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비해 최고 4배이상

월급쟁이는 세금에서도 완전 봉이다.세원이 그대로 드러나는 유리지갑. 세정당국은 월급쟁이의 소득세를 사업자를 통해 월급봉투를 주기 전에 미리 원천징수한다. 샐러리맨은 일반 자영업자와 달리 사전탈세를 할래야 할 방도가 거의없는 셈.기껏 연말정산 때 의료비나 교육비 영수증을 허위로 첨부하는 정도다. 이랬다가도 국세청이 허위연말정산에 대해선 세무조사를 한다고 엄포를 놓으면 괜시리 조마조마한게 월급쟁이의 새가슴.봉급생활자와 자영업자,나아가 재벌들의 과세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정부당국도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는 샐러리맨을 위해 꾸준히 세제를 개편하고 세정을 강화하고 있다.하지만 실상은 정부의 의도와는 다르다. 변호사같은 고소득 자영업자나 일부 재벌들의 법망을 피해가는 기법이 날로 고도화,전문화되고 있다.국내 굴지 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L모씨 상속건이 대표적 케이스.이 그룹의 한 계열사는 지난 3월24일 6백억원 상당의 사모전환사채(CB)를 발행, 이중 75%인 4백50억원 상당을 L씨에게 매각했다.당시 이 전환사채의 전환가격은 공모발행할 경우에 비해 30%나 싼5만원으로 책정됐다. 즉 전환사채 가격을 주식의 시가(당시 6만5천4백원대)보다 훨씬 낮게 잡아 L씨에게 인수당시 시가대비로만 90억원의 부당이득을 안겨준 셈이다.◆ 월급쟁이 지갑은 투명한 유리이에 한 시민단체는 주식의 가치를 떨어뜨려 소액주주들의 이익을침해했다며 법원에 전환사채 발행무효 청구소송 및 전환사채 처분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재판부인 수원지법은 L씨의 전환사채가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발행무효청구소송 선고가 끝날 때까지 전환사채를 처분해선 안된다고결정했다.그러나 L씨는 법원결정 하루 전인 지난 9월29일 전환사채를 모두주식으로 바꿔버리는 바람에 법원의 가처분결정은 아무 효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됐다.이런 과정에서 국세청은 세법전을 열심히 뒤졌으나 입법미비로 L씨에게 증여세를 한푼도 물리지 못했다.투명한 유리지갑을 갖고 있는 월급쟁이들은 지갑 속의 먼지까지 과세당국에 노출돼 있다. 반면 「뛰는 사람 위에 나는 사람 있다」는말처럼 재벌들의 상속기법은 당국의 법망을 비웃듯 앞서가고 있다.월급쟁이들이 속쓰린 얘기는 또 있다. 바로 변호사 의사등 고소득자영업자의 세금부담과 비교하면 들이켜는 소주맛이 더욱 쓰다.조세연구원이 지난해 「조세정책과 소득재분배」라는 보고서를 통해 근로자가구의 소득세 부담률은 평균 3. 35%,사업소득자 가구는 2. 67%라고 밝혔다.이같은 통계는 지난 87년 자료를 기초로 작성됐지만 그후 조세제도나 과세행정이 크게 바뀌지 않아 지금도 비슷할 것이라고 조세연구원은 설명하고 있다.조세연구원의 분석대로라면 똑같이 매달 1백만원을 번다고 가정할경우 회사원은 세금으로 3만3천5백원을 낸다. 반면 의사나 변호사자영업자같은 사업소득자는 세금을 2만6천7백원밖에 안낸다는 얘기다.또 소득이 많아질수록 양 집단간의 세부담 불균형도 더욱 심해져근로자가 최고 4배이상의 세금을 꼬박꼬박 부담하고 있다는 통계수치도 나왔다.예컨대 연봉 3천3백만원이 넘는 근로자의 조세부담률은 12. 98%인반면 같은 돈을 벌더라도 의사 변호사 자영업자의 조세부담률은 3.14%에 불과하다.