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ㆍ판촉ㆍ이벤트 등 '일괄 해결'

「잘까 말까 끌까 할까」(결혼 이야기) 「아!웬수같은 두달전그날 밤」(네프 므와) 「이 영화의 마지막 5분은 충격이다」(패션쇼) 「바로 그 영화」(신의 아그네스, 원초적 본능)알 듯 모를 듯 알쏭달쏭하고 조금은 선정적인 카피들. 모두 대표적인 히트 영화의 광고문구들이다. 최근 20~30대의 절반이상이 영화마니아를 자처하고 전문가 못지않은 영화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많지만 관객이 극장을 찾는 동기 가운데는 아직도 「신문 잡지에 난 광고에 끌려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이렇게 중요한 광고문구를 만드는 사람들, 때로는 따스한 휴머니즘에 때로는 관능적인 에로티시즘에 호소해서, 아니면 통쾌한 액션이나 시원한 웃음을 내세워 관객을 끌어들이고 「꿈」을 「돈」으로바꾸는 사람들. 영화 기획자들이다.이들의 업무형태는 크게 3가지. 기존 영화사에 소속되거나(영화사내 기획실), 전문적 홍보기획사 형태로 독립하고, 아니면 개인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이 그것이다.흔히 「충무로 시스템」으로 불리는 우리 영화제작현장에서는 원래영화사 안에 홍보담당자 몇사람을 두는 방식이 가장 많았으나 대기업의 영화제작및 지원이 활발해진 90년대 들어 전문 홍보기획사가하나둘 생겨 현재는 지배적인 업무형태가 됐다. 영화사나 홍보사에서 경험을 쌓은 뒤 프리랜서로 일하는 경우는 극소수.현재 활동중인 영화기획사는 20여개. 이중 꾸준하게 활동하며 히트작을 맡고 있는 곳은 올댓 시네마, 명기획, 영화센터, 영화방, 무한, 심술통, CMS, 젊은 기획, R&I, 이손 커뮤니케이션 등 10여곳이다.이중 가장 먼저 생긴 곳은 90년에 「한국영화정보센터」로 출발한영화센터(대표 김수진)이다. 이후 93년에 명기획, 94년에 올댓시네마 등이 잇달아 생겼다.◆ 영화기획사 20여개 활동중기획자 1세대는 거의 모두 영화사 기획실 출신. 86년 영화법 개정으로 영화사가 늘면서 기획 홍보의 중요성이 대두됐으며, 92~93년삼성 대우 SKC 등 대기업이 영화사업에 뛰어들면서 독립 기획사에대한 수요가 생겨났다. 새로 영화사업에 뛰어든 대기업은 영화 마케팅에 대한 세부적 노하우가 부족했고 그렇다고 홍보인력을 업체내에 흡수하기에는 「조직 비대화」가 두려웠기 때문. 이 두가지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주는 묘책이 바로 「독립 기획사」에 외주를주는 것이었다. 이런 탄생 배경 때문에 대기업과 기획사들 사이에는 일종의 파트너십이 유지되고 있다. 삼성은 올댓시네마 젊은기획무한, 대우는 영화방 등 2~3곳, SKC는 영화센터 등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영화기획 업무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광고문구 작성이지만 그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기획자들은 제작 또는 수입업자가 의뢰한 「상품」을 관객의 입맛에 맞게 포장하는 일 전부를 책임진다. 작품을 잡으면 우선 가장 잘 팔릴 만한 셀링 포인트(Selling Point)를 설정하고 이에 맞는 타깃을 정한 뒤 그들에게 전달할 정보를 결정하고 판촉 이벤트를 기획한다. 영화 1편을 홍보하는대가로 기획사가 받는 돈은 2천만원선(외화의 경우). 제작단계부터 관여하는 한국영화는 3천만원 정도.대표적인 국내 10대 영화기획사의 최근 홍보작과 전략을 소개하면다음과 같다.(괄호안은 설립연도와 대표, 관객수는 서울 기준)△올 댓 시네마(94년·채윤희):(삼성 수입). 올 칸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대작이지만 해외언론의 부정적 평을 받았다는 부담을 안고 출발. 그러나 감독(뤽 베송)과 작품성보다배우(브루스 윌리스)와 오락성을 내세워 10대후반∼20대초반 젊은층을 공략해 성공. 광고비 7억원(일반 할리우드영화:3~4억원). 관객 93만명. 263-8551△명기획(93년·심재명):96년 영화사 명필름 설립. 기획 제작영화 1탄 에 이어 2탄 도 성공(관객 50만명 넘긴 상태에서 계속 개봉중). 766-7406△영화센터(90년 한국영화정보센터로 출발, 94년 개칭·김수진):(미라신 코리아 제작). 「미성년자 절대 관람불가」라는 카피와 키취풍 비주얼을 사용한 포스터로 「파격적」이라는인상을 심어줌. 285-4922△영화방(94년·주필호):(화천공사 수입). 여성관객 타깃의 최루성 영화. 1천2백만원 들여 5만여명에게사전 시사. 관객 50만명. 272-2428△무한(95년·심호섭):(월트디즈니 수입). 월트디즈니가 직접 배급한 영화를 넉달만에 다시 개봉해 성공(관객 17만명). 홍보 포인트를 저항시인(네루다)에서 으로변경. 278-8974△심술통(96년·최용원):(한맥엔터테인먼트 수입). 메3년전 수입불가(한국인 비하 내용 때문)됐던 영화가 다시왔다멕는 사실을 중점 홍보. 