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컨설턴트ㆍ독서지도사 등 진출

『좌측방향지시등을 켜고 횡단보도 앞에서 일단정지했다가 좌회전신호를 받으면 그대로 좌측으로 진행하면 됩니다. 이때 차의 앞바퀴가 횡단보도 앞에 있는 일단정지선을 넘지 않아야 합니다.』고양시 일산구 탄현동의 신일자동차학원. 널찍한 기능연습장에서유일한 여성강사인 엄일순(37)씨는 옆자리에 앉은 수강생에게 운전기능교육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남자들 일색이었던 운전학원에서 엄씨가 홍일점강사로 자리를 잡은 것은 지난 8월. 두 자녀를 둔주부지만 『집안살림에 보탬도 되고 자신의 일을 하고 싶어』 올 4월에 있었던 경찰청주관의 운전기능강사시험에 응시, 시험에 붙은후 연수를 마치고 이곳에 취업했다. 수강생들에게 운전방법을 가르치는 일이라 남자들도 이해하기 힘든 차량구조나 운전기능에 대해지금도 쉬지 않고 공부한다. 매일 오전 8시에 출근해 저녁 7시30분까지 근무하는 엄씨가 한달에 집에 가져가는 돈은 1백만원남짓(수당과 보너스제외). 『기능교육 자체가 밖에서 하는 일이라 더위나추위 등과 싸워야 하는게 어려움이라면 어려움』이라는 엄씨는 『하지만 남자와 동등한 대우를 받는 데다 여자강사에 대한 선호도가높아 여성에게도 괜찮은 직업』이라고. 엄씨의 경우처럼 최근에 색다른 직업에 진출하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출장요리사나 독서지도사 등 이제껏 주부들의 참여가 적었던 직업은 물론 최근 관심이높은 NIE(News In Education, 신문을 교육에 활용하는 것)지도사등 주부들이 노려볼만한 색다른 직업이 아직 많다』는게 YWCA 박대복간사의 말이다.◆ 주부 ‘전공’살린 출장요리사 해볼만9년째 출장요리를 해온 김경애씨(44)도 그런 사례에 속한다. 『애들 과외비에 보탬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YWCA의 요리강좌를 수강, 3년동안 보조요리사로 활동한 뒤 지금은 정요리사로 가정집이나 기관·단체 등으로부터 주문을 받으면 재료구입부터 시작해 상차림까지 끝낸다. 『자녀들이 모두 다 커 경제적인 여유가 생겼지만 요즘도 1주일에 2~3번 정도 주문이 들어와 계속한다』는 김씨의수입은 남부럽지 않을 정도로 쏠쏠한 편. 정요리사의 인건비는 하루에 6만원. 그러나 재료준비에서 상차림까지 보통 2~3일 정도 걸리는데다 부수적으로 들어오는 돈도 있어 실수입은 그 이상이다.『살림을 해본 주부라면 특별한 어려움은 없을 정도며 음식만들기를 좋아하고 조리사자격증을 따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게 김씨의말이다.주부여행컨설턴트도 요즘 주부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직업이다. 여행을 준비하는 고객들의 문의를 받으면 직접찾아가 여행상품을 설명하거나 여행코스나 일정 등을 상담해주는게업무다. 예전에 세진여행사와 삼홍여행사 등 일부 여행사에서 시행했으며 최근 한화관광에서도 주부여행컨설턴트를 모집하고 있다.『맞춤여행이나 주문여행상품 등을 중심으로 상담해주는 프리랜서로 정기적인 출퇴근의 부담이 없고 기존 직업을 갖고있는 주부들도근무가 가능하다』는게 한화관광 김미현홍보과장의 말이다. 일단여행객과 계약이 체결되면 수익금의 일정비율을 수당으로 지급받는다.아이들을 사랑하는 주부, 특히 자녀들이 성장한 40대의 주부라면방문유아지도교사에 도전해 볼만하다. 가정집을 직접 방문해 아이들을 보살피는 일이다. 근무형태는 파트타임과 풀타임으로 나뉘며대개 유치원입학전까지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여성신문사 교육문화원에서 유아지도교사강의를 듣고 2년6개월째 방문유아지도교사를 하고있는 김금자씨(46)는 『놀이방 등에서의 안전사고에 대해걱정을 하거나 자식을 보다 관심있게 키우려는 부모들로부터 선호가 높다』고 말했다. 요즘 개포동의 한 가정집을 방문해 하루 8시간씩 5일간(토요일은 격주근무) 아이를 돌봐주는 김씨의 월수입은75만원. 『가계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자신의 일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더 즐겁다』는게 김씨의 말이다.◆ 알아보고 준비해야 취업 가능최근 주부들에게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 모니터다. 백화점식품회사 화장품회사 전자회사 방송국 신문사 등에서 매년 모니터들을 모집하고 있으며 이때마다 수백명씩 몰려 인산인해를 이룬다.모니터들은 대개 모집회사에서 요구하는 사항들 즉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 등에 대한 의견, 아이디어나 제안, 소비자의 의견 등을회사측에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방송국이나 신문사의 경우 해당매체를 꼼꼼히 살펴보고 그에 대해 평가와 조언을 해준다. 