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남편들에게 힘을 실어주자'

「주부들도 이젠 생활 전선에 나서자」. 요즘 어디에 가건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경제가 사상 최악의 상황으로 빠지고 명예퇴직이니 조기퇴직이니 하는 말이 유행병처럼 번지면서 가정을 지키던주부들이 앞장서서 일을 찾아나서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상계동에 사는 주부 이은정씨(37)의 사례를 보자. 여고를 졸업한후 직장에 다니다 10년전 결혼을 한 이씨는 그동안 줄곧 가정을 지켰다. 남편은 K기업 고참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도 하나 두고 있다. 이씨의 결혼생활은 지극히 평탄했다.남편이 꼬박꼬박 받아오는 월급으로 생활비를 쓰고 액수로 치면 얼마 안되지만 저축도 하며 살아왔다. 그 사이 융자를 일부 받긴 했지만 집도 장만했다.그러다가 지난해부터 문제가 생겼다. 남편직장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급기야 명퇴바람이 불어닥쳤다. 물론 이씨 남편은 아직 회사에다니고 있다. 그러나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회사에서도 지난해부터 과장급 이상에 대해서는 은근히 퇴직압력을 넣고 있다. 반면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서 지출이 크게 늘었다. 교육비명목으로 한달에 줄잡아 50만원은 족히 들어간다. 급기야 이씨가지난해말 창업전선에 나섰다. 부근 아파트단지의 5평짜리 상가를얻어 김밥전문점을 차렸다. 불안감을 느껴오던 남편도 적극 협조했다. 창업비용 5천만원은 그동안 모아 두었던 돈과 은행대출로 해결했다. 창업한지 1년여가 지났지만 이씨는 당시의 선택에 크게 만족해하고 있다. 월평균 수입(약 3백만원)도 남편의 월급보다 오히려많다.◆ 30~40대 주부 대다수 차지주부들의 창업열기는 각종 문화센터의 창업 관련 강좌를 보면 쉽게알수 있다.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주부들의 발길이몰려들고 있다. 방송사나 백화점의 문화센터들이 앞을 다투어 창업강좌를 새로 만드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세계백화점 문화센터의 한 관계자는 전체 강좌 가운데 창업강좌의 인기는 단연 최고라면서 수강생의 90% 이상이 주부들이라고설명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이런 흐름은 지난해부터 더욱 두드러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창업컨설팅 기관들도 예외가 아니다. 10여개에 달하는 전문기관들의 경우 밀려드는 상담희망자들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특히 주부들의 발길이 아주 잦다는 후문이다. 비공식 통계지만 상담자들 가운데 줄잡아 50%는 주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여기서한가지 눈에 띄는 점은 주부들 가운데서도 30~40대의 주부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는 것. 이는 자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것을 기점으로 창업에 뛰어드는 사례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 창업컨설팅 기관의 대표는 80년대 후반 이후 줄곧 적자를면치 못했는데 지난해부터 밀어닥친 창업 열기로 빚을 다 갚았다며특히 40대 전후 주부들의 관심이 대단한 것 같다고 소개했다.이런 열기를 반영하듯 창업컨설팅 기관들의 프로그램도 아주 다양해지고 있다. 창업상담실을 차려놓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갖가지정보를 제공해주는 방문상담을 비롯해 현장에 직접 나가 도움을 주는 출장상담과 입지선정 등 모든 창업절차를 대행해주는 창업대행프로그램 등 상담희망자의 입맛에 따라 고를 수 있는 코스가 아주많다. 비용은 적게는 3만~5만원에서 많게는 3백만원에 이르기까지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또 일부 컨설팅기관에서는 서비스 차원에서 전화상담에 한해 무료로 정보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창업성공률 30% 불과그러나 정보를 많이 얻는다고 성공창업을 보장받지는 못한다. 주부들이 의욕을 갖고 여기저기 열심히 돌아다니지만 위험요소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소자본창업의 경우 실제 성공률이 30%에 지나지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주부들은 아무래도 세상물정에 어둡기 마련이다. 결혼 이후 줄곧 살림만 해온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창업에 앞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준비를 철저히 하라고 충고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자칫 서두르다가는 돈만 날리고 가정을 망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창업절차의 첫걸음은 동원가능한 자금체크다. 자금에 맞춰 창업을해야지 반대로 업종을 고르고 그 다음에 자금을 마련하다가는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이어 정보를 수집하고 관련 업계의 동향을 살펴야 한다. 그 다음에는 체인업체를 고르고 가계약서를 작성한다. 가계약금으로는 50만~2백만원쯤 준비하면 충분하다. 계약을 마치면가장 중요하다고 할수 있는 점포입지를 찾아나서야 하는데 본사 직원과 충분한 협의를 거친 후 결정해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 이때등기부등본을 확인하는 것은 필수다. 또 점포주인을 직접 만나 나중에 계약이 끝나더라도 다시 계약해주겠다는 점을 분명히 약속받아야 한다. 필요하면 이를 계약서상에 직접 쓰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그렇지 않으면 1년이나 2년 정도 장사하다가 주인에 의해 일방적으로 쫓겨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개점에 앞서 관할 세무서에사업자등록증을 신청하면 모든 절차가 끝나게 된다. 신청시점은 점포에 대한 공사가 마무리될 때쯤이 가장 좋다. 그래야만 가게 문을열 때에 맞춰 사업자등록증을 받을 수 있다.★ 인터뷰 / 양혜숙 창업대학원 원장 인터뷰▶ 주부들의 창업 열기는 어떤가.지난해부터 전체 상담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주부들의 문의가 부쩍 늘었다. 창업컨설팅 전문가들의 손이 모자랄 정도다. 웬만한 건설팅업체의 경우 한두달 전에 예약을 해야만 겨우 상담을받을 수 있다고 듣고 있다.▶ 주부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점은 무언가.역시 어떤 업종을 선택해야 하느냐 하는 점이다. 특별한 기술이 없는 만큼 그에 맞는 업종을 추천해달라고 말한다. 또 창업자금이 어느 정도 드는지에 대해서도 많이들 물어온다.▶ 주부창업시 가장 신경을 써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무리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동원가능한 자금의 범위 안에서 경기를 별로 타지 않는 안정적인 사업을 고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주부들에게 적합한 업종이 따로 있는가.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유리한 업종이 있다. 여성의 특성에 맞고 생활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으며 여성을 주소비자로 하는 업종이 그것이다.▶ 경기가 나빠 당분간 창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가 있는데.그렇지 않다. 오히려 지금이 창업 적기라고 본다. 점포 임대료가최저 수준이라 지금쯤 창업을 하면 경기가 풀릴 것으로 예상되는내년 하반기에 정상궤도에 들어설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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