이는 근로가구는 3천3백만원을 벌어서 이중 평균 4백28만원을 소득세로 내는 반면 자영업자는 똑같은 금액을 벌었더라도 실질소득을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바람에 세금을 약 1백3만원만 문다는 계산이다.그렇다면 월급쟁이와 자영업자의 소득세율이 달라서일까. 아니다.세율은 똑같이 소득세법을 적용받아 소득금액별로 똑같다. 문제는자영업자는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소득탈루가 가능하기 때문이다.요즘은 많이 줄었지만 현직 판·검사가 변호사로 개업하면 6개월이나 1년간은 검찰이나 법원으로부터 대우를 받는 「전관예우」가 있다. 문전성시를 이루는 고객들로 이들 잘나가는 전관예우 변호사의경우 1년에 10억원을 번다는 말이 있다.그러면 이들이 세금을 꼬박꼬박 잘 낼까. 대답은 『글쎄요』다. 변호사비용지출을 장부처리하는 법인고객의 경우엔 변호사들도 수임변호료를 제대로 신고한다.하지만 수백만원내지 수천만원을 내는 개인고객의 경우 일부 변호사들이 수임료를 줄이거나 빠뜨려도 과세당국이 제대로 추적하지않는다. 월급쟁이에겐 추상같은 과세당국이지만 「힘있는 분들」에겐 슬금슬금 빼는 게 세금쟁이의 생리다.◆ 소득세 경감조치해도 17%나 늘어나최근 모방송에서 변호사의 소득탈루사례가 보도됐지만 법조계나 세무회계 사회에선 고소득 자영업자의 소득탈루는 「식은 죽 먹기」라고 알려져 있다.예를 들면 직장인과 자영업자가 다같이 차를 굴릴 경우 소득공제엔엄청난 차이가 있다. 직장인은 기껏 회사에서 받는 차량유지비와보험료를 공제받는 데 비해 자영업자는 차량유지비는 물론 차량구입비까지 비용처리된다.10억원을 버는 자영업자가 수입금액 10억원에서 비용으로 9억7천만원을 공제하고 나머지 3천만원을 실소득이라고 세무서에 신고해도업계평균의 소득표준율에 미달하지 않는 한 세무조사를 받지 않는다.이러다보니 제대로 소득을 신고하고 세금을 내는 자영업자를 찾는다는 건 사막에서 바늘 찾기다.소득세 말고 거의 면세내지 간이과세를 받는 부가가치세까지 포함하면 자영업자와 월급쟁이의 과세 형평성은 더욱 큰 차이를 보인다. 요즘도 신용카드를 기피하거나 변칙처리하는 고급유흥업소나식당등이 수두룩하다.아마 변호사비용이나 병원비용 술값등을 전액 신용카드로 의무화하는 제도가 시행되는 날이면 이들 이익단체의 대규모 시위사태가 벌어질 게 불보듯 뻔하다. 지금도 버스업자들이 버스카드 시행을 떨떠름하게 생각해 버스카드가 제대로 유통되지 않는 걸 봐도 짐작할수 있다.월급쟁이들이 들으면 통곡할 통계는 또 있다. 올 국정감사 자료에따르면 지난 95년말 현재 근로소득세 납세인원은1천93만5천명. 94년보다 3. 8% 늘어났다. 반면 이들이 낸 근로소득세는 5조1천1백63억원으로 94년에 비해 무려 49. 7%나 증가했다.한편 종합소득세를 납부하는 개인사업자의 경우 95년 3백50만7천명으로 4. 6%가 늘어났으나 납부세액은 3조4천7백80억원으로 11. 1% 증가에 그쳤다.납세인원에선 개인사업자가 더 늘었으나 세금은 봉급생활자들이 더낸 것.이처럼 봉급생활자의 전년대비 세부담 증가는 △90년 13. 6%△92년 45. 3%△93년 12. 2%△94년 25. 3%에도 계속됐다. 더욱 대폭적인 근로소득세 경감조치가 있던 96년에도 17. 1%나 월급쟁이 세부담은 늘어났다.정부의 발표를 순진하게 믿으면 월급쟁이들의 기본공제액이 늘어나세금이 줄어들 것 같지만 상대적으로 자영업자와 비교하면 엄청난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세금이나 형벌이나 가장 중요한 건 형평성이다. 정의가 딴게 아니다.언제까지 월급쟁이들은 세금에서 봉이 될 것인가. 다음 정권에선조세편의주의에 억눌린 월급쟁이들의 조세저항문제가 뜨거운 감자중의 하나로 떠오를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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