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식 경영전략

온 국민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으면서 월드컵 4회연속 진출의쾌거를 이룬 월드컵축구대표팀. 차범근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의 땀과 투지, 이국만리를 불사하며 달려가 목이 터져라 응원했던 「붉은 악마」를 비롯한 온 국민의 뜨거운 성원 등이 하나로 뭉쳐 일궈낸 값진 수확이었다. 이러한 월드컵진출의 주역은 월드컵팀을 이끌고 그라운드의 전쟁을 치르는 차범근감독이라고 할 수 있다.일부에서는 조편성, 홈앤드어웨이방식의 경기와 경기일정 등 운이따랐다는 말도 하지만 운도 노력하는 자에게 따른다는 고금의 진리를 대입시켜보면 차감독의 역할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차감독이지휘봉을 잡았을 당시의 한국축구를 돌이켜 보면 더욱 그렇다. 차감독이 대표팀지휘봉을 잡은 것은 지난 1월 7일.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의 8강탈락이란 충격으로 「한국축구쇠망론」까지 나오던 때였다. 최약체 대표팀이라는 말까지 나오면서 월드컵본선진출에 대한불안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그러나 차감독은 사령탑에 앉은지 불과 10개월만에 「종이호랑이」라던 비아냥거림을 걷어차 버리고 아시아정상임을 확인시키며 월드컵본선에 무난히 진출하는 개가를 올렸다.여기에는 차범근감독만의 독특한 선수단운영철학과 경기전략이 밑바탕에 자리잡고 있다. 솔선수범과 수도원식 훈련으로 요약되는 선수단 운영, 템포·실리축구로 요약되는 경기전략, 노트북컴퓨터를이용한 과학적 선수관리와 적진 깊숙이 날아가 상대팀의 전력을 파악하는 정보전략, 적재적소에다 적시까지 가미한 선수기용의 용병술 등이다.그러나 이러한 차감독의 선수단운영은 단순히 축구에만 한정되지않는다. 약체팀을 아시아최강의 경쟁력있는 팀으로 변신케 한 차감독의 대표팀운영전략은 마치 부실기업을 맡아 짧은 시일내에 버젓한 성공기업으로 이끈 기업경영자의 모습과 흡사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책연구센터의 김휴종박사는 미국샌프란시스코 49팀의 빌 월시(Bill Walsh)감독이 「하버드비즈니스리뷰」지에 쓴 「스포츠팀감독은 기업경영자와 같다」는 글을 예로들면서 『뚜렷한 비전제시, 정보화, 리더십 등 차감독의 대표팀운영과 경기운영은 기업경영자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말했다. 기업경영자라면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지만 대기업들도 잇달아쓰러지는 요즘과 같은 총체적 위기의 시대에 다시 한번 되새겨 볼만하다는 것이다.프랑스 생드니경기장에서 월드컵본선 첫승리는 물론 오래 전부터품어온 8강진출의 꿈을 이뤄 매운 고추의 참맛을 보여주겠다는 차감독. 한국월드컵역사를 다시 쓸 준비를 하고있는 그의 대표팀운영전략을 경영차원에서 이해한다면 본선진출의 기쁨은 몇 곱절 더 할것이다.●선진기법으로 무장하라차범근감독이 독일에서 귀국했을 때 가진 꿈은 하나. 독일프로축구인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우수했던 외국선수로 평가를 받았던 선수생활과 그곳의 1급팀을 지도할 수 있는 지도자교육을 거치면서 경험하고 배운 선진축구기술을 고국에서 꽃피우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첫 시험장인 현대축구단의 감독자리에서는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꺾였다. 그후 차감독은 기회가 있을 때면 축구대표팀의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빈곤한 프로의식, 떨어지는집중력에 무방비였던 축구팀의 혁신이었다. 이러한 차감독은 월드컵대표팀의 키를 잡으면서 다시금 선진기법으로 무장한 한국적인축구를 만들어 보인다.차감독이 한국축구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낀 선진축구기법은 템포축구를 바탕으로 한 것. 세계적인 축구흐름인 「빠른 축구」를 우리에게 맞게 적용한 템포축구는 시간·공간장악이 필요한 지점에많은 숫자의 선수가 있어야 이길 수 있다는 차감독의 지론을 표현한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후반전 90분을 모두 부지런히 뛸수 있어야 한다. 「죽기 아니면 살기」식의 「악」으로 표현되는과거의 체력이 아니라 전술전개와 과학적 축구를 위한 체력이 필요해진 것이다. 차감독은 전후반 90분을 지치지 않고 뛸 수 있는 체력다지기에 몰입했다. 