관객 15만명. 755-1552△CMS(96년·홍명욱):(유성필름 수입). 신부의 동성애를 다룬 영화. 개봉 앞둔 시점에 공륜의 사전검열이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와 「무삭제 상영」을 홍보. 관객 9만명. 547-3975△젊은 기획(96년·이희주):(삼성 수입). 미스터리 액션 로맨스 등 복합적인 특징 중 친구 애인을 뺏는다는 일탈된 사랑을 집중 부각. 318-0147△R&I(97년·최영재, 강부옥):(콜럼비아 직배). 신세대 감각에 맞는 「SF 코미디」 강조. 국내 홍보의 금기를깨고 흑인배우 윌 스미스 부각. 관객 75만명. 을 각종 이벤트 포인트로 설정. 3445-0936△이손커뮤니케이션(96년·손주연):. 3차원의클레이 애니메이션 중 국내 최초 극장개봉작이라는 점과 인터넷 영화 1위라는 점을 내세워 「신세대라면 꼭 봐야하는 영화」라고 강조. 시사회 15회(5천~6천명). 광고비 3억원. 578-4507★ 인터뷰 / 채윤희 올댓시네마 대표『그냥 두어도 50만명이 들어올 영화를 60만명 들어오도록 만들었다고 해서 홍보가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오히려 5만명이들 영화를 9만, 10만명이 들어오도록 만드는 작업이 더 어렵고 보람있죠.』홍보기획사 올댓 시네마의 채윤희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전문」영화홍보인이다. 그가 영화 홍보일을 시작한 것은 87년. 영화사 양전흥업과 삼호필름에서 7년간 일하면서 등 히트작의 「포장」을 맡았다. 그 전에는 국립극단의 아역배우, 출판사 「태멘」의 편집장으로 문화계 전반에서 경험을 쌓았다.『영화사에서 경험을 쌓다가 독립한다는, 영화기획자의 표준 코스를 밟았고 지금 상당히 인정받고 있긴하지만 그렇다고 늘 양지만디뎌온 것은 아닙니다.』그는 기획자로서 경력이 가장 오래된 편에 속하지만 독립은 그리빠른 편이 아니었다. 동년배들이 하나둘 독립한 뒤에도 2~3년 정도더 회사에 몸담고 있다가 결혼과 함께 잠시 쉬었다. 그러다가 94년봄 삼성의 영화사업 시작과 함께 올댓 시네마를 설립했다.「작품 홍보를 맡기고 싶으니 기획사를 만들 의향이 없느냐」는 삼성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 이후 지금까지 성공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독립후 홍보한 영화는 등.올댓 시네마가 한 해에 홍보하는 영화는 10~12편. 96년의 경우 삼성 수입작 5편, SKC 수입작 1편, 대우 수입작 1편, 한국영화 1편,기타 2편이었다. 인정받고 있는 만큼 의뢰는 많이 들어오지만 작품수를 제한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직원을 늘려 팀별로 여러 편을전개하라」고 충고하지만 꼼꼼히 챙겨야 하는 일의 성격상 현재 선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2편 이상의 개봉시기가 겹치면 물리적으로 일하기가 어렵고 그보다도 작품을 맡긴 업체가 안심할수 없다는것.올 3월 (삼성 수입작)와 (금강기획수입작)가 아카데미상 경쟁작으로 맞붙은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처음엔 가 3주정도 먼저 개봉될 예정이었다가 사정이 생겨늦춰진 것이었으나 결과적으로 2개의 영화, 그것도 경쟁사 작품을동시에 맡은 셈이 됐다. 다행히 양쪽 다 상을 받고 흥행에도 성공했지만 그렇게 마음졸이는 일은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지난해 1주일에 1편꼴로( 등)개봉작을 맡은 일도 고생스런 기억. 채대표는 『앞으로는 3~4주 간격을 꼭 지키겠다』고 말한다.영화에 대한 일반인의 높은 관심을 입증하듯 최근 영화 홍보기획을원하는 지망자가 급증했다. 연극영화학과 석사학위에 외국 유학파도 허다하다는 것. 그런 사람들이 찾아오면 그는 우선 「겉보기에는 화려한 듯해도 내용은 힘들고 외로운 작업」이라는 사실을 주지시킨다고 한다. 기획자는 그림자같은 존재라는 것, 성공한 영화 어디에도 기획자의 이름은 남지 않는다는 것, 영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보다 관객 눈높이의 발상이 더 잘 먹혀들기도 한다는 점을 알려준다.올댓 시네마는 94년에 자본금 1천만원(8평짜리 사무실 임대와 집기 구입비)으로 출발했다. 기획료는 다른 곳과 비슷하거나 5~10%정도 높고 관객이 많이 들면 인센티브를 받기도 한다(20만명 이상이면 1만명당 1백만원씩을 더 받거나 보너스 5백만원을 받는 식).의 경우 기획료 2천만원에 보너스 1천만원을 받았다.채윤희대표의 남편은 영화사 「무비 온 무비」 대표 김대현씨(영화평론가), 큰오빠는 연극연출가 채윤일씨, 작은 오빠는 홍보디자인업체 「필립」 대표 채윤직씨, 여동생은 연극배우로 활동중인 채승희씨. 모두가 전방위 문화인사들이다. 채씨는 96년 라는 책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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