신세계백화점의 모니터로 활동하는 곽미경씨(35)는 『과제를 받으면 백화점에 나가 직접 꼼꼼히 조사한 뒤 임원이나 실무자가 참석한 회의에서 직접 발표하는 것』이라고 모니터일을 설명한다. 『한건의과제를 받으면 보통 백화점을 3번이상 찾는다』는 곽씨가 한달에백화점으로부터 받는 돈은 약 30∼35만원. 가장 먼저 모니터제도를시행한 곳이라 그나마 다른 백화점에 비해 나은 편이지만 『돈보다는 일이 좋아 모니터직업을 택했다』고. 『생각이나 시각이 융통성이 있고 밝고 적극적이며 창의적인 사람이 유리하다』는게 곽씨가모니터를 꿈꾸는 주부들에게 들려주는 말이다.초등학생이상의 아이들의 교육에 대해 관심을 가진 주부들이라면독서지도사에 도전해봄직하다. 최근 논술교육의 주요성이 강조되면서 부쩍 관심이 높아진 직업이다. 초등학교 1학년생들을 대상으로2개월째 독서지도사를 하고있는 조경숙(36)씨는 『아이들에 관심이많은 주부들로 아이들의 고운 마음을 키워주고싶은 마음의 주부들이라면 제격』이라고 말했다. 현재 9명을 가르치는 조씨는 주로 그림동화를 읽어준 후에 느낌발표와 같은 독후활동을 하고 있다.시간활용에 융통성이 있는 컴퓨터출장강사도 요즘 주부들로부터 주목받는 직업이다. 짬을 내기 어려운 회원의 집이나 사무실을 방문해 1대1로 가르치는 일이다. (주)컴퓨터서당 강서지점의 김보영(29)씨는 결혼과 함께 5년간 해왔던 컴퓨터학원강사직을 그만두었다가 10개월전에 출장강사로 다시 취업한 케이스. 『일을 그만두니답답해』 취업을 결심했다는 김씨는 지금 직장인 주부 학생 등 회원을 상대로 강의를 하고 있다. 한달에 버는 수입은 95만원안팎.『(주부취업이)경제적 이유때문에 하는 맞벌이가 아니라 주부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남편과 서로 이해할 수 있고 동등한 입장에 설수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일자리는 없다.부지런히 알아보고 준비해야 주부로서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게야무진 신세대주부 김씨의 주부취업관이다.★ 박성희 (주)키즈랩 과학 출장강사 인터뷰서울 서대문구청 맞은편 서대문구문화체육회관옆의 홍연초등학교실과실. 박성희씨(39)는 흰 가운을 입고 12명의 아이들에 둘러싸여온도계만드는 방법과 직접 온도를 측정하는 실험을 부지런히 설명을 하고 있었다. 박씨의 직업은 과학출장강사. 초등학교 특활반학생들을 대상으로 과학실험을 직접 지도하는 「선생님」이다.『아이들을 키우다보니까 무언가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나자신을 확인하고 싶은욕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직업을 갖기로 결심하고 일을 찾았어요.』그러나 일이라고는 부업삼아 과외교사를 했던게 전부인, 환경공학전공의 석사학위자로 박사과정을 마치고 교수가 되길 꿈꾸었던 박씨가 막상 일을 찾았을 때 딱히 입맛에 맞는 일을 구하기란 쉽지않았다. 그러나 마침 (주)키즈랩(Kids Lab)에서 이공계전공의 초등학생 과학실습강사를 모집한다는 공고가 나와 이에 응모해 합격했다. 그게 지난 12월. 입사후 본사인 엑센탐구교육에서 1백시간의연수를 마치고 바로 일선으로 나섰다. 10년만에 가진 직장이었다.박씨의 일과는 크게 오전 오후로 나뉜다. 오후에 아이들에게 가르칠 내용을 정리하거나 효율적인 교육을 위해 비디오를 보고 교수법을 연구·분석하는 일 등이 오전에 이뤄진다. 오후에는 초등학교에강의를 나가 학생들에게 직접 실험실습을 하며 과학수업을 진행한다. 과학실험용 교자재는 본사에서 직접 실습실로 배달해준다. 각초등학교들이 직접 과학교사를 채용하는 것보다 출장강의를 이용하면 절반정도의 비용이 절약된다는 이유 때문에 이를 활용하는 초등학교가 급속히 늘어 지금은 서울시내 약 2백70여개의 학교에서 키즈랩의 출장강사를 이용하고 있다. 『주부강사들에 대해 본사에서는 아이들을 대하는데 있어 미혼자나 남자들보다 안정감이 있고 강의내용이나 진행도 충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는게 박씨의 자부심섞인 말이다.박씨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모두 70여명. 실용성 있는 실험과 그에대한 이해, 탐구를 염두에 두고 가르치는데 중점을 둔다. 교육시간은 하루 2시간으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간 강의를 한다. 보수는 기본급에 강의시간에 따른 수당이 덧붙어 1백20만원 남짓 받는다. 그러나 매달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사실 외에도 박씨에게는 더 큰 즐거움이 생겼다. 1남1녀의 초등학생 자녀들이 과학에 관심을 가진 것이다. 집에서 실험을 직접 보여달라고 조르기가 일쑤이며 박씨는 서슴없이 즉석에서 실험을 해보인다.「늦깎이 선생님」인 박씨에게 취업을 생각하는 주부들에게 해주고싶은 말이 없냐고 물었다. 『직장을 갖고 일을 한다는 것, 정말 해볼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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