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에게 떠넘기는 기업 상당수

「월급봉투에서 국민연금 항목을 자세히 살펴보자.」 그냥 무심코하는 말이 아니다. 반드시 한번쯤 월급봉투의 공제란을 들춰볼 필요가 있다. 혹 자신이 내야 할 것보다 더 많은 돈이 국민연금 명목으로 빠져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실제로 이런 사례는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월급봉투가 새는 또 다른 사례인 셈이다. 직장생활 3년차로 중소기업체에근무하고 있는 김모씨(29). 입사 이후 줄곧 자신의 월급봉투에는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았다. 그러다가 얼마전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월급봉투에서 나가는 국민연금이 지나치게 많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자신의 친구에 비해 거의 2배나 많았다. 친구는 2만5천원인데 비해 자신은 5만원을 육박하고 있었다. 게다가 친구는자신보다 월급도 조금 많이 받고 있었다.김씨는 그 다음날 출근하자마자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공단측은 자신들은 전체 액수만 챙기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는 얘기만을 들려줄 뿐이었다. 그러면서 회사 경리부에 문의해보라고 일러주었다. 곧바로 경리부에 전화를 넣었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경리부의 답변은 무성의 그 자체였다. 원래 나쁜 뜻은 없고 어떻게 하다보니 정상적인 액수의 2배를 떼게됐다는 설명이었다.◆ 개인은 연금액의 1/3만 내면 된다그 후에 안 일이지만 자초지종은 이랬다. 국민연금을 도입할 무렵회사의 사정이 어려웠다고 한다. 그래서 편법으로 회사가 부담해야할 몫 가운데 일부를 사원들에게 떠넘겼다. 그후 얼마 지나 회사의자금사정이 좋아졌다. 하지만 회사측은 이를 시정하지 않았다. 물론 사원들도 내막을 전혀 몰랐다. 정부 주도로 하는 사업인만큼 알아서 잘해줄 것으로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국민연금은 기업주와 가입자(개인)가 각각 3분의 1씩 내고 나머지는 퇴직적립금에서 충당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여기서 퇴직적립금은 기업주가 가입자의 퇴직 때 주기 위해 적립하는 돈이므로 결국 국민연금의 3분의 2를 기업이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앞서 말한경우처럼 이 퇴직적립금에서 나가야 할 돈을 기업이 내지 않고 개인에게 부담시키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직장인들로서는 회사만을 믿다가 발등을 찍히게 되는 셈이다.기업들의 횡포로 피해를 보는 사례는 또 있다. 바로 회사가 국민연금공단에 내야 할 것을 내지 않고 연체하는 경우다. 올해 초 7년다닌 직장을 그만둔 이모씨(35)는 국민연금적립액을 알아보기 위해공단에 전화를 했다가 놀라운 얘기를 들었다. 회사가 이제껏 국민연금을 연체했기 때문에 적립액이 전무하다는 얘기였다. 이씨는 당초 회사 재직시 자신의 월급에서 매달 일정액이 국민연금으로 빠져나가 상당한 액수가 들어있는 걸로 생각했다.결국 이씨는 자신이 부담해온 돈만이라도 돌려받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해보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물러설 수밖에없었다. 회사측에서도 사정이 어려워 그렇게 했다는 말만을 되풀이할 뿐이었다.국민연금은 5인 이상의 직원을 거느린 법인이나 6인 이상의 직원을둔 개인사업자가 가입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는 가입조차 하지 않고 버티는 곳이 있다. 비용이 적잖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또 앞서 말한대로 가입해놓고는 돈을 내지 않는 경우도 적잖이있다. 특히 자금력이 떨어지는 중소사업자들 가운데 이런 사례가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그 피해상황이나규모 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그렇다면 기업의 편법과 이에 따른 직장인의 피해를 공단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에 대해 공단 관계자들은 현실적으로 기업들을 규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설명한다. 검찰에 고발할 수는 있지만 이마저도 규정에 없어 쉽지 않다는 것. 또 일일이 감독하는것도 매우 어렵다고 호소한다. 특히 총액만을 따지기 때문에 누구주머니에서 나왔는지를 파악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 공단의한 관계자는 결국 자기 것은 자기가 챙기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항상 관심을 갖고 가입해 있는 국민연금의 흐름을 파악할 필요가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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