스스로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 함께 달렸으며감독보다 못뛰는게 무슨 선수냐고 선수들을 자극하기도 했다. 그결과 후반전만 들어가면 축구화가 질질 끌리던 선수들의 무거운 다리도 언제 그랬냐는 듯 펄펄 날 듯이 뛰어다닐 정도의 체력을 지니게 됐다. 체력이 뒷받침되면서 다양한 전술을 구사할 수도 있게됐다. 많은 골들이 무언가 각본에 따라 엮어진 듯한 느낌이 오는 것도 체력을 바탕으로 한 선진축구기술의 접목으로 만들어진 작품이었다.이러한 선진축구기법의 도입은 오늘날 기업들이 추진하는 세계화전략과 유사하다. 또 선진축구의 토착화를 위해 차감독이 주문한 체력강화는 부실기업이나 낙후한 사업부문의 리엔지니어링과 궤를 같이 한다. 이제껏 중요하다고 생각됐던 부분의 순위를 재조정하면서막강한 전력의 붉은 전사들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그러나 이러한 축구대표팀의 세계화전략이나 리엔지니어링이 그냥주어진 것은 아니다. 『세계화나 리엔지니어링은 단기적으로는 경쟁우위확보 수익증대 시장점유율증대 생산성향상 등을 노리고, 장기적으로는 지속적인 기업으로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누구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 중앙대 경영학과 홍일유교수는 『경영자의 의지, 조직원의 수용태세와 체계화된 트레이닝프로그램 등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차범근 축구의성공은 바로 이같은 선진 경영전략과 필요한 요소들이 제대로 실행돼 드라마틱한 변화를 갖고 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경쟁력을 높여라『축구의 생명은 골입니다.』 예전에 TV광고에 출연했던 차범근감독의 대사다. 말마따나 축구의 생명은 골이고 축구선수(팀)의 경쟁력은 역시 골결정능력이다.예전의 국가대표팀경기를 보면 위치를 가리지 않고 붕붕 떠 날아다니는 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역대 국가대표팀의 골결정력은 5.5%로 선진국의 10%대에 절반 정도밖에 미치지 못한다는 통계도 있다.그러나 차감독의 취임이후 한국팀의 골결정력은 8.3%까지 올라갔다. 이는 평소 「전천후 골잽이」를 키운다는 차범근감독의 전략과훈련덕이었다. 덕분에 대표팀의 경쟁력은 비록 역전패했지만 세계최강 브라질대표팀과 붙어 선제골을 뽑을 정도로 강해졌다.이러한 경쟁력향상의 바탕은 실리축구다. 『재미없다는 얘기를 들어도 이기는 축구를 하겠다』던 감독취임일성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경기를 잘하다가도 결정적인 실수로 골을 먹어 경기에 지곤하던 한국축구에 대한 체질개선을 선언한 차감독은 그만큼 수비에많은 비중을 뒀다. 그렇다고 수비축구만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공격수가 수비수도 되고 수비수가 공격수도 되는, 「전천후」로 만드는 것이다. 덕분에 공격수들의 수비능력이 향상돼 우즈베키스탄전에서는 미드필드를 완전히 장악할 수 있었으며 수비수들의 공격력은 골을 터뜨리며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할 정도로 나아졌다. 차범근감독이 대표팀을 맡은 이후에 거둔 20전13승5무2패, 41득점에13실점이란 기록만 봐도 그의 실리축구가 얼마나 결정적인 공격력을 갖추고 승패에 영향을 주었는가를 알 수 있다.기업경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경쟁력이 없는 제품이나 기업이설 땅은 한계가 있다. 최근 부도로 몸살을 앓고있는 대기업들도 대개가 실리보다는 기업확장이나 외형부풀리기에 열중했던 기업들이다. 진정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실리도 챙기지 못한 채 몸체만부풀리는 기업은 도산이란 암초를 만나는 것이다. 매출액위주의 외형우선경영은 더 이상 자랑이 아니다.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내느냐가 중요하며 그런 기업이 알찬 것이다. 그런 점에서 메가컴피티션(대경쟁)사회에서도 경쟁력제고는 가장 간결한 생존방법일 수 있다.●정보화전략으로 무장하라축구는 상대방팀에 대한 정보전으로 경기시작을 알리는 호각이 울린다. 그런 점에서 월드컵대표감독직을 수행하면서 가장 돋보인 것이 차감독의 정보전략이다. 차감독의 정보전략은 크게 상대방에 대한 정보와 자신이 이끄는 선수들에 대한 것으로 구분된다.상대팀에 대한 정보파악에 있어 차감독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진리를 누구보다도 충실히 따랐다. 상대방팀의 경기가 있는곳이면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달려갔다. 