독, 기타기금 속수무책

「배보다 큰 배꼽 치료하기」.정부예산안을 확정짓고 이것이 제대로 집행됐는가를 감독하는 입법부에 떨어진 과제다. 공공기금과 기타기금이 정부예산으로 알려진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합친 규모보다 훨씬 비대해져 이에 대한 감시감독이 요구되고 있다.그러나 현실적으로 국회의 기금에 대한 통제장치는 무기력하기만하다. 결산보고서를 국회에 보고하는 공공기금은 사후적으로나마감독할 수 있지만 주무부처 장관의 승인만으로 집행할 수 있는 기타기금에 대해서는 거의 속수무책이다.일반적으로 공공기금의 운용계획은 관련부처 장관이 재경원장관과협의한후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 확정된다(기금관리기본법 5조). 국회가 예산안을 삭감할 수 있는 일반회계와 특별회계와는 달리 기금의 운용규모에 대해서는 사전에 개입할 여지가거의 없는 셈이다.또한 공공기금 관리주체는 회계연도마다 결산보고서를 작성, 대통령의 승인을 얻은 다음 감사원의 결산감사를 받아 다음 회계연도개시 1백20일 이전에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9조). 현재까지 감사원 감사가 기금의 운용실적을 감시하는 유일한 장치이다. 감사원이광의의 행정부라고 한다면 객관적인 감사는 거의 불가능한 상태라할수 있다.공공기금을 결산심의하는 과정에서도 국회는 기금운용주체의 부실한 경영을 견제할 수단이 전무하다시피하다. 책임자를 출석시켜 몇번 호통칠 뿐이다. 별다른 불이익이 없다보니 기금운용자들은 국회의원의 질타를 「오른쪽 귀로 듣고 왼쪽 귀로 흘려버리는」 경우가다반사다.◆ 감사원 감사가 유일한 통제장치그나마 기타기금은 이같은 보고의무 조차 없다. 조성된 재원이나사용처 등을 볼 때 공공기금과 대동소이한 기타기금들도 국회의 감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야당의원들이나 재정학자들은 공공기금과 유사한 기타기금은 국회의 감시영역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기타기금을 공공기금으로 전환시켜 국회에 집행결과를 보고하도록 법률을 개정하려고 한다.기금감독체계의 파행성은 기금관리기본법의 제정단계에서부터 이미예고됐다. 지난 91년 제정된 기금관리기본법에는 「예산외의 신축적이고 자율적인 재원」이라는 기금의 취지대로 부처의 재량을 충분히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과 기금운용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절충돼 있다. 이로 인해 대략적이고 포괄적인운용지침만 제시될 뿐 공공기금과 기타기금에 대한 구분이나 기금운용에 대한 심사체계 등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못한 상태다.법적 제도적 장치의 미비 이외에도 기금운용을 책임지는 경영주체를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기금관리기본법에는 공공기금의 관리·운용에 관한 중요한 사항을심의하기 위해 기금운용심의회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11조). 심의회에서 기금운용계획이나 주요항목지출금액의 변경 그리고 기금결산보고서를 결정한다(11조). 그러나 주무부처는 심의회를 제대로소집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집된 심의회 조차도 형식적인 모임으로 전락시킨다.지난 94년에 설립된 공공자금관리기금의 운용심의회는 재경원장관을 위원장으로, 8개 부처장관과 한국은행 총재 등이 참석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지금까지 단한번 모였을 뿐이다. 나머지는 서면으로기금운용을 심의 의결해 왔다. 심의회가 이렇게 운영되다보니 재정투융자과장과 사무관, 직원 등 3명이 기금운용을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이들의 손에서 10조원 이상의 거금이 좌우되고 있는 셈이다.이같은 감독체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금의 필요성을인정하면서도 국회의 감독영역으로 편입시켜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미국과 일본등 선진국들은 원칙적으로 예산의 범위내에서 기금을 운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의회의 심의와 승인을거친다는게 이들이 내세우는 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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