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로 신고하면 '재기불능'

『월급쟁이는 유리잡지이고, 자영업자와 힘없는 중소기업은 한낱봉이란 말이냐.』요즘 미국 TV의 토론 프로르램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대다수 미국인들에게 「FBI(연방수사국)보다 더 무서운 곳」으로 인식돼 온 IRS(국세청)가 최근 대대적인 개편의 도마위에 올랐다. 공화당 소속의 빌 아처 하원의원 발의로 의회에 계류돼 있는 세법 개정안의 골자는 국민들의 조세 저항권을 강화하는 한편 IRS 조직을보다 효율적으로 개편한다는 것.거대한 권부로만 여겨졌던 IRS의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미국인들이 그동안 속에 담아뒀던 불만을 일거에 터뜨리고 있다. 공화당과 보수적인 언론으로부터 클린턴 행정부의 「정치 사찰기관」이란오명까지 뒤집어썼던 IRS가 이젠 일반시민들로부터까지 직견탄을받고 급기야 연방 상·하원의 공동 발의로 대대적인 기구 개편을추궁받게 된 까닭은 자명하다.권력을 가진 사람이나 대기업들에는 관대하고 봉급생활자와 중소기업들은 한푼의 탈루도 용납하지 않을 정도로 세금을 깡그리 긁어간다는 불만이 고조돼 온 탓이다.사실 미국의 세제 자체는 나무랄데 없이 합리적으로 이뤄져 있다.가계와 직접 관련이 있는 소득세 제도를 보면 연방정부가 거두는연방소득세(federal income tax)에다 주정부가 징수하는 지방소득세(state income tax), 그리고 사회보장세(social security tax)로나뉘어진다. 사회보장세는 다시 「OSADI(old-age,survivors, and disability insurance)」로 불리는 노령·유족 및 불구 연금보험과메디케어(노령연금보험)로 구분된다.연방소득세와 지방소득세는 「총소득에서 비용 등을 공제한 순소득」을 과세 표준으로 해서 15~39.6%를 세금으로 바쳐야 한다.봉급생활자는 사회보장세가 소득의 7.65%지만 자영업자들은 이의두배에 이르는 15.3%를 고스란히 내야 한다. 다만 사회보장세의 경우는 과세표준 한도액을 6만5천4백달러(97년 기준)로 정하고 소득이 그 이상을 넘더라도 이 범위 내에서만 징수하는 것으로 돼 있다.◆ 신고 납부제 채택소득세 징수 절차는 비교적 간단한 편이다. 근로소득자(봉급생활자)의 경우 고용주(회사)쪽에서 급료를 지급할 때 세법이 정한 세금을 원천 징수, IRS에 일괄 납부하는 방식으로 한국과 다를게 없다. 근로소득자는 부양가족 변동 등 과세 기준이 달라졌을 경우 매년4월15일까지 자신의 총소득금액에 대한 소득세액을 확정, IRS에신고해 세금을 정산(과오납환급, 부족금 추가 납부 등)받는다.자유직업 소득자를 포함한 자영사업자는 1년에 4차례 중간 예납세액(esatimsted tax)을 분납한 뒤 회계연도 종료 후 두달반 내에 소득세액을 확정, IRS에 신고하고 세금 정산을 받게 돼 있다.문제는 봉급생활자나 중소기업의 경우는 거의 에누리 없이 세금을떼이는 반면 대기업들은 「수완 좋은」 변호사와 공인회계사들을고용해 이리저리 조세를 회피하면서도 별제재를 받지않고 있다는점이다. 봉급생활자들의 경우 연방소득세와 지방소득세를 기본으로공제당한 뒤 각종 세목의 사회보장세 등을 떼고 나면 월급의 거의30~40%가 사라져 버리는게 예사다. 그러나 IRS의 칼날을 피할 방법은 없다.자영업자나 사업 법인의 경우 한국은 △납세자 측에서 소득을 밝히고 그에 맞춰 세금을 내는 신고납부와 △정부가 일정하게 부과하는인정과세가 혼용되고 있는데 비해 미국은 완전히 신고 납부제도만을 택하고 있다. 따라서 자영업자들은 소득신고를 좀 줄이면 되지않겠냐 싶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소득을 신고한 사람이 그내용에 대해서 철저하게 책임을 지도록 돼 있고, 추후 신고 내용이허위로 밝혀지면 「인생의 재기(再起)가 불가능할 정도」로 지독한처벌을 받기 때문이다.미국은 조세에 관한 한 시효를 두지 않고 있다. 10년 뒤, 20년 뒤에 탈루 사실이 밝혀지더라도 반드시 추징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간의 이자를 복리로 내야하는데다 탈루액의 몇배에 달하는 벌금까지 납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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