직접 상대팀의 경기내용을 지켜보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웠다. 그만큼 철저했다. 그 자리에서 답을 찾는 과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일본원정경기를 앞두고『자신 있다』 『이기러 왔다』고 말한 것도 그런 배경에서 나온말이었다. 열사의 나라 UAE에서 경기를 치르고 온 일본팀의 후반체력저하를 예상하고 승부수를 후반으로 잡아 선수를 교체하면서 총공세를 펴 한국축구사에 두고두고 회자될 역전승이란 명장면을 만들었다.경영전략도 마찬가지다. 차감독에게 있어 가장 큰 시험대였던 한-일전에서 거둔 「도쿄대첩」은 정보를 바탕으로 상대방의 강약점을철저히 분석하고 대비한데서 시작한다. 차감독은 우리팀의 약점인수비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미드필더를 보완했으며 철저한 대인수비로 체력이 달리는 일본선수들을 집중마크하도록 했다. 아울러 우리팀의 장점인 체력을 바탕으로 승부욕과 투지를 더욱 키웠다.선수단의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대해 집중적인 대책을 세워 승리를 거둔 것은 경영분석에 이용되는 SWOT분석기법과 비견된다. 강점(Strengths)과 약점(Weakness)을 정확히 파악하고 위기(Threats)를기회(Opportunities)로 만드는 전략이다. 차감독과 대표팀에겐 최대고비였던 한-일전의 승리는 그후 대표팀의 승승장구에 더욱 힘을실어주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것이다.정보화전략의 또 다른 1등공신은 「X파일」로 불리는 차감독의 펜티엄급 노트북. 92년부터 축구선수들에 대한 방대한 인적자료와 축구와 관련된 각종 내용들을 담아온 보물창고로 차범근감독의 축구를 말할 때면 반드시 등장하는 소재다. 노트북에는 훈련프로그램,전술계획, 선수에 대한 평가, 상대팀에 대한 평가, 경기평가 등이들어 있다. 노트북이 처음으로 제몫을 톡톡히 한 것은 1차예선때.황선홍 윤정환 등 주전들의 부상으로 부상병동이란 소리가 나오던때였다. 차감독은 이때 국내외 축구선수 5백여명의 모든 것이 수록된 노트북을 두들기면서 이민성 김도근 장형석 김대의 등 묻혀있던진주들을 발굴해 승리를 낚을 수 있었다.경쟁이 필연적인 기업경영에서도 이제 정보는 단순한 지식이나 경험률이 아니다. 인력 기계 자원 자본에 이어 제5의 생산요소로까지지칭되고 있다. 「정보를 장악하는 자가 지배자」라는 앨빈 토플러의 말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 진리인 것이다.●뚜렷한 비전제시차범근감독이 대표팀을 맡으면서 보여준 리더십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게 선수들에게 누누이 제시한 「뚜렷한 비전」이었다. 월드컵대표선수로서 월드컵본선진출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었으며 선수로서 해외무대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길을 그리게 했다. 비전제시는 곧 동기부여다. 왜 경기에 나가며 왜 이겨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의 확인이다. 감독을 믿고 따르면 이긴다는 자신감이었다.경영에 있어서도 장단기적인 비전을 끊임없이 제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며 동기를 부여하는게 중요하다. 세계유수의우량기업들을 보면 대개가 조직원의 의욕을 고취하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 GE의 경우 급격한 기업경영환경의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키워드로 자신감을 핵심가치관으로 추구하는경영전략을 세워놓고 추진할 정도다.●믿고 뭉치는 조직감독취임후 선수단운영에 관해서 『가족같은 팀을 만들고 싶다』는게 차감독의 말이었다. 인화를 강조한 것이다. 예전만 해도 해외파-국내파, 고참-신참, 지연, 학연 등으로 갈려 선수단 내부가 똘똘뭉치는 경우는 드물었다.그러나 믿음과 단합은 이제 팀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대표팀내에서 잡음이 없던 경우는 이번 월드컵대표팀이 처음일 것』이라는축구전문가의 말이 나올 정도로 역대 어느 대표팀보다도 분위기가좋다. 이를 위해 차감독은 훈련후는 물론 틈나는 대로 선수들과 격의없는 대화의 시간을 가지면서 선수들에게 세계무대로의 진출이란희망을 불어넣었다.믿음과 인화는 조직운영에 있어 맨 앞자리에 앉히는 대목들이다.기업도 마찬가지다. 소비자 또는 협력업체들과의 대외적인 신뢰는물론 내부조직원간의 대내적 신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미국조지메이슨대학의 프랜시스 후쿠야마교수는 「믿음」을 새로운 경영패러다임의 하나로 제시했을 정도다. 