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 물리는 '마의 트라이앵글'

연일 주가가 떨어지고 환율이 급상승(원화가치 급락)하면서 금융시장이 총체적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현재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확대 및 불안감 증폭 고리는 국내기업의 수익성 악화 및 연쇄부도사태 지속 → 금융기관 집단 동반 부실화 → 국가신용도 하락 → 원화가치 하락 가속화 → 외국인 주식매도 확대 → 주가 및 원화가치의 추가하락 및 금융시장 불안정에 따른 금리상승의 메커니즘으로요약될 수 있다. 특히 최근의 주가와 원화가치 폭락은 국내를 빠져나가려는 외국인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데 이러한 외국인 자금의「탈한국러시」가 두드러지면서 외국인 공포가 커지고 있다.지난 8월부터 시작된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 금액은 무려 1조 3천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92년 개방 이후 지난 7월말까지 순매수한 11조3천억원의 11.3%에 해당되는 규모이다. 환율급등이 외국인의 주식투매를 부추기고 이는 곧바로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사자로 연결돼 또다시 환율폭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국제적인 금융위기 및세계증시 동반 불안상황과 맞물리면서 갈수록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외환시장과 증권시장이 상승작용을 이루며 상호위기상황이 가속화되고 급기야 한국경제의 총체적인 대외지급능력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시중유동성 풍부하나 금리 상승중자금시장도 심하게 동요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잇단 통화공급으로시중유동성은 풍부한 편이지만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이상국면을 맞고 있다. 우선 환율급등에 따라 한은이 외환시장에 미달러를내다파는 과정에서 시중의 원화를 흡수하고 있는데다 기업으로 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자금순환의 동맥경화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폭락과 환율급등의 구조적 요인이 제거되지 않는 한금리는 당분간 상승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주식·외환시장에 이어 자금시장에까지 불안감이 확산, 마(魔)의트라이앵글체제가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통제불능의 외생변수로서 동아시아권 외환·증시위기까지 가세,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세계 금융시장의 혼맥상은 94년 1월 중국화폐의 평가절하와 그에따른 동남아 국가의 경쟁력 약화 → 97년7월 태국의 바트화가치 급락에서 시작된 동남아 국가의 통화가치 폭락 → 대만·홍콩·싱가포르 등 인접국가의 환율 재조정 과정 → 홍콩의 고정환율제 고수를 위한 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주가폭락 → 동남아 관련기업을 중심으로 한 미국·유럽의 주가 폭락이라는 수순으로 표출되고 있다.이번 세계 동시 주가폭락은 경제의 기초조건과 금융·자본시장간에생겨난 괴리에서 비롯된 성격이 강하다.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혼란은 달러화에 연계된 외화시스템 때문에 현지통화가 경제실력에 비해 과대평가돼 일어난 것이다. 홍콩의 주가폭락도 미 달러화와 연동체제를 고수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단기금리를 대폭 인상함으로써촉발됐다.기본적으로 금융시장의 안정은 우리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임으로써 경상수지가 균형을 이루고 실추된 한국경제에 대한 대외신인도가 회복될 때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위기상황은 가히 신용공황의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리적 공황까지 겹쳐 더욱시장이 혼미해지고 있는데 지금이야말로 정부가 위기관리 내지 신뢰회복의 리더로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줌으로써 외환·자금·주식시장의 복합위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최선의방어의지와 역량을 발휘해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외국투자자들이우리나라에 돌아오게 하는 것이 증시와 외환시장의 안정을 동시에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해답이다. 홍콩은 외환시장, 즉 홍콩달러환율의 안정을 위해 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하는 등 증시를 일단 포기하는 고육지책을 실행했지만 우리는 증시의 안정화를 통해 외국인매도세 및 주가하락세를 진정시켜 환율과 금리안정을 이끌어내는정책조합(Policy Mix)이 유효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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