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박꼬박 내도 혜택 적어

입사 2년차인 강인수씨(29)는 매달 1만9천5백원을 직장의료보험비로 낸다. 물론 월급명세서에 찍혀서 나오기 때문에 단 한번도 직접낸 적은 없다. 으레 그런가보다 생각했지만 요즘처럼 불경기때는괜히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아직까지는 한번 아파본 적도없는데다 결혼도 하지 않아 혜택을 받을 만한 피부양자도 없기 때문이다.전자회사에 다니는 장성호 대리(33)도 마찬가지다. 얼마전 첫 아이를 출산할 때를 생각하면 의료보험이 무용지물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아내가 임신한 때부터 출산 후 조리까지 의료보험 혜택을 본것은 분만할 때밖에 없다. 출산전 초음파 검사 등 각종 검사나 산후조리는 보험급여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얼마전에는 어머니 틀니를 새로 갈아드렸지만 역시 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이같은 생각은 비단 두사람만의 생각은 아니다. 매달 꼬박꼬박 월급에서 일정 금액을 의료보험비로 공제당하는 직장인들이 갖는 불만은 크다. 물론 제도의 취지에는 수긍하지만 실제로 부담한만큼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 탓이다. 한마디로 월급쟁이들은 여기서도 봉 취급을 받는 것이다.이같은 이유는 의료보험 자체가 월급쟁이들에겐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운영되는 구조적인 문제 탓이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직장의보와 지역의보간의 재정불균형을 들수 있다. 지난해 1백45개 직장의보조합은 1천4백91억원의 흑자였다. 반면 2백27개 지역의보조합은1천4백22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같이 지역의보 재정이 취약한 것은 생긴지 9년밖에 안돼 적립금도 적은데다 자영업자에 대해 실질소득에 기초한 보험료를 부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실제로 지난해 도시지역의보는 1천4백5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농어촌지역을 합한 전체 지역의보적자보다 큰 액수다.◆ 공동직장의료보험조합 구성도 문제이처럼 취약한 지역의보 재정을 뒷감당하는 것은 직장의보 몫이다.전국민의료보험이라는 제도 때문에 서로간 형평성을 맞춰야 하기때문이다. 지난해만도 직장의보에서 공동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지역의보에 3천4백62억원을 지원했다.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렇게 쌓아둔 적립금을 일단 적자를 메우는데 쓰다보니 전체적으로 받을 수 있는 의료보험급여대상도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문병우 보험관리과장은 『아직까지 임산부의 산전후 조리나 MRI(자기공명영상촬영)를 보험급여 대상에 포함시키지 못한 이유 가운데하나도 취약한 지역의보 재정 탓』이라고 말한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자신이 낸 돈 만큼 보함혜택을 못받고 있다는 얘기도 이래서 나온다. 더욱이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아파도 시간내서 병원 한번 가기 어렵다. 반면 자영업자들은 병원을 이용할 기회도 상대적으로많다. 실제 지난해 1인당 연평균 보험급여비는 직장의보가 8만9천1백72원인데 비해 지역의보는 11만 2천9백10원이었다.결국 봉급생활자들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그렇잖아도 소득출처가 명확해 각종 세금 등을 확실하게 뺏기는 월급쟁이입장에선 상대적 상실감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는 얘기다.여러 직장이 하나의 공동직장의료보험조합을 구성하는 데서도 문제가 많다. 공동조합에 속하면 똑같은 보험요율을 적용받기 때문에직장간 봉급차이에 따라 돈을 부담하는 것이 달라지기 때문이다.더욱이 보험요율도 총소득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상여금 등을 제외한 신고금액에 적용하기 때문에 봉급구조에 따라 내는 금액이 차이가 난다. 상여금 등을 많이 받는 대기업근로자는 총소득보다 상대적으로 적게 내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이다.전국민에 대한 의료서비스 혜택을 목표로 하는 의료보험. 그러나현재 재정은 월급쟁이의 봉급봉투가 전담하고 있다시피 하다. 그리고 직장인들은 낮은 서비스에 높은 부담을 하고 있다는 피해의식에사로잡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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