『앞으로의 경영에 있어 믿음(신뢰)을 바탕으로 해야만 효율적 경영이 가능하다』는게 그의주장이다.이러한 신뢰와 화합의 리더십은 차감독의 쓰라린 경험에 기인한다.귀국후 현대축구단의 감독을 맡으면서 독일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3년내 우승하겠다」는 기염을 토하는 등 자신만만했다. 그러나 4년이 넘어도 현대의 우승은 이뤄지지 않았다. 당연히 감독직을 내놓아야 했다. 경기에 패한후 경기내용을 분석하고자 마련한 자리에서 선수들이 「그냥 몇 대 때리고 끝내달라」는 말을 듣는 충격적인 경험도 겪었다. 차감독의 이상과 한국축구계의 현실사이에 자리잡은 괴리를 확인한 것이다. 차감독은 여기서 한국축구에 적응하기위해 자신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후 2년여간 야인생활을 하면서 차감독은 교육학 심리학 등 나름대로 팀운영중에 느낀 부족한 점들을 열심히 공부했다. 이런 경험으로 주전선발에서떨어진 선수에게 『네가 나에게 섭섭한 마음을 가져서는 안된다.오히려 섭섭한 것은 나다. 왜 나에게 너를 기용해 볼 기회를 주지않느냐』고 토닥거릴 정도의 다정다감함을 갖출 수 있었다.경영에서의 리더십도 마찬가지다. 이제 통제형의 카리스마적 리더십보다는 합의를 이끌어내는 리더십이 절실해진 경영환경이 된 것이다. 합의에 의한 자발적 참여는 강요나 지시에 의한 통제된 참여보다 월등한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솔선수범하는 지도자차감독은 대표팀을 맡은 후 직접 트레이닝에 참여하는가 하면 선수들이 연습대항전에서 입을 조끼를 직접 챙기는 등 이제껏 목소리만높이던 감독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차감독의 대표팀담금질을 두고 「수도원식 훈련」이라는 말도 나왔다. 금연, 금주(음주시 3백만원 벌금제를 도입해 사실상 음주를 막았다), 이동시 복장통일, 식사시 모두 함께 시작하고 함께 끝나는것 등 유난히 조직원으로서의 마음가짐 몸가짐을 강조했다. 이런청교도적 생활에 대한 차감독의 요구가 처음에는 잘 먹혀들지 않았다. 독실한 기독교인 차감독이야 술 담배를 안하는 건실한 생활을한다 치더라도 프로무대에서 놀던 선수들에게는 다소 무리였다. 그러나 결국 선수들이 자기관리라는 차원에서 이제 모두 당연한 일로받아들이고 있다. 『다 너희들을 위해서…』라는 말이 진짜 프로선배인 차감독의 가르침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차감독의 말이 통하고 그 말 하나로 뭉치는 것이다. 여기에는 차감독이 역대 최고의스트라이커인데다 축구선진국인 독일의 프로무대에서 외국선수로서최다골을 넣은 화려한 전력의 스타라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항상 국가대표는 무언가 달라도 달라야 한다며 국가대표로서의자부심 사명감 애국심 품위 등을 요구하는 것도 진정한 프로선수,진정한 국가대표선수로서의 자세를 다시 가다듬는 계기가 됐다.●투명하고 객관적인 인사와 적재적소의 인재배치『대표팀운영의 전권을 달라』. 차범근감독이 대표팀감독직을 수락하면서 축구협회측에 요구한 주문이다. 그 주문이 받아들여지면서처음 칼을 댄 것이 바로 상비군제다. 언제든 대표팀으로 불러올 수있는 선수 33명의 엔트리를 확정한 뒤 그때그때에 따라 주전을 택한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상비군내에 주전으로 뛰기 위한 경쟁이없을 수 없다. 대표단도 대폭 물갈이했다. 아시안컵대표중 11명만남기고 14명을 새로 뽑았다. 덕분에 평균연령이 26.9세에서 25.4세로 낮아졌다. 그만큼 팔팔해졌다.그러나 무조건 선발선수로 출전하는게 아니라 경기전의 훈련과정에서 철저하고 객관적인 분석을 통해 선발을 확정한다. 감독취임시『선수중 가장 잘하고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뽑겠다』는 말을 고집스레 지켰다. 「연습도 실전처럼」을 주문했다. 「흘린 땀만큼 열매도 달다」는 지론 때문이다. 학연 지연이나 축구를 통해 개인적으로 맺은 인연은 철저히 배제했다. 오직 실력하나만 갖고 평가했다.차감독의 용병술은 실전에서 더욱 빛났다. 일본원정경기에서 후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김대의를 투입해 공격의 물꼬를 튼 것이나 UAE전에서 서정원 최용수 투톱으로 수비를 교란시킨 것 등이다.이러한 투명한 선수 선발과 적재적소에 제때까지 맞춘 용병술은 이질적인 선수들을 결합해 최상의 경기력을 갖춘 팀으로 만드는 시너지효과를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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