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ㆍ대우ㆍ롯데 "내가 최고" 각축

미국 뉴욕시 맨해턴 33번가에 위치한 엠파이어 스테이트빌딩. 미국경제가 극도의 불황에 시달리던 1931년에 완공된 이 건물은 뉴욕은물론 미국의 명물로 꼽힌다.1백2층에 높이만도 3백81m에 달하는 이 거대 건물은 72년 뉴욕에월드트레이드센터가 생기기전까지 42년동안 세계최고층건물이라는명성을 유지했다. 이후 미국 시카고에 시어즈빌딩, 말레이시아에페트로나스 트윈타워 등 마천루들이 잇달아 건립되면서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은 1위 타이틀을 내놓았지만 많은 사람들의 뇌리속에는 아직도 초고층빌딩의 대명사로 남아 있다.맑은날 1백2층전망대에서 무려 1백30㎞너머까지 보이는 이곳에는요즘도 하루에 약 2만여명의 관광객이 다녀갈 뿐만 아니라 등 영화촬영 장소로도 애용되고 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빌딩은 뉴욕의 상징 그 자체라고 해도과언이 아니다.엠파이어 스테이트빌딩을 보고 그 위용에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던우리나라도 이에 못지 않은 초고층빌딩을 갖게될 전망이다. 최근들어 삼성 현대 대우 등 국내 대기업들이 1백층이상 초고층빌딩건립계획을 잇달아 발표하고 본격추진에 나섰기 때문이다.◆ 삼성, 2003년 첨단 랜드마크 타워 추진초고층빌딩 신축에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삼성그룹. 삼성그룹은 서울시 도곡동일대 상업용부지 1만여평에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과 같은 1백2층 규모의 초고층빌딩을 2003년까지 짓는다는 계획을 세우고 현재 사전승인절차를 밟고 있다.이 건물은 높이가 3백96.2m로 국내에서 가장 높은63빌딩(2백50m)의 1.6배에 달하고 공사비만도 3조6천여억원이 소요되는 대역사이다. 우리나라 건축사에 기념비로 자리매김할 이 초고층빌딩은 세계적 설계업체인 미국 솜(SOM)사가 기본설계를 했고(주)삼우설계가 실시설계를 했다.삼성전자가 건축주인 이 초고층빌딩은 삼성전자 헤드오피스로 사용된다. 현재 서울 16개 곳에 분산돼 있는 각 사업부서가 우선적으로입주하고 나머지 공간은 전자관련 외국계 회사에 임대, 전자·정보통신산업의 국제비즈니스타운으로 우뚝 서게 한다는 것이 삼성의복안이다.삼성이 2003년까지 초고층빌딩을 환경친화형 첨단 랜드마크 타워로건립, 세계적 명소로 조성한다는 계획 아래 본격추진에 나선 것은지난 94년.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전자회사로 발전했음에도 이렇다할 헤드오피스가 없어 업무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짐에 따라 그룹산하에 도곡사업단을 발족하고 부지매입에 나섰다.공개경쟁입찰을 통해 95년 도곡동일대 부지를 매입한 삼성은 설계안을 마련, 이듬해 2월에 건설교통부에 교통영향평가를 신청한데이어 6월 서울시에 사전승인신청서를 제출했다. 몇차례 보완과정을거친 「도곡프로젝트」는 지난 9월22일 서울시에 제출돼 최종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양재천변 도로확장을 녹지훼손방지와 지역주민의 민원을 감안, 도로 일부분을 지상박스화해사전승인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삼성은 판단하고 있다.대우그룹도 초고층빌딩건설에 열심이다. 대우는 인천 송도와 부산수영만에 초고층빌딩을 건립한다는 두가지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이 가운데 인천 송도 프로젝트가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 대우그룹은 인천시 송도매립지 28만평 부지중 13만3천평에 1백2층 초고층건물을 건립키로 하고 인천시에 제안서를 내놓고 세부시설 설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건물에는 대우그룹 본사가 이전함은 물론 호텔, 컨벤션센터, 레저 및 스포츠시설 등 복합시설물이 들어서게 된다.약 1조7천억원을 투자해 2002년까지 완공할 방침이나 인천시의 사전승인과정에서 시일이 걸려 완공시기는 현재 미지수이다. 대우는『인천 송도에 초고층빌딩을 건립하는 것은 21세기 서해안시대에대비하자는 장기전략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며 초고층건설에 따른 경제적 유발효과 또한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이와 함께 대우는 부산시 해운대구 수영만 일대 4만3천여평 부지에인천 송도 프로젝트와 맞먹는 초고층빌딩(1백2층규모)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및 월드컵축구대회에 맞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우, 해외 공사 잇달아 수주대우는 국내에서 초고층빌딩 건립을 추진하는 것과 함께 해외에서초고층건물 건설공사를 잇달아 수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국 상해에 지상 92층의 상해대우센터를 건립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에서는 국영통신회사 사옥인 지상 77층 텔레콤사옥등 2건의 대형공사를수주, 시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롯데그룹도 초고층빌딩건설에 남다른 애착을 보이고 있다. 건설 예정지는 부산이다. 롯데는 부산시청사 자리에 지상 1백8층의 제2 롯데월드를 세운다는 계획아래 현재 부산시와 다각적인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이 빌딩에는 객실 2천여개의 호텔과 테마파크, 쇼핑센터, 레스토랑, 스포츠시설 등이 들어서게 된다. 