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가능성 희박

지난 5월이후 진행된 동남아 통화위기와 최근의 급격한 원화평가절하를 계기로 헤지펀드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그런데 관심의 초점은 대체로 현재 우리 외환시장에 대한 헤지펀드 개입여부와향후 헤지펀드의 원화공격 가능성 여부에 모아지고 있다. 또한 1992년 유럽통화위기나 최근 동남아 외환위기 배후에 헤지펀드가 있었다는 소문이 퍼짐에 따라 이들이 두려움의 대상으로 부각되어 있기도 하다.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의 환율 급상승은 헤지펀드의 공격에 의해 유발된 것도 아니며, 가까운 장래(적어도 1년이내)에는 헤지펀드가 원화를 공격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이러한 결론은 우리 원화가 헤지펀드의 공격대상으로서의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였고 더구나 우리 자본시장의 대외개방도가 상대적으로낮아 헤지펀드의 운신 폭이 매우 제한적이라는데 바탕을 두고 있다.헤지펀드의 사냥감이 되는 통화의 기본요건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수 있다.첫째 요건으로는 주요통화에 페그(peg)되어 있거나 환율이 경직적으로 운용되는 통화로서 고평가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헤지펀드의 집중공격을 받았던 통화들은 예외 없이 이 조건을구비했었다. 페그시스템하에서 평가절하는 하루아침에 대폭적인 환율인상조치가 단행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만일 이를 예견하거나 또는 의도적으로 도출해낼 수 있다면 환투기를 통해 막대한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반면에 외환 수요와 공급에 따라 환율이시시각각으로 변동하는 변동환율제하에서는 이러한 환차익을 기대할 수 없다. 만일 환율이 물가상승, 국제수지사정 등 기초경제여건과 괴리되어 고평가되어 있는 상태하에서 외환공급확대를 통해 환율페그를 유지하려면 결과적으로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 소진이 가속화되어 종국에는 평가절하가 불가피하게 된다. 바로 이러한 상황을 미리 예견하는 환투기세력은 해당 통화를 집중 공략함으로써 당국으로부터 평가절하를 이끌어내어 막대한 이득을 얻을 수 있다.둘째 요건은 헤지펀드들이 짧은 기간 동안 충분한 물량을 확보·매도할 수 있을 정도로 대량거래에 유동성 제약이 없는 통화이어야한다는 것이다.또한 헤지펀드에 의한 환투기가 가능하려면 자본자유화가 상당수준이루어져 있어야 한다. 즉, 외환거래에 대한 실질적인 규제 특히역외금융시장에서의 비거주자 차입에 대한 제약이 없어져야 하고,자본자유화의 결과 대규모 헤지펀드가 상당기간 유입·운용되고 있어 그 나라 제반 사정이 헤지펀드들에게 생소하지 않아야 한다. 당해통화의 국제화로 통화선물시장에서 거래대상이 되거나 최소한 선도환거래가 활발하여야 한다.◆ 채권시장 개방 후 사정 달라질 수도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무엇보다도 시장중심환율제도라는 외환수급을 반영하는 관리변동환율제도를 지난 90년부터 운용하고 있으므로 본질적으로 헤지펀드의 공격대상의 기본요건을 구비하지 못하고있다. 또한 우리 외환거래가 지금까지 실수요자 중심으로 이루어져그 거래규모가 태국 등에 비하여도 상대적으로 작다.그뿐만 아니다. 자본시장 대외개방화가 점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비거주자에 대한 국내은행의 원화차입에 제약이 있음은 물론 원화 국제화가 실현되 못하여 해외시장에서의 원화거래는 매우 제한적이다. 국내에 유입된 헤지펀드는 대부분 주식투자자금으로서 그규모도 전체 외국인주식투자자금의 2%수준인 3천억원 정도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 같이 헤지펀드가 우리 원화를 대상으로 환투기를 할수 있는 운신의 폭은 매우 좁다. 이렇게 볼 때 헤지펀드가 원화를 공격할 가능성은 자본시장 개방이 가속화되는 내년 안에발생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물론 자본시장의 완전개방이 예상되는 2년 후부터는 사정이 달라진다. 그때까지 기초경제여건이 개선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정부당국이 앞으로도 환율방어라는 미명하에 요즘처럼 환율을 경직적으로운용하려 든다면 헤지펀드 공격대상이 될 가능성은 매우 커진다.그러나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외환위기가 헤지펀드에 의한 것이라는 징후는 어디서도 발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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