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녀영역'파괴... '남성보다 낫다'

주부들의 취업도 이젠 「영역파괴」시대에 돌입했다. 그동안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거친 직종에 여성들의 진출이 크게 늘고있는 것. 대표적인게 버스나 택시 운전기사다. 이 직업은 하루 10시간 가까이 차를 몰아야 한다. 때문에 남성들에게도 고된 일이다.하지만 취업전선의 맹렬 주부들은 택시나 버스 핸들을 잡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주부 취업에 이젠 더 이상 남성직종 여성직종이 따로없다.전국버스운송조합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일하는 여성 버스운전기사는 1백90여명. 지난 92년말 10여명에 불과했던 여자 기사들이 지난 5년새 20배 정도로 늘어난 셈이다. 가히 기하급수적인 증가 추세다.이중 절반이상은 서울에서 버스를 운전하고 있다. 서울 시내버스총 87개사중 30여개사에서 대부분이 30~40대 주부인 1백3명의 여성기사들이 뛰고 있다. 서울시내 버스운전기사들이 모두 1만6천여명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여성운전기사 비율은 1%에도 못미친다.그러나 3D업종으로 분류돼 남성들도 기피하는 버스운전에 뛰어든여성들이 그 정도라는 것은 무시못할 숫자다. 회사별로는 김포교통에 11명의 여성운전기사들이 있고 삼선버스 송파상운에 각각 9명,한서교통에 8명 등이 여성기사로 버스핸들을 잡고 있다.이처럼 여성 버스운전기사가 늘고 있는 것은 대형 1종 운전면허만있으면 누구나 취업이 가능한 데다 남녀차별이 거의 없기 때문. 『여성 기사라고 해서 임금이나 근무조건 등에서 차별은 전혀 없다.대형 1종 면허만 있으면 누구나 일할 수 있고 월급도 남성 운전기사와 똑같다. 하루 9시간 정도씩 버스운전을 할수 있는 체력과 의지만 있으면 된다.』(삼선버스 구영화 운영부장) 사실 버스회사들이 여성기사들을 차별하고 싶어도 할수 없는 이유가 있다. 대부분의 여성기사들이 남성들보다 사고율이나 결근율이 훨씬 낮고 성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회사들은 오히려 여성운전기사들을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다.이는 택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현재 서울의 택시회사에서 일하는4천7백여명의 운전기사중 3백70여명이 여성이다. 이들은 각 회사에서도 가장 성실한 모범기사들로 꼽힌다. 택시업체인 한도통상의 변덕수 총무이사는 『2년전부터 여성 운전기사 2명을 채용해 쓰고 있는데 모두 현재까지 무사고』라며 『여성인만큼 아무래도 운전을조심스럽게 하고 승객들에 대한 서비스도 좋아 최근 여성운전기사를 한명 더 뽑았다』고 말했다.한편 서울 시내버스 운전기사의 경우 하루 9시간, 한달 26일 근무기준으로 월평균 급여는 1백20만~1백30만원 정도이며 택시기사도비슷한 수준이다.★ 인터뷰 / 박순애 삼선버스 운전기사 인터뷰『처음에는 승객들이 여자가 버스를 운전하니까 신기한 시선으로쳐다봐 신경이 좀 쓰이더군요. 하지만 지금은 그런 시선이 아무렇지도 않아요.』서울 강동구의 삼선버스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는 박순애씨(42). 고등학교 1학년과 중학교 3학년인 아들과 딸을 둔 평범한 주부이지만벌써 버스운전 경력 9년째의 베테랑 운전기사다. 그런만큼 이젠 버스운전이 몸에 배어 육체적으로 그리 피곤하지도 않다.『사실 처음엔 일정한 배차시간에 맞춰 버스를 운전하는게 무척 힘들더라구요. 하지만 버스운전도 몇년 해보니까 여자라고 못할 일이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버스 운전을 하기 전엔 택시도 몰아 봤는데 오히려 버스기사가 출퇴근 시간이 일정해 주부들에겐 낫다는생각입니다.』박씨가 버스운전을 하게 된 동기는 대부분의 취업주부들처럼 경제적인 이유가 크다. 같은 회사에서 버스 운전기사로 일하는 남편만의 수입으론 네식구 살림이 넉넉지 않자 박씨가 아예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 그 이전에 택시 운전기사 경험이 있던 박씨는 별 거부감 없이 남편과 같은 회사에서 버스운전을 시작하게 됐다. 물론박씨 가정의 수입은 단번에 두배로 늘었고 그 덕분에 하남시에 22평짜리 아파트도 하나 장만했다.이젠 생활형편도 나아졌는데 언제쯤 버스운전을 그만둘 계획이냐고묻자 박씨는 이렇게 대답했다.『아직 건강하고 배워둔 운전기술이 있는데 왜 그만둡니까. 집에서살림만 하는 것은 성격상 답답해서 못해요. 주부가 일하면 가정경제에도 도움이 되지만 남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어 가정이 더 화목해집니다. 적어도 두아이가 학업을 마칠 때까지는 버스핸들을 놓지 않을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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