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에 대학교에 다녔던 사람이라면 라는 영화를 기억할것이다. 전경들은 이 영화가 상영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학가를 점령했고 학생들은 이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경찰들과 대치했다.제목에서 드러나듯 이 영화는 공장 노동자들의 파업과 전경들의 무자비한 진압 과정을 담고 있었다.현재의 한국 사회와는 너무나 관계가 없는 듯한 이 영화를 지금 얘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영화를 만들었던, 당시의 「문화혁명전사」 두 사람이 지금 한국 영화계를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의 제작을 맡았던 이은과 연출을 담당했던 장윤현. 올해한국 영화로는 가장 많은 관람객을 동원한 이란 작품으로 영화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주인공들이다. 때처럼 이은은 제작을, 장윤현은 감독을 맡았다.9월13일에 개봉된 은 개봉 한달이 좀 지난 10월15일 현재 서울에서 48만명, 지방에서 38만명의 관객을 불러들였다. 이전까지 한국 영화로는 흥행 성적이 가장 좋았던 의41만명(서울 관객)을 뛰어넘는 기록이다. 의 성공은 단지 최고의 관객 동원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영화 개봉 직전인 9월11일부터 발매하기 시작한 사운드트랙 앨범은 10월15일까지 50만장이 팔려나갔다. OST(오리지날 사운드트랙)를 판매하고 있는 폴리그램측에 따르면 『외국영화, 한국영화를 불문하고 국내 OST 판매사상 최고 기록일 것』이라고 밝혔다. 의 성공은 상업적인측면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 영화는 젊은 영화에 대해 인색하던 대종상의 기존 관례를 깨고 제 35회 대종상 최우수작품상을 비롯,6개 부문의 트로피를 휩쓸었다.이 뿐이 아니다. 은 작품과 흥행에서 성공한 「히트작」수준에서 더 나아가 젊은이들 사이에 「접속붐」이라는 문화현상까지몰고 왔다. 우선 PC통신에는 에 대한 열광적인 반응과 논의들로 가득하다. 「접속을 봤느냐」 「어디에서 상영하느냐」 「음반을 샀는데 정말 좋더라」는 식이다. 젊은이들의 감각과 생활을세밀하게 묘사했던 영화 속 장면과 소품은 다시 신세대들 사이로들어가 새로운 유행으로 정착하고 있다. PC통신을 통한 낯선 사람과의 대화, 심야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옛 팝송, 응답없는 전화기에 남기는 공허한 메시지, 외로움을 발산하는 듯한 야간 드라이드 등. 하나의 문화증후군으로 자리잡은 「접속붐」을 보여주는 현상들이다. 무엇이 사람들을 이렇게 열광하게 하는가. 이제 「접속붐」의 핵심에 메스를 가해보자.◆ 제작과정장윤현감독은 95년에 익명의 커뮤니케이션을 대표하는 PC통신을 소재로 시나리오 초안을 완성, 이은씨가 대표로 있는 명필름에 보냈다. 명필름측은 이 초안을 보고 90년대 이후 한국 영화에서 찾기어려웠던 새로운 감각의 영화라고 판단, 95년 8월부터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다.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과감성 유행 사랑 등이 영화적 상황 및 소품들과 잘 연결되도록 6개월간 시나리오를 다듬었다. 그리고 3개월의 캐스팅 작업 끝에 96년4월부터 제작에 들어갔다.영화 제작에 12억5천만원, 홍보와 마케팅 광고에 4억5천만원이 들어갔다. 제작비는 명필름과 일신창업투자(주)가 50%씩 댔다. 명필름은 명기획이라는 영화 홍보 기획사로 출발했다가 95년에 명필름을 설립하고 95년에 처음으로 이라는 영화를 제작한 영화사다. 대표는 이은씨고 명기획때부터 영화 홍보기획자로 이름을 날렸던 이대표의 부인 심재명씨가 이사로 있다. 심재명씨의 동생 심보경씨는 실장으로 홍보를 총괄하고 있다. 명필름은 을 삼성영상사업단과 공동으로 제작했다. 당시에 서울 관객 13만명을 동원, 손해도 이익도 보지 못했다. 에 제작비를 댄 일신창업투자는 최근들어 영화 투자에 흥미를 보이고 있는 회사로 명필름의다음 영화인 에도 제작비를 댈 계획이다.◆ 성공요인명필름측은 『좋은 영화를 더 잘되게 하는 마케팅은 있어도 나쁜영화 잘되게 하는 마케팅은 없다』고 말한다. 작품 자체가 좋았기때문에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상품과 마찬가지로 영화도 기본적으로 「질」이 좋아야 성공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고 좋은 작품이 모두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의 성공에도 분명히 남다른 비결이 있다.첫째는 주공략 관객층을 분명히 잡고 거기에 맞춰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 영화는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조금씩닮아있다. 즉 현대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감성을 묘사할 줄 안다는 뜻이다. 편의점, PC통신, 호출기, 잠 못 드는 밤의심야 라디오와 야간 드라이브 등 영화의 배경과 소품을 통해 젊은이의 마음에 공명현상을 일으킨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비틀즈 음악을 통해 도시 속 젊음의 고독과 사랑을 그려냈듯 은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올드팝 와 바흐의 곡을 편곡한 등을 다양하게 이용하고 있다. 심실장은 『영화 제작 초기부터 음악이 영화 자체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치밀하게 계획했다』며 『뮤직비디오도 영화를 그대로 편집하지 않고 정아미씨라는 뮤직비디오 전문감독에게 의뢰, 새로 제작했다』고 밝혔다.◆ 마케팅전략명필름 기획팀은 이 영화의 마케팅 핵심을 「97년 새로운 감수성의러브스토리」로 잡았다. PC통신을 매개로 하되 따뜻함과 그리움을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게 기본 전략이었다. 이런 전략을 바탕으로 사랑은 전면으로 내세우고 PC통신은 수단으로 까는 정책을 이용했다. 즉 전면에 드러나는 포스터나 홍보전단 광고문구 등에서는PC통신 등 기계적인 이미지를 완전히 배제하고 사랑만을 강조했다.대신 PC통신은 마케팅 수단으로 적극 활용했다. 영화 개봉 한달전부터 유니텔에 접속 사이트를 만들고 독특한 ID 선정대회라든가PC통신을 통한 사랑 수기 공모 등의 행사를 벌였다. 네티즌들을 대상으로한 특별 이벤트 시사회도 자주 열었다.◆ 브랜드전략최근 영화 제목은 영어가 대세다. 등 외국 영화의 경우 한국어로 번역되는 사례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등 한국 영화마저도 영어 제목을 선호한다. 그러나 명필름은 딱딱하고 어려운 느낌이 드는 「접속」이라는 한자 단어를 고집했다. 제목이 어려우니까 바꾸라는 주위의 충고도 많이들었지만 기존 영화 제목과 다르다는게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접속」이란 낯선 이름과 씨네라인(영화 관련디자인회사)에서 디자인한 독특한 글자체도 흥행성공에 한몫했다는평을 들게 됐다. 접속이 가진 이중적인 의미, PC통신에 접속한다는뜻과 다른 사람 마음에 접속한다는 뜻도 영화 내용과 잘 들어맞는다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