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의 기금제도는 그 나라의 재정구조와 운용형태에 따라 각기 독특한 기능과 특성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가들에서는 공적 연금 비중이 크고, 정부기금의 설치는 공공재원의 효율성을 높이거나 정부재정운용의 효과를 극대화시켜 주는 등특별한 이유가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선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이들 선진국가들의 기금제도는 존립하는 정당성이 확실한 것이 특징이다. 즉 미국과 일본 등에서의 기금은 원칙적으로 국가의 일반예산의 범주내의 자금으로 운용된다는 점이다. 우리의 기금이 일반예산의 범주외 자금으로 운용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일본의 경우 기금은 여러 형태로 존재한다. 형태에 따라 독특한 기능을 분담, 수행하기 위해서다. 첫번째 형태로는 재정투융자계획을들 수 있다. 일본의 재정투융자는 재정투융자계획에 기초를 두고행해진다. 재정투융자 재원은 우편저금 후생연금 국민연금 등 각종특별회계적립금이나 잉여자금으로 이루어지는 자금운용부자금을 비롯해 간이생명보험자금 산업투자특별회계 및 정부보증비로 구성된다.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금운용부 자금으로 전체 재원의 80%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자금운용부 자금은 자금운용부에 예탁되어종합관리되고 공익증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사용되도록 규정돼 있다. 재원을 공공자금으로 규정, 정부가 일원적으로 통합관리하여운용하는 것이다.둘째는 공적연금기금이다. 일본의 공적연금기금은 크게 국민연금기금과 후생연금기금으로 대별된다. 누적재원의 상당부분은 자금운용부 자금에 예탁되어 주요한 재정투융자 재원으로 활용되고 있다.일본의 공적연금제도는 우리나라의 연금기금의 재특예탁과 유사한방식으로 공공자금화되어 있으나 재원이 주로 7년이상의 장기예탁으로 이루어져 안정적인 투융자재원으로 기능하고 있다. 우리보다는 훨씬 안정적인 투융자재원으로서 기능하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셋째는 공고(公庫) 및 공단이다. 공고는 특별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법인으로 정부관계기관으로 통한다. 공고는 자금의 탄력적이고효율적인 운용을 위해 정부예산과는 별도로 운용되고 있다. 특이한사실은 예산수립시 의무적으로 의회 의결을 거치게 함으로써 입법부에 의한 견제장치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단은법률에 따라 설립된 특수법인으로 예산집행이나 사업계획 등에 관하여 국가가 관여하고 있으나 의회 의결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점에서 공고와 구별된다.일본식 기금제도와 우리나라의 기금제도를 비교해 보면 첫째, 우리나라는 공공자금의 융자기능이 재정특별회계 융자와 융자성기금으로 이원화돼 있어 자금운용상 비효율성의 소지가 많은데 비해 일본의 재정융자는 자금운용부자금을 중심으로 통합관리되고 있어 경기변동이나 정부의 재정투융자 시책에 부응하여 자금운용이 탄력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화되어 있다.둘째, 일본은 지난 80년 이후 10~30%에 가까운 국채인수가 자금운용부 자금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어 정부의 국공채 정책의 성공적수행에 지대한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의 장기적인 안정적 재원조달, 효율적인 통화관리, 원활한 자본시장의 기능수행에 긴밀히 연계되어 있어 정부의 재정금융정책 및 공공투자정책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는 지방채의 주요한 소화기관의 역할을 수행, 원리금 균분상환이나 상환기간 연장의 방식으로 지방채 발행을 지원하고 있다.셋째, 우리나라의 기금은 예산회계법에 근거한예산외(off-budget)제도로서 주무부처에 의해 자의적으로 통용되는경향이 드물지 않게 발견되고 있다. 여타 경제정책과의 연계도 미흡하고 무엇보다 국회의 심의나 승인절차를 거치지 않도록 돼있다.입법부의 합법적 견제장치가 효과적으로 작동되지 못하게 돼 있는시스템이다. 반면 일본은 공공예산을 정부기관예산으로 하여 국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고, 공단에 대해서도 정부의 관여가 제도화되어 있어 자금운용에 대한 법적 및 제도적 감독장치가확보되어 있다.서울대 오연천 교수도 『선진국의 기금제도는 방만하지 않을 뿐 아니라 공공예산을 정부기관 예산으로 하여 국회의 의결을 거치도록규정하고 있어 투명성면에서 우리나라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