롯데는 당초 서울잠실 롯데월드 건너편부지에 초고층건물을 건립할 계획이었으나 비행고도 제한에 저촉돼 장소를 부산으로 옮겨 초고층빌딩 건설을 암중모색하고 있다.현대그룹은 구체적인 초고층빌딩 건립계획은 없지만 이 분야기술축적에 남다른 열정을 보이고 있다. 그룹 모기업인 현대건설은 지난6월 미국 시카고의 시어즈타워(4백43m)보다 무려 71m가 높은 세계최고의 1백34층 초고층빌딩 설계안을 발표했다.「한강시티」로 이름지어진 이 설계안은 용산철도청 공작창부지를기본 모델해 미국 일리노이공대와 공동연구로 마련됐다. 총연구비는 3억원이 들어갔는데 현대건설은 이를 바탕으로 초고층빌딩 설계및 시공력을 미래유망사업으로 집중 육성해나갈 방침이다.한강시티가 구체적으로 추진될지는 앞으로 두고봐야 하겠지만 가시화될 경우에는 현재 세계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트윈타워(88층, 4백50m)보다 높은 건물이 된다. 현대건설은『초고층건설이 국가의 상징적 이미지 표출을 위해 선진국 등에서는 활발히 추진되고 있으나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며 낙후된 초고층빌딩설계 및 시공분야에 대한 기술투자를 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대기업들의 이같은 초고층빌딩건설계획에 대해 지방자치단체 또한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우리나라도 초고층빌딩시대에 진입할날도 그리 멀지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21세기 서울의 랜드마크이며 우리 건축기술을 한단계 발전시키고서울을 국제도시로 부각시키는 하나의 계기로 초고층빌딩은 필요하다.』 지난 8월 프레스센터에서 「21세기 수도 서울의 위상과 초고층건축」이라는 주제(대한건축학회 주최)로 열렸던 국제학술심포지엄의 결론이다.학계의 이같은 결론에 대해 초고층빌딩 사전승인권을 쥐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련업계는 지금 촉각을 곧두세우고 있다.★ 인터뷰 / 이부민 삼성 도곡사업단장이부민 삼성그룹 도곡사업단장은 68년 중앙개발에 입사, 삼성그룹과 인연을 맺은 뒤 여러 대형공사현장을 누볐지만 요즘처럼 각오가남다른 적이 없다. 삼성전자 헤드오피스로 사용될 1백2층짜리 초고층빌딩건설이 그룹숙원사업임은 물론 한국 건축사에 남을 기념비적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하나의 작품을 남긴다는 심정으로이 사업추진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추진동기는.21세기 국제화시대에 대비해 삼성전자의 위상에 걸맞는 헤드오피스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추진하게 됐다. 부지를 어디로하느냐 하는 문제로 심사숙고했는데 동남아지역의 경제축이일본-한국-중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를 중심으로 형성된 점을 고려해 서울에 초고층건물을 짓는 것이 낫다고 판단돼 도곡동 땅을 매입했다.▶ 초고층으로 설계한 이유는.설계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정보화사회에 걸맞는 인텔리전트빌딩이어야 하고 또한 땅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하면서 세계적인 오피스타운과 마찬가지로 녹지공간, 공공시설공간 등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었다. 이런 조건을 충족하기에는 초고층빌딩이 가장 좋은방안중의 하나였다. 미국 뉴욕 등 세계 유명도시에는 그 국가와 수도를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삼성전자 헤드오피스를 초고층으로 건립, 수도 서울의 랜드마크화하면그 자체도 큰 의미가 있다는 점 역시 초고층으로 설계하게 된 한요인이라 할수 있다.▶ 주민민원도 만만찮을텐데.주민들의 민원은 초고층에 대한 조망권침해, 관광지화 우려, 교통혼잡, 일조권문제등이다. 주민들은 초고층건물이 들어설 경우 조망권이 영향을 받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초고층보다는 중층빌딩 2개동을 건립하는 것이 오히려 조망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일조권 문제도 50층짜리 2개동을 지을 경우 인근 아파트 5개동이 영향을 받으나 초고층으로 지을 경우에는 1개동이 동짓날 기준으로 1시간 정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컴퓨터시뮬레이션 결과 나타났다. 이런 사실을 주민들에게 충분히 알렸고 현재 60%정도의 주민이 이해한 상태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주민들의 민원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 해결할 생각이다.▶ 초고층빌딩 건축의 의미를 든다면.현재 우리 건설업계의 초고층빌딩건설에 대한 기술은 초보수준이다. 1백2층짜리 삼성전자 헤드오피스가 건설될 경우 우리 건설업계의 위상은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초고층빌딩 건설이라는 선진기법에 대한 노하우를 쌓음은 물론 이를 바탕으로 해외시장에 진출, 건설한국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는계기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강도 콘크리트를 써야하는 등건설관련 연관산업의 기술수준 향상에도 많은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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